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09권 옷차림과 치장의 변천
  • 제5장 전통 사회의 패션 리더들
  • 3. 사대부가의 차림새
  • 사라능단의 저고리
이민주

저고리는 『세종실록』에 처음 ‘赤古里’라는 명칭으로 확인되며 색상과 소재는 물론 구성법도 다양하다. 소저고리, 단저고리, 회장저고리, 소오자, 곁마기, 장저고리, 당저고리, 적삼 등 명칭만큼이나 종류도 많았다. 부녀자들의 저고리 길이가 짧아지기 시작하는 16세기 초반부터는 민저고리보다는 회장저고리가 많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이는 저고리의 길이가 짧아지자 지금까지 유(襦)에 두르던 선(襈)의 의미와는 다른 미의식으로, 회장이 곁마기까지 늘어났으며, 회장의 문양, 소재, 그리고 엄격하게 규제되어 오던 자수까지 다양한 구성을 보이고 있다.

파평 윤씨 묘에서 출토된 회장저고리는 깃과 섶, 겨드랑 무, 끝동 등에 연화만초문의 금선단을 댄 단저고리이다. 인조 때 이조 참판을 지낸 정광경(鄭廣敬, 1586∼1644)의 부인 여흥 민씨 묘에서 출토된 솜저고리도 겉감은 운문단이고 안감은 주(紬)로 하였으며 사이에 솜을 두었다. 종5품의 영평 현령을 지낸 이형보(李衡輔)의 부인 해평 윤씨(1660∼1701)의 묘에서는 길과 소매에는 문창살 형태의 접문 바탕에 작은 꽃무늬 두 종류가 있는 화접문단에 끝동과 겨드랑이 부분에는 푼사로 수놓은 자수저고리가 출토되었다. 회장 감의 자수는 만개한 매화와 봉오리, 그 가지 위에 앉아 있는 새 한 마리, 벌과 나비 등의 곤충, 전보(錢寶)를 비롯해 서각(犀角)과 서보(書寶), 호리병 등 보문을 수놓았다. 인평 대군의 손자이며 정2품 종친으로 오위도총부 도총관을 지낸 의원군(義原君)의 부인 안동 권씨(1664∼1722) 묘에서 출토된 포도 다람쥐문단 저고리는 겉감은 화문단이며, 안감은 주, 동정은 공단, 안고름은 작은 꽃무늬가 있는 화문주로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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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수회장저고리
자수회장저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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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부녀자들의 비단 숭상은 수많은 사치 금지령에도 불구하고 계속되었다. 1748년(영조 24)에 조성된 백담사 아미타불좌상에 복장되어 있던 저고리 역시 겉감은 황색의 화접문단에 안감은 곱게 다듬은 소색 명주로 되어 있다. 깃과 곁마기, 끝동 부분에는 가지색에 가까운 자색 회장의 아름다운 색상이 선명하게 남아 있다.

『수교집록(受敎輯錄)』 형전(刑典)에는 사족의 부녀가 자수 장식의 옷을 입으면 가장도 함께 죄를 준다고 하였다. 또한, 숙휘공주가 부친 효종에게 수놓은 치마를 청하자 효종은 공주의 모친이 대비가 된 후, 즉 자신이 죽거든 입으라고 하였다. 효종이 검소함을 숭상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여염의 사대부가의 사치가 날로 심하여 부녀자가 출입할 때 봉잠(鳳簪)과 용차(龍釵)가 없으면 부끄러워서 감히 나가지 못하였으며, 사치를 숭상하는 사대부는 사람들이 모두 비루하게 여겼는데, 지금은 모두 사치를 숭상하여 천한 무리들까지도 명주 바지와 비단저고리를 입지 않은 자가 없다고 하였다.304)『효종실록』 권18, 효종 8년 2월 정해. 이와 같이 반가 부녀자의 묘에서 출토된 유물을 통해 사라능단(紗羅綾緞)의 화려한 저고리가 구성을 달리하며, 입는 사람의 개성을 살리면서 다양하게 표출되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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