• 한국문화사
  • 06권 연희, 신명과 축원의 한마당
  • 제3장 판소리의 전개와 변모
  • 3. 판소리의 유파와 명창
  • 유파별 음악 기법
유영대

정노식이 말한바 동편제와 서편제가 지향하는 음악 기법의 특징과 미의식에 관하여는 앞에서 인용한 ‘대가닥조’의 기록을 다시 상기할 필요가 있다. 정노식은 동편제와 서편제를 대조적으로 설명하고 있으며, 중고제에 대해서는 별다른 기록을 하지 않았다. 그는 동편제와 서편제가 악조, 발성, 부침새·시김새 기법과 미학적 지향에서 각각 대조를 보인다고 말하고 있다.

정노식은 판소리의 악조에 대하여 동편제가 “우조(羽調)를 주장하여 웅건청담(雄建淸淡)하게 하는데 호령조가 많으며,” 서편제는 “계면(界面)을 주장하여 연미부화(軟美浮華)하게 한다.”고 쓰고 있다. 이 때문에 자칫 동편제는 우조로만 소리하고 서편제는 계면조로만 소리하는 것으로 잘못 이해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동편제에서 우조로 부르는 대목은 서편제에서도 우조로 부르고, 서편제에서 계면조로 부르는 대목은 동편제에서도 계면조로 부르고 있어서 어느 한쪽에 우조가 많고 다른 쪽에 계면조가 많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전체적 경향으로 보아 동편제는 우조 느낌을 높이 평가하여 그 심정적 경향을 유지하고자 했으며, 반대로 서편제는 전판을 계면조의 느낌으로 이어 가고자 한 인상을 준다.

정노식은 판소리 발성의 시작과 끝에 대하여 동편제는 “발성초(發聲初)가 썩 진중하고 구절 끝마침을 꼭 되게 하여 쇠망치로 내려치는 듯”하며, 서편제는 “구절 끝마침이 좀 질르를 끌어서 꽁지가 붙어 다닌다.”고 했다. 실제로 내드름에서 동편제는 소리 마디마다 엄성이라 해서 무거운 발성으로 시작하는 데 비하여 서편제는 가벼운 발성으로 일관한다. 구절 끝마침에서 동편제는 소리의 끝을 들어 올려 꼬리가 끊어지는 느낌을 강하게 주지만, 서편제는 소리의 꼬리가 길게 늘어져 지속되는 느낌을 준다.

정노식이 규정한 동편제의 특징은 웅장하고 씩씩하며 기교를 부리지 않아 선천적인 음량을 소박하게 드러내어 소리한다는 점이다. 동편제는 아니리가 길게 발달하지도 않았을뿐더러 발림도 별로 없으므로 오직 목에서 내는 통성에만 의지하는 소리제다. 동편제가 비기교적이고 건조한 연기로 일관된다는 것은 그만큼 예스럽고 소박하다는 것을 뜻한다. 동편제는 ‘대마디 대장단’이라는 말과 같이 장단에 소리를 맞추어 붙여 나간다. 물론 선율의 리듬이 특이할 때 북도 그 리듬을 따라가면서 치는 ‘따라치기’가 없는 것은 아니나, 동편제는 원칙적으로 대마디 대장단에 충실하다.

서편제의 특징은 애원 처절하고 연미부화한 것으로, 계면조를 주로 써서 슬프고 원망스러운 느낌을 처절하면서도 정교하고 화려하게 그려 낸다. 엇붙임이나 잉애걸이 등 장단의 변화를 통해 뛰어난 기교를 보여 주기 때문에 흔히 ‘갈 데까지 간다’고 한다.

중고제의 창법은 창을 할 때 비교적 낮은 음성에서 평평하게 시작하여 중간을 높이고 한계점에 이르렀을 때 음성을 낮추어 부르는 것으로서, 성량이 풍부한 사람이 불러야 제격인 높은 수준의 기교를 요구한다. 성음의 고저가 분명하여 명확히 구분하여 들을 수 있으며, 독서풍의 가류(歌流)로서 노래 곡조가 단조롭고 소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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