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10권 자연과 정성의 산물, 우리 음식
  • 제1장 땅에서 나는 우리 음식 재료
  • 1. 가장 중요한 음식 재료, 곡물
  • 조선시대 곡물의 종류와 품종
박종진

고려시대의 곡물로는 쌀, 보리, 조를 중심으로 기장, 수수, 콩, 팥, 메밀, 참깨 등이 확인된다. 그러면 조선시대에는 어떤 종류의 곡물이 재배되 었으며, 그 품종은 얼마나 되었을까? 『농사직설』, 『금양잡록』, 『산림경제』, 『임원경제지』 등 조선시대에 간행된 농서를 토대로 곡물의 종류와 품종의 수에 대해서 살펴보기로 하자.

<표> 조선시대 곡식의 종류와 품종의 수
책 이름 곡식 종류와 품종의 수 간행 시기
농사직설 볏과 올벼, 늦벼, 밭벼, 기장, 조(2), 수수, 피, 보리, 밀, 봄보리 1429년(세종 11)
콩과 콩, 팥, 녹두
기타 참깨, 들깨(유마, 수임자, 수소자), 메밀, 삼
금양잡록 볏과 올벼(3), 중올벼(차조도, 4), 늦벼(20), 기장(4), 조(15), 피(5), 수수(3), 보리(모,4), 밀(맥, 2) 1475∼1483년
(성종 초)
콩과 콩(태, 8), 팥(7), 녹두(2), 동부, 광장두, 완두
기타 없음
산림경제 볏과 올벼(5), 중올벼(4), 중간벼(중도, 4), 늦벼(24), 기장(4), 찰기장(1), 조(15), 피(5), 수수(3), 보리(모, 4), 밀(2) 18세기 초(숙종대)
콩과 콩(태, 8), 팥(7), 녹두(2), 동부, 광장두, 완두(장두)
기타 참깨, 들깨, 메밀, 율무, 삼
임원경제지 볏과 벼(68), 기장(6), 조(31), 조(3), 수수(7), 옥수수, 피(6), 보리(10), 밀(3), 이맥 1827년(순조 27)
콩과 콩(14), 팥(11), 녹두, 도두, 편두, 완두, 잠두, 강두, 여두, 노두
기타 메밀, 들깨, 참깨
✽괄호 안은 품종의 수

우선 곡물의 종류는 조선 전기의 농서인 『농사직설』부터 19세기의 『임원경제지』까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즉 각 농서에는 벼과 곡물로 벼, 기장, 조, 수수, 피, 보리, 밀이 소개되었고, 『임원경제지』에만 옥수수와 이맥(耳麥, 귀리)이 덧붙여 있다. 또 콩과 곡물로는 콩, 팥, 녹두가 공통으로 소개되어 있고, 『금양잡록』과 『산림경제』에는 동부, 광장두, 완두가, 『임원경제지』에는 여기에 잠두(잠도, 누에콩), 강두(강도, 동부), 여두, 노두 등이 덧 붙여 있다. 기타 곡물로는 참깨, 들깨, 메밀이 중심인데, 『농사직설』에는 삼이, 『산림경제』에는 삼과 율무가 소개된 반면, 『금양잡록』에는 기타 곡물이 없다. 이런 추세는 『세종실록지리지』나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 등의 지리지에서도 확인된다. 즉 『세종실록지리지』의 각도 부세조와 각읍 토의조, 『신증동국여지승람』의 토산조에서는 앞의 농서에 기록되지 않은 곡물로 황해도 황주목의 호밀(唐麥), 함길도 부령도호부와 삼수군의 귀리(鬼麥)(이상 『세종실록지리지』), 갑산도호부의 구맥(瞿麥)만을 찾을 수 있었다. 이런 분석은 이 땅에서 주로 재배되는 곡물은 조선시대 이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다시 확인하여 준다.6)한편 『세종실록지리지』 각도 부세조에는 도미를 갱미, 백미, 세갱미, 상갱미, 점갱미, 점백미, 조미, 유미, 속미, 중미 등으로 분류하고 있는데, 이는 곡물의 품종과 도정 상태에 따른 분류로 보인다. 이것은 당시 조세가 다양한 도정 상태로 징수되었다는 것을 말한다.

다음으로 곡물의 품종에 대해서는 살펴보자. 『금양잡록』에서 각 곡물마다 다양한 품종을 소개한 것은 잘 알려진 일인데, 이것은 이후 곡물 품종 소개의 기반이 되었다. 특히 200여년 지나서 편찬된 『산림경제』에는 중간벼(중도) 네 품종과 찰기장 한 품종을 덧붙인 것 말고는 『금양잡록』의 것을 그대로 옮겨 놓았다. 반면 『임원경제지』에는 각 곡물마다 상당한 양의 새 품종을 소개하였을 뿐 아니라 중국의 주요 품종까지 소개하고 있다. 이것은 19세기에 들어서 조선에서 많은 품종이 개발되었을 뿐 아니라 농학 수준도 한층 발전하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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