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08권 화폐와 경제 활동의 이중주
  • 제5장 대한민국의 화폐
  • 2. 세 차례의 화폐 개혁
  • 5·16 군사 정변과 화폐 개혁
배영목

군사 정부는 화폐 개혁을 통해 퇴장 자금을 끌어내어 경제 개발 재원으로 활용하는 동시에 과잉 통화를 수축시켜 인플레이션을 수습한다는 목적을 내세우고 1962년 6월 9일 긴급 통화 조치법을 공포하고 이튿날 제3차 긴급 통화 조치를 단행하였다. 제3차 긴급 통화 조치는 6월 10일부터 환화의 유통과 거래를 금지하고 화폐 단위를 10분의 1로 절하된 원화(이전에는 한자 원(圓)으로 표기하였으나 이후에는 한글 원으로 적음)를 법화로 지정하고 6월 17일까지 모든 자연인, 법인, 임의 단체가 보유한 환화 표시의 은행권, 어음, 수표 등 각종 지급 수단을 금융 기관에 예입하도록 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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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차 긴급 통화 조치 보도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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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차 긴급 통화 조치 당시 은행을 찾은 시민들
제3차 긴급 통화 조치 당시 은행을 찾은 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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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조치에 따라 6월 17일까지 신고된 총액은 1,873억 원(환화 1,582억 환, 수표 등 291억 환)인데 당시의 화폐 발행액은 1,659억 환이므로 71억 환은 미회수되었고, 두 차례의 추가 예입으로 미회수액은 40억 환까지 줄었다. 결국 미회수액은 전체 화폐 발행액의 2.4%에 불과하였다. 그리고 1억 환을 초과하는 건수는 일곱 건에 불과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정부의 예상과는 달리 여유 자금을 현금으로 퇴장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171) 한국은행, 앞의 책, 2000, p.423.

정부는 긴급 통화 조치법의 후속 조치로 「통화 개혁과 관련한 긴급 금융 조치법」을 공포하여 6월 18일부터 모든 금액을 환화에서 원화로 표시하도록 하고 자연인, 법인, 임의 단체가 보유한 환화, 어음, 수표를 금융 기관에 예입시키는 것은 물론 기존 예금의 일부를 정부가 정한 누진율에 따라 봉쇄 계정으로 동결시켰다. 그래서 동결된 자금은 98억 원인데 11억 원은 신규 예금(구권 예금)에서 87억 원은 기존 예금에서 동결되었다. 이 봉쇄 계정에 동결된 자금은 화폐 개혁 후 6개월 이내에 설립할 예정인 산업 개발 공사의 주식으로 대체하고 이 주식에 대해서 정부가 연 15% 배당을 보증하기로 하였다. 정부는 한 달을 채우지 못한 7월 13일에 「긴급 통화 조치법에 의한 봉쇄 예금에 대한 특별 조치법」을 공포하여 봉쇄 예금의 3분의 1은 자 유 계정으로 3분의 2는 1년 만기 특별 정기 예금(금리 연 15%)으로 바꾸어주고, 특별 정기 예금도 금리를 포기하면 중도 해약이 가능하도록 하였다.172) 한국은행, 앞의 책, p.424.

정부는 이와 같이 예금 동결 조치를 한 달도 지키지 못한 채 마침내 백기를 들고 말았다. 시중의 유동성 부족이 악화 일로에 있게 되고 생산 활동, 특히 중소기업의 산업 활동이 급격히 위축되었기 때문이었다. 다행스럽게도 정부는 부작용만 많은 예금 동결 조치를 늦게나마 철회하였다. 이 화폐 개혁은 잘못된 현실 진단에서 시작되어 원래 목적인 산업 자금의 동원에는 실패하였지만 디노미네이션이 이루어져 오늘날의 원화 체제를 성립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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