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08권 화폐와 경제 활동의 이중주
  • 제6장 북한의 화폐
  • 1. 북한 화폐의 특징
  • 화폐의 유통
이영훈

사회주의에서 화폐는 경제 관리를 위해 계획적으로 이용되기도 하지만 전반적으로 화폐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인해 유통 영역이 매우 제한되었다. 북한에서 화폐는 주민과 국가 및 협동 단체, 기관, 기업소 사이에 소규모 지불 거래와 상품 유통을 매개하여 주민들 상호 간의 상품 거래에 봉사하는 것이라고 설명되고 있다.204) 리원경, 앞의 글, p.141. 즉, 화폐는 임금 지급과 소비재 거래 등 소액 현금 지급에 국한하여 사용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과거 북한에서 화폐가 어떻게 유통되고 관리되는지를 살펴보기로 하자. 우선, 공장·기업소의 근로자와 사무원은 노동의 대가로 ‘생활비(임금)’와 식량 배급을, 협동농장의 농민은 현금 및 현물 분배를 받았다.

소비재 유통의 경우, 근로자와 농민은 근로 소득으로 공장·기업소가 생산하고 국가 상업망을 통해 판매되는 소비재를 구입하게 되며, 국가 상업망은 판매한 수익금을 재정 금융 기관에 납부하게 되고, 이는 다시 공장·기업소와 협동농장의 생산 및 운영 자금으로 배분된다.

식량 유통의 경우, 농민은 협동농장에서 현물로 직접 분배를 받으며 도시 근로자는 배급소에서 무상에 가까운 낮은 가격으로 배급을 받는다. 식량 배급은 보통 식량 사정이 어려울 때 나타나게 되는데, 북한에서는 주민들에 대한 통제의 수단일 뿐 아니라 도시 근로자의 부족한 임금을 보충하는 기능을 하고 있다. 결국 근로자나 농민 모두 현금뿐만 아니라 현물(주로 식량) 형태로 노동의 대가를 취득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식량 배급이 크게 줄었으며 배급을 받지 못한 주민들은 시장에서 돈을 주고 식량을 구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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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화폐 유통 체계
북한의 화폐 유통 체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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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재 유통의 경우는 국가 기업소들 사이에 거래되는 것으로 소유권 변동을 초래하지 않기 때문에 상품과 다른 ‘상품적 형태’로 취급되고205) 생산 수단이 상품이 아니라는 이유는 생산 수단의 거래는 소유권의 변동을 수반하지 않으며 자유 거래가 아니라 국가의 계획에 따라 계획적으로 공급되기 때문이다. 반면 생산 수단이 상품적 형태를 띠는 이유는 소유권의 이전을 수반하지 않지만 이용권과 관리권이 이전되고 화폐를 매개로 유통되기 때문이다(『김일성저작집』 23권, 조선로동당출판사, 1983, p.457 ; 『경제사전』 1, 사회과학출판사, 1985, pp.47∼48). 거래 에 있어서도 무현금 거래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즉, 생산재의 거래는 현금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공장·기업소가 거래하는 은행의 계좌상의 차감 결재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최근에는 생산재도 시장에서 현금으로 거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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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화폐 교환 때 발행된 지폐-50원권(앞면)
1992년 화폐 교환 때 발행된 지폐-50원권(앞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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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원권(뒷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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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원권(앞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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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원권(뒷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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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과거 북한에서 화폐는 임금 지급과 소비재 거래에 국한하여 사용되었다. 그런데 소비재 중에서도 식량과 일부 생활필수품이 다른 사회주의 국가들에 비해 장기간 배급제로 공급되어 왔기 때문에 현금 유통 영역은 더욱 제한되었다. 이러한 점에서 과거 북한 경제는 화폐 경제와 대비되는 현물 경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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