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09권 옷차림과 치장의 변천
  • 제6장 멋스러움과 단아함을 위한 치장
  • 1. 머리치장
  • 비녀
송미경

비녀는 남녀 공용이었다. 남자들이 사용하는 비녀는 앞에서 살펴본 동곳을 말한다. 여자들이 사용하는 비녀는 머리 형태의 변화에 따라 비녀의 형태도 바뀌었다. 가체가 유행한 시기의 풍속화에는 비녀가 잘 보이지 않는다. 머리를 고정하기 위해 비녀를 사용한 것으로 보이지만, 대부분 나무로 만든 비녀였는지 붉은색이나 검정색 댕기만 보인다. 그러나 19세기 말 이후에 그려진 그림에는 쪽을 진 머리에 화려하고 다양한 비녀가 보이기 시작한다. 동아 대학교 박물관 소장 미인도의 주인공 머리는 느슨하게 내린 쪽머리이고 쪽에는 산호로 보이는 비녀를 하고 있으며, 엄지손가락에도 산호 반지를 끼고 있다. 또 채용신(蔡龍臣, 1850∼1941)이 그린 국립 중앙 박물관 소장의 운낭자상(雲娘子像)에도 쪽머리에 뒤꽂이 종류의 장식과 비녀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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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낭자상
운낭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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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녀는 쪽머리를 고정시키기 위한 필수적이고 실용적인 필요에서 사 용하였지만, 점차 장식용으로 역할이 바뀌었다. 쪽머리를 고정시키는 본디의 역할은 살림살이 형편이 아주 어려운 하층민이나 치장을 할 수 없는 상중에 있는 사람들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였다. 상중에는 치장을 할 수 없었으므로, 여자 상제들은 흰 댕기와 흰 비녀를 했다고 한다. 이때 하는 비녀는 막대기 모양으로, 앵두나무 껍질을 벗겨 만들었다. 삼년상을 지낼 때 계속 사용하면 윤이 나서 빨갛게 된다고 한다. 상이 끝나고 나면 흰 댕기와 흰 비녀를 태운다.361)김미자 외, 앞의 책, 151쪽. 이는 최근 1980년대까지 경기도 양평 용문면에서 시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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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녀
비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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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녀는 재료와 모양에 따라 이름을 붙인다. 소재에 따라 나누면 목제류(木製類), 금·은·구리에 금·은도금을 한 금속류, 옥·산호·비취와 같은 보석류로 만든 것이 있다. 비녀의 머리에 해당하는 부분이 어떠한 모양으로 장식되어 있느냐에 따라 비녀 이름이 달라진다. 비녀 머리 모양 장식이 봉황이면 봉잠(鳳簪), 대나무 마디 장식이면 죽절잠(竹節簪), 호두 모양이면 호두잠, 매화 모양이면 매화잠이라고 하였다. 예를 들어 은에다 칠보도금으로 대나무 모양의 머리를 장식하였으면, ‘은칠보죽절잠(銀七寶竹節簪)’이라는 긴 이름을 붙인다.

또한, 비녀를 어떤 행사 때 사용하느냐에 따라 크기가 달라진다. 혼례 때 사용하는 비녀 종류는 은이나 금으로 도금을 하고 칠보로 화려하게 장식하였으며, 길이 또한 50㎝ 안팎으로 매우 크고 길었다. 주로 혼례 때 앞댕기나 고이댕기에 하는 비녀이다. 특히, 조선 후기부터 일제강점기 때 평양 지방에서 거행된 혼례 사진을 보면 매우 큰 비녀를 하고 있다. 이 비녀는 양쪽에서 두 개를 꽂아 무게 중심을 주면서 치장 또한 중복되어 화려하다. 비녀는 1930년대에 우리나라에 퍼머넌트(permanent)가 소개되자 쪽머리가 짧은 파마 머리로 바뀌면서 우리 생활 속에서 점점 멀어졌다.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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