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06권 연희, 신명과 축원의 한마당
  • 제3장 판소리의 전개와 변모
  • 3. 판소리의 유파와 명창
  • 판소리 명창
유영대

지금까지 살펴본 동편제, 서편제, 중고제의 유파는 ‘제’의 큰 범주에 해당한다. 작은 범주의 ‘제’로는 ‘더늠’, ‘바디’, ‘조’ 등이 포괄되며, 유파와 마찬가지로 자체적 전승력을 가지고 있다.

‘더늠’은 명창이 자신의 독창적 창법과 창작의 내용으로 만들어 낸 대목이다. 흔히 ‘권삼득제’, ‘고수관제’라고 하는 것은 이들 명창이 특별히 창안한 소리의 더늠을 지칭하는 표현이다. 광고로 유명해진 ‘제비 몰러 나간다’는 권삼득이 창안한 더늠 제비가다. 사랑가는 송광록이 만든 긴 사랑가와 고수관의 더늠 자진 사랑가가 유명하다. 송흥록이 춘향의 옥중 대목을 노래한 동풍가(東風歌)와 모흥갑의 이별가는 절제된 슬픔이 노래에서 배어 나온다. 염계달이 부른 남원골 한량 대목은 우쭐대면서도 사태를 해결할 능력이 없어 어쩔 수 없이 돌아가는 한량들의 이중성이 잘 표현된 더늠이다. 임방울의 쑥대머리에서 그려 내는 춘향의 적막한 독백은 어버이들의 눈물샘을 자극하였다.

확대보기
임방울 명창
임방울 명창
팝업창 닫기

‘제’는 ‘바디’를 의미하기도 한다. 바디는 명창이 구성하여 부르는 판소리 한 바탕을 아우르는 개념이다. 흔히 정정렬제 춘향가, 박유전제 심청가라고 할 때, 이 춘향가와 심청가는 짧은 소리 대목이 아니라 완창하는 판소리 한 바탕을 가리킨다. 판소리의 법통이 존중되면서 바디를 엄격하게 전승시켜 온 것이 판소리의 역사이기도 하다.

‘제’는 덜렁제, 산유화제, 강산제, 석화제 등의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악조의 의미도 포함한다. 판소리에서 대표적인 악조인 ‘우조’를 흔히 ‘호령제’라고 부르는데, 이때의 ‘제’는 악조를 의미한다. 호령제는 호령하듯 엄성으로 하는 소리 스타일을 의미하는 것으로, 우조와 일정 부분 연관된다. 우쭐대 는 느낌으로 질러 내는 소리가 덜렁제이며, 경상도에서 불리는 메나리조 음계를 판소리에 차용하여 부르는 스타일을 산유화제라고 한다. 경기도나 서울 소리인 경제를 판소리에 차용하여 부르는 것을 강산제(박유전의 강산제와 구분하기 위하여 모흥갑의 강산제라고 부른다)라고 하며, 가야금 병창제로 화평하게 소리하는 것을 석화제라고 한다.

19세기 중반을 기준으로 하여 그 이전 시기에 주로 활약한 명창을 ‘전기 여덟 명창’의 범주에 포함시킨다. 전기 여덟 명창으로는 권삼득, 송흥록, 염계달, 모흥갑, 고수관, 신만엽, 김제철, 황해천, 주덕기, 송광록 등을 꼽는다. 양반들과 교우를 했다는 이유로 명창으로 인정받은 이들의 소리는 양반의 선택과 취향이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여기에 거론된 판소리 명창들이 당대 판소리 광대들의 전모를 보여 준다고는 할 수 없다.

전기 여덟 명창에 대비하여 19세기 중반 이후에 주로 활약한 명창을 ‘후기 여덟 명창’이라고 한다. 후기 여덟 명창으로는 박유전, 박만순, 이날치, 김세종, 송우룡, 정창업, 정춘풍, 김창록, 장자백, 김찬업, 이창윤 등이 있다. 이들은 양반 및 왕족 앞에서 소리했으며, 판소리의 변모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19세기 말부터 주로 20세기 전반기에 활약한 명창을 흔히 ‘다섯 명창’이라고 하는데 대체로 박기홍, 김창환, 김채만, 송만갑, 이동백, 유공렬, 전도성, 김창룡, 유성준, 진채선, 정정렬 등의 명창 가운데서 꼽는다. 이들의 소리는 유성기 음반으로 남아 있어 소리결을 짐작할 수 있으며, 양반들의 기준과 민중들의 기준이 섞여 있다. 여류 명창의 등장도 지적할 만한 특징이다.

개요
팝업창 닫기
책목차 글자확대 글자축소 이전페이지 다음페이지 페이지상단이동 오류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