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09권 옷차림과 치장의 변천
  • 제3장 궁궐 안 특별한 사람들의 옷차림
  • 3. 궁궐 안의 특별한 옷차림
  • 궁궐 내의 잔치, 연향
임재영

조선시대에는 국가적으로 기념하는 의식이나 왕실의 축하 의식에 화려하고 웅장한 잔치인 연향(宴享)을 베풀었다. 연향은 왕과 왕비의 생일, 세자의 탄생 축하, 왕세자 책봉 기념, 외국 사신 영접, 동짓날·정초 맞이 등에 베풀어졌다. 궁중 연향은 왕실에 올리는 잔치 의식을 뜻하는 용어로 풍정(豊呈)이라는 말을 쓰기도 했으나 조선 후기에는 진연(進宴), 진찬(進饌), 진작(進爵)으로 불렀다. 진연은 국가의 경사가 있을 때 궁중에서 베푸는 잔치이며, 진찬은 왕·왕비·대비의 기념일에 음식을 올리는 잔치이고, 진작은 대비의 작위를 높일 때의 잔치이다.

또한, 궁중 잔치는 왕이 주재하여 왕세자, 종친 및 문무백관을 초대하는 외연(外宴)과 왕비가 내·외명부에게 베푸는 내연(內宴)이 있다. 외연과 내연은 행사장, 행사 진행자, 무용수, 악기 연주자 등도 각기 달랐다. 외연은 주로 남자가, 내연은 여자가 진행을 맡도록 하여 남녀 간의 내외를 배려한 철저한 유교적 행사 진행의 특징을 지녔다. 외연은 행사 진행자인 집사와 차비(差備), 궁중 무용인 정재(呈才)의 무용수인 무동이 모두 남자인 반면, 내연은 여관(女官)과 여집사가 진행을 맡고 음악 연주도 맹인이 하고 정재 무용수도 기생인 여령(女伶)이 담당하였다. 특히, 내연은 잔치를 통해 예법을 가르치는 자리이기도 하였다.

궁중 연향의 참석자는 각자의 신분에 맞는 예복을 입는데 일반적인 연향에서 대체로 남자는 상복을, 여자는 예복을 입었다. 따라서 왕·왕세자는 익선관을 쓰고 곤룡포를 입고, 문무백관·종친은 사모를 쓰고 단령을 입었다.169)『국조속오례의』 권2, 가례 진연하는 의식. 대비·왕비·세자빈의 예복은 경우에 따라 달랐다. 진찬, 진작으로 축하를 받는 주인공인 경우에는 최고의 예복인 적의를 입었다. 내·외명부는 예복으로 노의, 원삼을 입었다. 다만, 왕·대비 등 웃어른의 생신에 옷감을 올리는 진표리(進表裏) 의식 때 왕·왕세자는 원유관을 쓰고 강사포를 착용하며, 문무백관·종친은 금관 조복을 입고 의식을 거행하고 다시 상복으로 갈아입고 잔치에 참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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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전진하도
인정전진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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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8년(헌종 14)에 순정 왕후 육순(六旬)을 기념하여 베푼 연향을 기록한 『무신진찬의궤(戊申進饌儀軌)』의 행사도를 병풍에 그린 「무신진찬도병(戊申進饌圖屛)」은 대표적인 궁중 연향 회화 자료로 행사 모습을 전체적으로 상세하게 그려 궁궐 모습, 참석자의 배치도, 역할, 옷차림, 기물 등을 소상히 알 수 있다. 무신진찬도병에서 ‘진하도(進賀圖)’는 진표리를 묘사한 것으로 그림의 위쪽 부분에 금관 조복을 입고 절을 하는 신하의 모습이 그려져 있으며, 단 아래에도 열을 맞춰 앉아 있는 신하가 있다. 금관 조복 차림의 신하는 위쪽에, 상복 차림 의 신하는 아래쪽에 그려져 있다. 이는 제도에 따라 4품 이상은 금관 조복, 5품 이하는 상복을 조복으로 입은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내연이 열리고 있는 장면인 통명전진찬도(通明殿進饌圖)는 보기 드문 궁중 행사인 내연의 자리 배치를 묘사하고 있는데 실내 가운데는 대왕대비의 보좌, 오른쪽으로 왕비, 왼쪽으로 경빈(慶嬪, 順和宮)의 연회 관람 자리가 마련되어 있다. 왕의 자리는 보계(寶階) 왼쪽에 위치한 장막이 드리워진 곳이다. 귀한 분의 모습을 감히 그릴 수 없었기에 자리를 표시하는 것으로 대신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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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명전진찬도
통명전진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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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향에서는 상궁을 비롯한 잡일을 하는 차비의 궁중 여관들도 예복을 입는데, 그림에는 어여머리에 원삼을 입고 있으며 품계에 따라 원삼과 치마의 색을 달리하였다. 원삼은 흑색·녹색을 입고, 치마는 홍색이나 남색을 입었으며, 치마 위에 덧입은 겉치마는 홍색 치마인 경우에는 남색, 남색 치마인 경우에는 홍색으로 입었다. 외연에는 무동이 춤을 추고 내연에서는 여령이 춤과 노래를 담당한다. 무동은 담당하는 춤의 종류에 따라 다양한 의복을 착용하나 여령은 대체로 황초삼이나 초록 당의를 입고 머리에는 가리마나 화관을 쓴다. 드물기는 하지만 내명부 의장대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들은 남치마에 홍색 겉치마를 입고 초록 당의를 입었으며 머리에는 가리마를 썼다. 손에는 각자 역할에 따른 의물을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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