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10권 자연과 정성의 산물, 우리 음식
  • 제3장 특별한 날, 특별한 음식
  • 1. 첫날, 첫국밥
  • 출생의 첫국밥
윤성재

길고 힘든 진통이 끝나고, 무사히 아기를 낳은 산모는 첫국밥을 먹는다. 첫 국밥은 흰 쌀밥과 미역국으로 되어 있다. 이때 밥 짓는 쌀을 산미(産米)라 하여 소중히 여겼는데, 미리 좋은 쌀을 싸라기 하나 없이 골라 따로 두었다가 해산한 산모에게만 이것으로 밥을 지어 먹인다. 첫 국밥의 미역국은 아기의 수명장수(壽命長壽)를 기원하는 뜻에서 장곽(長藿), 즉 꺾거나 자르지 않은 긴 미역으로 끓인다. 만약 미역을 꺾거나 자르면 산모가 아기를 낳을 때 쉽게 낳지 못한다고 하여 조심스레 다룬다.

또 첫국밥의 미역국은 고기를 넣지 않거나 말린 홍합을 넣고 간장과 참기름만으로 끓인다. 이것을 소(素) 미역국이라고 하는데, 출산 직후의 산모에게 주는 것이기 때문에 살생을 피한다는 뜻에서 고기를 넣지 않았다. 산모에게 미역국을 먹이는 이유는 미역에 요오드(iodine)가 많이 함유되어 있어 모유 분비에 도움이 되며, 어혈을 풀어 주는(破血) 성분이 있어 상처를 잘 아물게 하기 때문이다.133)이능화(李能和), 『조선 여속고(朝鮮女俗考)』, 한남서림, 1927 ; 김상억 옮김, 『조선 여속고』, 동문선, 1990, 281쪽. 한편으로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는 미역이 많이 나서 연중 어느 때나 쓸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편 미역국 이외에 아욱국도 산모가 많이 먹은 음식이다. 미역을 잘 구할 수 없는 지역이거나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한 집안에서는 텃밭의 아욱(葵)으로 국을 끓여 미역국을 대신하였다. 1943년에 이용기(李用基)가 쓴 『조선 무쌍 신식 요리 제법(朝鮮無雙新式料理製法)』에는 아욱이 몸을 보한다 하여 시골에서는 산모가 미역 대신에 아욱을 먹는다고 하였다.134)이용기(李用基), 『조선 무쌍 신식 요리 제법(朝鮮無雙新式料理製法)』, 영창서관, 1943. 실제로 아욱 뿌리는 모유가 부족할 때 먹으면 젖을 잘 낸다고 하며, 산후 몸조리에 좋은 음식이다.

첫 국밥 이외에 산모의 음식은 평소에 먹는 음식과 달리 자극이 있는 것이나 단단한 것, 찬 것 등을 피하여 산모의 치아나 잇몸이 상하지 않도록 배려한다. 때문에 보통 때에는 밥·국·김치로 상을 차리지만, 산모를 위한 상차림은 김치 종류를 빼고 밥과 국만을 올리는 것이 일반적인 상차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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