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10권 자연과 정성의 산물, 우리 음식
  • 제2장 국가 의례의 음식
  • 2. 경건하면서도 기쁘게 제사를 지내다
  • 길례에 올리는 희생
임혜련

길례 가운데 대사에 해당하는 종묘 대제와 사직 대제에는 희생(犧牲)이라 하여 제물로 날고기를 올렸다. 희생은 살아 있는 짐승을 죽여서 신에게 바친다는 뜻이다.79)이성우, 『한국 식품 사회사』, 교문사, 1984, 18쪽. 조선시대에 쓰인 희생으로는 소·양·돼지가 있다. 소는 대뢰(大牢)라고도 하는데 큰 희생물이라는 뜻으로 농경민의 대표적인 희생 제물이며, 가장 고귀하게 여기는 가축을 바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양은 소 못지않은 희생 제물이다. 신라에서는 제사를 지낼 때 풍년이면 대뢰인 소를 쓰고, 흉년이면 소뢰인 양을 썼다는 기록이 있다. 오래전부터 양을 희생으로 써 왔으며, 돼지 또한 소와 함께 오래전부터 희생으로 썼다.

희생의 상태는 종묘 대제와 사직 대제를 지내기 하루 전에 점검하였다. 종묘에서는 전사청(典祀廳) 앞에 있는 성생판(省牲版)에서, 사직에서는 성생위(省牲位)에서 각각의 희생이 제수로 사용해도 적합한지를 살폈다. 제사에 쓰이는 희생은 모두 우리에서 기르고, 매질하여 손상시켜서는 안 되며, 죽으면 묻어 주고, 병에 걸린 것은 다른 것으로 대체하여야 한다. 희생을 살핀 후에 칼날의 끝이 예리하고 방울이 달린 난도(鑾刀)를 사용하여 잡는다.80)『국조오례의서례』 권1, 길례, 성생기(省牲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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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묘 전사청
종묘 전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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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묘 대제와 사직 대제에 올리는 희생은 조에 담았다. 우선 소·양·돼지의 날고기를 변과 두 앞에 놓는데, 우성(牛腥)·양성(羊腥)·돈성(豚腥)이라 부른다. 그중에서 양과 돼지는 넓적다리(脾)·어깨(肩)·갈비(脅) 각 2짝과 등심(脊)을 올렸는데 이를 칠체(七體)라고 한다. 이상의 날고기와 함께 익힌 고기도 올렸다. 두의 오른쪽에 3기의 조를 올렸데, 여기에는 삶은 소와 양의 장·위·폐와 삶은 돼지 껍질을 담았다.81)『종묘의궤』 종묘오향대제설찬도설 ; 『사직서의궤』 대향정배위찬실도설(大享正配位饌實圖說). 제사를 드릴 때 이러한 희생으로 올리는 제수들은 제사의 중간에 올린다. 제사 하루 전날에는 신주들을 미리 준비해 놓고, 제사 당일에는 제수들을 설치한다. 그 후 제사를 지낼 왕과 관원들이 자리한 다음 익힌 제수와 날고기 제수를 차례로 들여와 올리고, 희생들을 올린 이후에 술을 올리는 작헌례(爵獻禮)를 진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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