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06권 연희, 신명과 축원의 한마당
  • 제6장 가면극의 역사적 전개 양상
  • 5. 우리나라 가면극의 전통과 의의
전경욱

중국에서 산악 또는 백희라고 부르던 연희를 우리나라에서는 백희, 가무백희, 잡희, 산대잡극, 산대희, 나례, 나희, 나 등으로 불렀다. 이러한 명칭들은 산대라는 무대 구조물의 앞에서 연희가 연행되었고, 나례에서도 연행되었기 때문에 생겨난 것이다.

산악·백희를 담당했던 연희자들은 연희 내용으로 볼 때 삼국시대부터 전문적이고 직업적인 놀이꾼이었다. 이들의 후예가 통일신라시대의 다섯 가지 연희, 통일신라시대 이래 고려시대까지 계승된 팔관회와 연등회에서 연행된 가무백희, 고려시대 이래 조선시대까지 계승된 나례에서 연행된 산대희 등을 놀았다. 백희, 잡희, 산대잡극, 산대희, 산대잡희라고 불렸던 놀이들은 바로 중국에서 유입된 산악 계통의 연희다. 조선시대에 이 산악 계통의 놀이를 놀았던 사람들은 궁궐의 나례나 중국 사신을 영접할 때 동원되어 여러 가지 연희를 펼쳤다.

유득공의 『경도잡지』에 나오는 야희를 통해 18세기 중엽에 본산대놀이가 성립되어 있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바로 산악·백희로부터 가면극으로의 발전을 의미한다. 본산대놀이 가면극은 나례도감에 속했던 연희자들, 즉 나례나 중국 사신 영접 행사 등에 동원되어 산악·백희 계 통의 연희를 담당했던 연희자들 가운데 한 부류인 반인들이 만들어 낸 것이기 때문이다.

아극돈의 봉사도 가운데 제7폭에서는 당시의 중국 사신 영접 행사에서 소형 산대 앞에서 대접 돌리기, 물구나무서기, 줄타기와 함께 가면을 쓴 네 사람이 춤을 추고 있는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그래서 이미 1725년 이전에 중국 사신 영접 행사에서 산대를 설치하고 가면희도 행했으며, 서울 근교의 가면극을 산대놀이라고 부르는 이유를 확실하게 알 수 있다.

또 강이천의 한시 「남성관희자」는 이미 1778년에 지금과 같은 내용의 본산대놀이가 성립되어 있었음을 알려 준다. 본산대놀이라고 할 수 있는 서울 근교의 가면극은 애오개(아현)·사직골·구파발·녹번 등에 있었다. 본산대놀이의 영향 아래 서울과 경기도의 송파 산대놀이·양주 별산대놀이, 황해도의 봉산 탈춤·강령 탈춤·은율 탈춤, 경남의 수영 야류·동래 야류, 통영 오광대·고성 오광대·가산 오광대, 남사당패의 덧뵈기 등이 생겨났다.

본산대놀이 계통 가면극은 상업이 발달했던 곳에서 공연된 것들이 많다. 야류 지역은 동래를 중심으로 한 대일 무역의 근거지였고, 오광대 지역은 낙동강과 남해를 이용한 교역로에 자리 잡고 있었다. 산대놀이 지역은 서울 외곽의 상업 중심지였고, 해서 탈춤 지역은 서울에서 평양을 거쳐 의주로 가는 교통로에 자리하거나 서해안의 상업 지역에 위치했다.

본산대놀이 계통 가면극인 해서 탈춤(황해도), 별산대놀이(서울·경기), 야류와 오광대(경상남도) 등은 각 과장의 구성과 연희 내용, 등장인물, 대사의 형식, 극적 형식, 가면의 유형 등을 살펴볼 때 동일 계통임을 알 수 있다.

현존하는 본산대놀이 계통 가면극에 나례의 영향이 많이 남아 있는 것은 본산대놀이를 성립시킨 연희자들이 나례에 동원되던 반인들이었기 때문이다.

가면극의 많은 대목들은 독립적인 우희의 모습을 하고 있다. 본산대놀 이의 형성에는 여러 요인들이 작용했을 터이지만, 대사의 구성이나 양반 과장 가운데 양반의 모습 등은 우희·유희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보여 준다. 우희는 산악·백희의 한 종목이었다. 그러므로 산악·백희 계통의 연희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본산대놀이의 형성에 영향을 끼쳤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마을굿놀이 계통 가면극은 자생적 가면극들이다. 우리의 자생적 연희의 흔적은 이미 상고시대의 암각화와 국중 대회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황창무, 『삼국유사』 처용랑 망해사조의 남산신 가면무와 처용무 등 자생적 가면무도 마을굿놀이 계통 가면극의 성립에 영향을 끼쳤다. 마을굿놀이 계통 가면극들은 다른 지방의 가면극과 전혀 다른 내용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이 가면극들이 마을굿에서 자생적으로 형성되어 발전해 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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