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10권 자연과 정성의 산물, 우리 음식
  • 제3장 특별한 날, 특별한 음식
  • 3. 국수는 언제 먹여 주나
  • 폐백 드리기
윤성재

시가(媤家)에 처음 간 신부는 시부모(舅姑)를 처음 뵙고 인사를 드린다. 이것을 현구고례(見舅姑禮)라 한다. 먼저 신랑이 두 번 절한 후, 신부가 시부모에게 각각 네 번 절하고 술과 안주를 드린다. 이때 드리는 음식을 ‘폐백(幣帛)’이라고 하며, 이 절차를 ‘폐백 드린다’고 한다. 지금 풍속에서는 신랑과 신부가 함께 부모에게 절을 하고 대추나 밤을 치맛자락에 받는 것을 폐백이라 하지만, 본디 의미는 신부가 시부모에게 처음으로 인사드리는 것이기 때문에 혼자 절을 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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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 폐백상
현대의 폐백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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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폐백 음식으로 대개 대추(밤) 폐백과 고기 폐백, 술을 올렸다. 대추는 두어 되 정도로 하여 한 그릇을 올리며, 고기 폐백은 대개 꿩고기로 포를 뜬 것이며, 간혹 소고기로 편포를 만들어 썼다.166)황비수, 앞의 책, 우례(于禮) ; 문옥표 외, 앞의 책, 179쪽. 그리고 이것을 마련 하기 어려운 형편이면 밤과 건어(乾魚)를 사용하였다.167)정약용(丁若鏞), 『여유당전서(與猶堂全書)』 권23, 가례작의(嘉禮酌儀) ; 문옥표 외, 앞의 책, 206쪽. 현재는 밤과 대추를 홍실에 꿰고 소고기를 이용하여 편포나 육포로 폐백을 차린다. 편포는 소고기를 갈아 갖은 양념으로 조리하여 빚어 찐 것이며, 육포는 소고기 포로 뜨고 양념하여 그늘에 말린 것이다. 지역에 따라 닭을 쓰기도 하는데, 닭을 찌고 여러 가지 고명과 색지로 화려하게 장식한 것이다. 그렇게 준비하여 시아버지에게는 대추(밤)를 올리고, 시어머니에게는 고기를 올린다. 원래 시아버지와 시어머니는 절을 받으며 대추나 포를 쓰다듬는다고 한다. 그러다가 1900년대 예서에는 시아버지는 절을 받는 동시에 대추 한두 개나, 혹은 대추를 씹고 그 씨를 신부에게 던져 준다고 하였다. 대추를 시아버지에게 올리는 것은 장수를 기원하는 것이고, 대추나 그 씨를 신부에게 던지는 것은 아들 낳기를 바라는 의미이다.168)황비수, 앞의 책, 우례 ; 문옥표 외, 앞의 책, 181쪽. 대추는 태몽의 해석에서 남아를 뜻하는 것이어서, 남아의 출생을 기원함도 알 수 있다. 그래서 신부는 받은 대추와 밤을 모두 먹어야 하며 아무리 많은 양이라도 남과 나누어 먹어서는 안 되었다. 요즘에는 신랑과 신부가 같이 절을 하면 시부모가 신부의 치마폭에 밤과 대추를 던지는데, 이는 그 숫자만큼 많은 자식을 낳으라는 의미라고 한다. 그래서 신부는 받은 대추와 밤을 모두 먹어야 하며 아무리 많은 양이라도 남과 나누어 먹어서는 안 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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