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07권 전쟁의 기원에서 상흔까지
  • 제2장 출정에서 회군까지
  • 2. 전투
  • 적의 성을 공격하라
심승구

적을 공격할 때는 아군의 병력이 적의 열 배가 되면 포위하고, 다섯 배가 되면 공격하고, 두 배가 되면 나누어 적을 상대하고, 적과 대등하면 최선을 다해 싸우고, 적보다 병력이 적으면 정면 대결을 피하고, 그렇지도 않으면 피하는 것이 원칙이었다.150)손자, 『손자병법』, 모공편. 따라서 성을 공격할 때는 적군에 비해 다섯 배의 병력을 투입해야만 승리가 가능하였다. 또한 병서에서 “빠른 천둥에는 미처 귀를 막지 못한다.”라고 한 것처럼 전쟁은 가능한 속전속결로 빨리 끝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였다. 특히, 성을 공격할 때에는 시일을 오래 끌면 안 되었다. 그러나 성을 공격하는 충차(衝車, 성문을 부딪쳐서 부수는 수레), 운제(雲梯, 사다리) 등의 기구를 장만하고 적의 성 앞에 인공으로 거인(흙으로 만든 산)을 쌓으려면 최소한 3개월 동안 공력이 들었다. 그러므로 손자(孫子)는 병법에서 “성을 공격하는 일은 부득이한 경우에만 하라.”고 하였다.

확대보기
운제
운제
팝업창 닫기

성안의 적군이 식량과 마초(馬草, 말먹이)가 떨어지고 외부의 지원이 없어 도망갈 기미가 보일 때, 아군은 거짓으로 ‘군을 점검한다’는 이유를 내세워 포위망의 한쪽을 풀어 주고, 밤에는 횃불을 들어 도주할 수 있는 길을 은연중에 가르쳐 주었다. 그리고 즉시 적의 퇴로에 부대를 매복하고 적이 도망하기를 기다렸다가 공격했다.

그러나 적의 성안에 식량과 무기가 풍부하고 또 외부의 지원을 기다리고 있어 아군이 아무리 도전해도 성에서 움직이지 않을 경우에는 곧바로 강공을 했다. 옛사람들의 말에 “오래 갇혀 있으면 탈출할 지혜가 생겨난다.”는 것을 경계한 것이다. 아거(성을 공격하는 수레로 거위 모양으로 만듦), 동자(강을 건널 때 쓰는 쇠가죽으로 만든 기구)를 사용하여 흙을 넣어 성 주위의 참호를 메우고 토산(土山)을 쌓아 올렸다. 이때 군사들을 좌우 두 줄로 나누어 한 줄은 흙을 참호에 넣어 성 밑을 메우게 하고, 한 줄은 빈 그릇이나 아거, 동자를 굴려 올리게 했다. 별도로 장정들에게 흙을 모아 그릇에 넣고 절대로 군사들이 성 아래에서 왕래하지 못하게 했다. 이것을 운반할 때는 첨두목려, 호두거, 탄철환을 사용하며, 아자확151)큰 호미의 한 가지로, 까마귀 부리 모양인 데서 붙인 이름이다.으로 땅굴을 파서 성이 저절로 무너지게 했다.

거인의 위에 짐승 가죽으로 덮은 집을 세운 것은 적병의 사격을 막으며 적의 동향을 살펴보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거인은 쌓기가 매우 어려운 것이어서 손자도 석 달 만에 완성했다고 한다. 거인이 완성된 뒤에는 방패와 장막을 설치하기도 하는데 나무집·흙벽 할 것 없이 다 구축하였다. 성 밖에서 성안을 엿볼 수 있는 봉우리가 있으면 이는 천연 거인이니, 옛사람들은 이것을 지키지 않아도 되는 성이라 했다.

성을 굴착하는 기구는 옛날에도 여러 가지가 있었으나 호미 모양으로 만든 것이 가장 편리했다. 대개 굴착한 구멍이 높고 넓을 수 없으나 호미는 허리를 구부리고 기어가면서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성을 굴착하는 데는 반드시 기둥을 세우고 들보를 걸쳐야 하는데, 이것을 배사주라고 했다. 대개 성 밑이 궁글어 빈 데가 있으면 무너져 사람을 칠 염려가 있기 때문에 굴착하는 대로 곧 나무를 받쳐 지하도를 만들고 나중에는 불을 지른다. 그리하여 들보와 기둥이 타고 꺾이면 성이 반드시 허물어지는 방법을 썼다.

확대보기
철옹성전도(鐵瓮城全圖)
철옹성전도(鐵瓮城全圖)
팝업창 닫기

토산은 반드시 성에서 100보 바깥 되는 지점에 쌓았다. 이는 흙을 운반하는 작업을 성안에서 발사하는 화살과 투석을 무릅쓰며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운제나 비루(飛樓)는 토산과 전혀 다른 것이다. 운제와 비루는 그 밑에 반드시 바퀴를 달아 두었다. 성으로 돌진할 때에 운전하기가 편리하기 때문이다. 또한 군사들이 큰 포대 하나에 흙을 담아 일종의 여장(女墻, 성가퀴)을 세우기도 하였다.

적군의 성을 기어오를 때 삼각으로 만든 운제를 사용하여 성 위에 있는 뇌목의 장애를 피하였다. 또한 화금152)화전의 일종이다. 화전은 화살 끝에 인화 물질을 매달고 불을 붙여 적에게 쏘는 것이다.을 날려 적진에 쏘아 성 위에 쌓여 있는 물자를 불태우며, 밝은 거울을 많이 준비하거나 칼과 창을 잘 갈아서 햇빛에 적병의 눈이 부시게 했다.

성을 공격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전략은 심리전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간혹 성 앞에서 죄수들을 모아 목 위에 칼 등을 매달고 다니게 한 후 기회를 틈타 신속히 공격하기도 했다. 밤낮으로 성곽의 한 부분만을 집중 공격하여 적이 그곳을 집중 방어하는 틈을 타서 날쌘 군사에게 달밤을 이용하여 운제로 성을 오르게 했다. 군사에게 번갈아 북을 치고 나팔을 불고 고함을 치게 하여 적군이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게 했다. 또는 아군이 몹시 지쳐 있는 것처럼 꾸며 앉아 있기도 하고 누워 있기도 하여 무질서한 것처럼 보이게 해서 적이 공격해 나오도록 유도하고, 따로 정예병을 요로에 매복해 적이 공격할 때를 대비했다.

편지를 써서 화살에 매달아 쏘아 보내어 여러 가지 감언이설로 적을 의혹에 빠지게 만들었다. 성 밖에 사는 백성 중에 성안에 사는 사람과 친척인 자가 있으면, 그 사람을 후하게 대접하고 은혜와 덕을 베풀어서 성안에 사는 친척을 회유하기도 했다. 그러나 성안에서 거짓으로 항복해 오는 자가 있을 때에는 그들의 정황을 자세히 살펴서 적의 술책에 넘어가지 않도록 조심하기도 했다.

개요
팝업창 닫기
책목차 글자확대 글자축소 이전페이지 다음페이지 페이지상단이동 오류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