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06권 연희, 신명과 축원의 한마당
  • 제4장 전통 연희 집단의 계통과 활동
  • 5. 조선 후기의 다양한 유랑 예인 집단
  • 사당패
박전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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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여사당’으로 통하는 사당패는 주요 구성원이 여자들이다. 맨 위의 화주 또는 모갑은 집단의 통솔, 집단 내부 질서의 확립, 단체의 대외 교섭과 그 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조직 사업, 수입에 대한 분배를 결정하는 조직의 대표자였다. 모갑 밑 거사의 우두머리는 수거사(首居士)라고 불렸는데, 수거사는 가창 예술의 총지휘자로서 사당패의 예술 지도를 책임졌고, 공연에서 반복과 마감 또는 다른 곡으로 넘어갈 때 도창자(導唱者)의 역할을 수행했다.212)박은용, 「사당패들의 활동 정형」, 『고고민속』 4, 사회과학원출판사, 1964, 27쪽.

이들 모두는 사당들의 공연을 통해 생긴 수입으로 살아갔다. 사당패의 공연 종목은 사당벅구춤, 소리판(주로 산타령 등 민요창), 줄타기(재담줄이라 해서 곡예보다는 재담과 노래가 우세하다)의 세 가지였다.213)심우성, 앞의 책, 177쪽.

최영년의 『해동죽지』(1921)에 소개된 사당패의 모습은 부채를 들고 춤을 추었고, 춘가(春歌)와 양산도 같은 노래를 불렀다. 그러면 구경꾼들이 사 당의 붉은 치마에 돈을 던져 주었다. 춘가는 신재효본 변강쇠가 가운데 사당패가 부르는 “오돌또기 춘향(春香) 위월의 달은 밝으며 명랑한데 여기다 저기다 연저 바리고 말이 못된 경이로다 ……”를 가리키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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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당걸전(邪堂乞錢)
사당걸전(邪堂乞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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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능화는 사당패의 공연을 직접 보고 그들의 조직과 공연 모습을 소개했다.

패에는 남녀가 있는데 남자를 남사당(男社堂) 또는 거사(居士)라고 하고, 여자를 여사당(女社堂)이라고 하며, 그 우두머리 되는 자를 모갑(某甲)이라고 했다. 한 모갑의 통솔 아래에 남자 여덟아홉 명과 여자 한두 명이 있었으니, 모두 묘령(妙齡)의 여자였다.

남자가 여자를 등에 업고 각지로 돌아다니면서 기예를 팔고 몸을 파는 것을 업(業)으로 삼았다. 그 흥행에 있어 남자가 손에 소고를 잡고 공연장에 벌려 서고, 여자가 마주 서서 먼저 앞소리(時俗雜歌)를 메기면 남자들이 일제히 뒷소리를 받는다. 혹 먼저 하기도 하고, 혹 뒤에 하기도 하며, 혹 소고를 두드리기도 하고, 혹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214)李能和, 『朝鮮解語花史』, 東洋書院, 1927, 141쪽.

박은용의 조사에 따르면, 서도(평안도·황해도) 지방에서 활동한 사당패들의 기본 종목은 산천초목, 놀량, 앞산 타령(사거리), 뒷산 타령(중거리), 경발림(경사거리) 등이었다. 이 기본 연주 종목에 이어서 산염불과 구영변가와 같은 서도 민요나 사당춤도 공연 종목에 추가하였다. 경기 지방이나 남도 지방의 사당패들도 그 지방에서 호응을 얻을 수 있는 민요를 불렀다.215)박은용, 앞의 글, 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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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서암 감로탱의 솟대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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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효본 박타령 가운데 놀보의 세 번째 박에서 나온 사당패들 가운데 거사들은 소고 치고, 사당들은 춤을 추며, 한 명씩 차례대로 산천초목, 녹양방초 다 저문 날에, 갈까보다, 오돌또기 춘향, 사신 행차 바쁜 길에(방아 타령), 유각골 처자는 쌈지 장수 처녀(잦은 방아 타령)를 부른다. 이와 같이 사당은 춤을 추고 노래하며, 거사는 소고를 치면서 어울려 공연하는 것이 사당패의 기본 공연이었던 듯하다.

이와 같은 공연 장면은 수락산(水落山) 흥국사(興國寺) 감로탱(1868), 경국사(慶國寺) 감로탱(1887), 개인이 소장한 감로탱(19세기 후반), 불암사(佛巖寺) 감로탱(1890) 등의 그림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심우성의 조사에 의하면 사당패는 이 밖에도 사당벅구춤과 줄타기를 공연했다고 하는데, 이러한 공연 모습 역시 앞의 감로탱에서 그림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 그림들에는 사당들이 춤을 추는 모습, 줄타기를 하는 모습, 방울받기를 하는 모습이 함께 그려져 있다. 물론 사당패들이 이 연희들을 동시에 공연한 것은 아니다. 다만 이 그림은 사당패들의 공연 종목을 모두 보여 주기 위해 이러한 방식으로 그린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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