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09권 옷차림과 치장의 변천
  • 제6장 멋스러움과 단아함을 위한 치장
  • 1. 머리치장
  • 댕기
송미경

가체가 유행했을 때는 비녀보다 댕기 장식이 많이 눈에 띈다. 1730년(영조 6)에 그린 필자 미상의 이원기로회도(梨園耆老會圖)에서 기녀들은 18세기 후반에 비해 그렇게 높지 않은 가체를 하고 있으며, 검정색의 제법 긴 댕기를 하고 있다. 이원기로회도와 비슷한 시기에 그려진 것으로 추정되는 『회혼례첩(回婚禮帖)』에서 주인공은 족두리를 하고, 나머지 다른 인물들은 가체로 앞을 장식하고 뒤꽂이와 짧은 댕기를 늘어뜨렸다.

국립 중앙 박물관 소장으로 신윤복이 그렸다고 전해지는 사시장춘(四時長春)의 어린 소녀가 하고 있는 댕기는 붉은색으로 끝이 제비부리처럼 뾰족하다고 하여 ‘제비부리댕기’라 불린다. 혼인한 여인들은 검정색 댕기도 많이 한 것 같다. 신윤복이 그린 『여속도첩(女俗圖帖)』에 보이는 여인은 가체와 왼쪽 끝에 검정색 댕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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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시장춘의 소녀
사시장춘의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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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물로 남아 있는 댕기는 대부분 왕실용과 박물관에 소장된 혼례용 댕기이다. 먼저 왕실용 댕기는 국립 고궁 박물관의 영왕비(英王妃) 유물로 앞댕기와 댕기류가 있다. 그 밖에 단국대학교 석주선 기념 박물관 소장의 덕온공주의 댕기로 끝이 제비부리이고 금박이 전체적으로 찍혀 있다.

조선 후기와 일제강점기에는 각 지방마다 혼례복이 달랐고, 그에 따라 신부 머리를 장식하는 데 사용된 화관이나 족두리, 그리고 댕기의 모습도 달랐다.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알려져 있으며 대부분의 지방에서 쓰던 것이 도투락댕기이다. 일제강점기 때 최남선(崔南善)이 도투락이라는 말은 몽고 기혼녀의 머리 장식으로 쓰이는 것을 ‘도톨’이라고 하는 것으로 보아 몽고풍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근래의 연구 성과에 의하면 ‘도투락(都吐絡)’이라는 용어는 본래 금박을 의미하는 ‘도다익(都多益)’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경국대전』에는 궁중의 물품을 조달하는 상의원(尙衣院)에 소속되어 있는 금박 장인을 ‘도다익장(都多益匠)’이라고 하는 기록도 있다. 그러나 18세기 중반의 궁중 잔치 기록인 『진연의궤(進宴儀軌)』에는 화관이나 쓰개에 사용되는 재료 중에 ‘도토락 금박(道土落金箔)’이라고 써 있다. 그 후 19세기의 『오주연문장전산고』에는 “보요(步搖)는 세속에서 도투락(道吐樂), 방언에는 댕기(繻) 곧 자줏빛 비단으로 된 긴 끈으로 만든 댕기로, 사면에 금화(金華)를 그린 것이다.”고 하였다. 이 시기에는 이미 금박 자체가 아니라 댕기의 명칭으로 사용되고 있다. 즉, 16세기에 ‘도다익’이라고 불렀던 것이 18세기에는 ‘도토락’으로 변한 것을 알 수 있다.362)이은주, 「외재 이단하 내외분 옷」, 『문화재대관』 중요민속자료 2 복식·자수편, 문화재청, 2006, 127∼128쪽. 19세기 전반에는 도토락이라는 금박을 찍은 댕기가 많이 사용되었고, 반드시 혼례용 댕기만 도투락이라고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최남선이 몽고풍이라고 한 장식이 많은 화려한 뒷댕기는 현재까지도 몽골이나 티베트에서 그 풍습을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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댕기 파는 소년
댕기 파는 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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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와 개성 지방의 도투락댕기는 혼인 때 신부 머리의 뒷부분을 장식하는 댕기로, 검정색이나 자주색의 넓은 댕기에 금박을 찍었고 석웅황이나 옥판, 그리고 밀화 등을 장식한다. 도투락댕기와 함께 비녀에 드리는 드림댕기가 있다. 드림댕기는 앞댕기 또는 앞줄댕기라고도 하는데, 앞에서 신부의 귀 양옆에 보이는 댕기로 금박으로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고, 양끝은 작은 진주 장식이 있다. 이를 “전(鈿)이라고 하여 진주와 웅황으로 장식하여 용봉잠 앞뒤에 드리워 걸음걸이의 박자(拍子)로 삼는 것이다.”363)이규경, 『오주연문장전산고』 경사편(經史篇)6, 논사류(論史類)2, 풍속(風俗).고 하였다. 평양 지방에서는 드림댕기를 한쪽으로만 길게 늘어뜨리는데 이를 고이댕기라고 한다. 고이댕기는 검정색이나 자주색 비단에 십장생이나 꽃무늬, 글씨 등을 수놓은 것이 많고 끝은 오므려 오색실로 장식하였다.

뱃씨댕기는 숱이 적은 어린 여자아이의 종종머리를 꾸미는 데 쓰던 것으로 정수리 위에 장식을 하는 댕기의 일종이다. 붉은색이나 자주색 비단 위에 은으로 천도나 꽃 모양을 칠보 장식하여 꾸미고 양 끝에 가늘고 긴 실이나 끈을 달아 종종머리를 땋을 때 함께 땋는다. 그리고 아이들의 굴레 뒤에 다는 굴레댕기나 여인들의 아얌 뒤에 드리는 아얌드림이라는 댕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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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투락댕기
도투락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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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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