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10권 자연과 정성의 산물, 우리 음식
  • 제1장 땅에서 나는 우리 음식 재료
  • 3. 나무에 열리는 음식, 과일
  • 과일의 종류와 오과
박종진

과일은 음식 재료라기보다는 그 자체가 음식이다. 인류가 채집 생활을 할 때 가장 대표적인 채집 대상이 바로 나무 열매였다. 인류가 농경 생활을 시작하면서 식량의 대부분을 농사에 의지하게 되었지만 산이나 들에 있는 나무 열매 역시 중요한 식량 자원이었다. “복숭아와 오얏나무 아래에는 저절로 길이 생긴다.”는 옛 글은 나무 열매가 예로부터 매우 중요한 식량이었음을 말하고 있다. 선사시대에 살던 사람들은 과일을 비롯하여 각종 나무 열매를 많이 먹었겠지만 고고학적으로 도토리나 복숭아 씨앗이 발견된 것을 제외하고는 이와 관련된 구체적인 자료를 찾기 어렵다. 반면에 조선 후기의 농서들에는 당시 재배되던 과일의 종류와 재배 방법이 비교적 상세하게 소개되어 있다. 그 지역에 알맞은 과일나무를 심으면, 봄에는 꽃을 볼 수 있고, 여름에는 그늘을 즐길 수 있으며, 가을에는 열매를 먹을 수 있을 뿐 아니라 그것이 자라서 재목이 되면 모두 자산을 늘리는 방법이 된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삼국지』 「위서 동이전」에 의하면 부여에는 오과가 나지 않는다고 한 반면 마한에는 배같이 큰 밤이 난다고 하였다. 또 『한서』 「지리지」에서는 낙랑에서 대추와 밤이 난다고 하였다. 또한 『삼국사기』에는 복숭아와 오얏에 대한 기록이 있으며, 『삼국유사』에는 밤나무, 산복숭아, 살구에 대한 단편적인 기록이 있다. 한편 통일신라시대의 고문서인 「촌락 문서」에는 촌락별로 호두나무의 수를 기록하고 있다. 이런 기록을 토대로 유추하면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었겠지만 고대 초기부터 한반도 전역에서 주요한 과일은 생산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당시 중요한 과일이 「동이전」 부여조에 보이는 오과(五果)인데, 오과에는 대체로 복숭아, 오얏, 살구, 밤, 대추 등이 포함된다. 비록 부여에서는 이 다섯 과일이 나지 않았을지라도 그 이남 지역에서는 일찍부터 오과를 비롯한 많은 과일이 생산되고 있었을 것이다. 『제민요술』에는 과일류로 대추, 복숭아, 매실, 살구, 배, 밤, 감, 석류, 모과, 능금(임금) 등의 이름이 보이는데, 『제민요술』이 화베이 지방의 농업 기술을 반영하고 있으므로 여기에 소개된 과일은 대부분 한반도에서도 생산되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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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자퇴화문석류형주자(靑磁堆花文石榴形注子)
청자퇴화문석류형주자(靑磁堆花文石榴形注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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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시대의 과일에 대한 체계적인 기록이 없기는 이전 시기와 마찬가지이지만 좀 더 흥미로운 기록도 찾을 수 있다. 우선 고려시대에 먹었던 과일 종류는 대체로 이전 시기와 마찬가지로 복숭아, 오얏, 살구, 밤, 대추 등 오과를 비롯하여 배, 잣, 호두 등이며, 그 외에도 포도와 감귤류에 대한 기록도 보인다. 우선 『고려도경』에는 잣, 밤, 앵두(함도), 개암, 비자, 능금(내금), 오얏(청리), 복숭아, 배, 대추 등을 소개하였는데, 특히 밤은 복숭아만큼 크고 달며, 질그릇에 담아 흙속에 묻어 보관하는 법까지 소개하고 있다. 『향약구급방』에서도 대추, 복숭아, 밤, 감, 배, 도토리, 호두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조선시대의 과일에 대한 자료는 이전 시기에 비하면 훨씬 풍부하다. 우선 조선 후기의 농서에는 과일의 종류와 재배법이 정리되어 있다. 대표적인 것으로 『산림경제』에는 잣, 밤, 대추, 호도, 은행, 배, 복숭아, 살구, 오얏, 앵두, 모과, 포도, 사과(楂果), 능금(林檎)의 재배법이 기록되어 있으며,19)홍만선(洪萬選), 『산림경제(山林經濟)』 권2, 종수(種樹). 『임원경제지』 「만학지(晩學志)」에는 오얏(李), 살구(杏), 매실(梅), 복숭아(桃), 밤, 대추, 배, 당리(棠梨), 능금류(柰·蘋科, 임금), 감, 군천자(君遷子), 토마토(蕃枾), 안석류(安石榴), 앵두(櫻桃), 모과(木瓜), 은행, 호도, 개암(榛), 잣(海松子), 도토리(橡), 귤류(橘, 柑), 유자, 비자, 무화과(이상 과류(菓類)), 포도(이상 덩굴류(蓏類))의 특성과 재배법이 소개되어 있다. 여기서 주요 과일은 그 이전 시기와 비슷하다는 사실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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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도도(仙桃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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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도(枾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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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도문대작』에는 과일의 종류와 품종의 특징이 소개되어 있다. 즉 배 종류로 천사배·금색배·검은배(현배)·붉은배(홍배)·대숙배, 감귤 종류로 금귤·감귤·청귤·유감·유자, 감 종류로 조홍시·오시·각시, 복숭아·오얏 종류로 앵두·살구·자두·황도·녹이·반도·승도, 그 밖에 포도·모과·달복분 등 주요 과일의 품종과 특산지를 소개하고 있다. 이는 조선시대에 들어와 과일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지고 그에 따라 재배 기술 도 발달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주요 농서에 기록된 과일을 정리하면 표 ‘과일의 종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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