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하무늬는 직선이나 곡선으로 이루어지는 추상무늬를 말하며, 조선시대 옷감에는 완자무늬(卍字紋), 돌림무늬(回紋), 창살무늬(楪紋), 물결무늬(水波紋)와 마름모, 팔각, 사각, 육각의 도형이 나타난다. 기하무늬만 단독으로 사용하기보다는 꽃과 같은 중심 무늬의 바탕으로 많이 사용된다. 기하문에 해당하는 기록은 『노걸대언해』에 ‘수파문지아사화(水波紋地兒四花)’라 쓰고 ‘물결 바탕에 사화문’으로 언해하여 물결무늬 바탕에 꽃잎이 네 개인 꽃이 흩어진 모습을 의미하며, ‘상안지아아청육화(象眼之兒鴉靑六花)’라 하여 마름모 바탕에 여섯 개의 꽃잎이 있는 무늬를 뜻한다.
또한, 직물로 짠 무늬는 아니지만 17세기부터는 솜을 두지 않고 옷감을 누빈 것도 많은데, 이러한 누빔은 추위를 막기 위한 기능보다는 일종의 줄무늬 효과를 즐긴 것으로 소재의 단순함에 변화를 주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되었다. 누비 효과가 주는 규칙적인 직선의 반복은 자신들이 추구하는 절제와 규범, 질서 등의 이미지를 표출할 수 있으므로 사대부 사이에 획기적으로 유행하였던 것 같다. 당시 다양한 누비 옷감이 상품으로 판매되었으며 『연행록(燕行錄)』의 「부연일기(赴燕日記)」에는 우리나라의 곱게 누빔한 옷감이 워낙 좋았기 때문에 청나라에서 항시 공물로 요구하였다고 쓰여 있다.127)『연행록(燕行錄)』 「부연일기(赴燕日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