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10권 자연과 정성의 산물, 우리 음식
  • 제3장 특별한 날, 특별한 음식
  • 3. 국수는 언제 먹여 주나
  • 손님에게 드리는 장국상
윤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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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 누르는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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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치에 참석한 많은 하객에게는 음식을 풍성하게 제공한다. 그 가운데 빠지지 않고 오르는 것이 국수이다. 우리나라 풍속에는 기쁘고 좋은 일에는 손님에게 국수를 대접하고, 흉하고 슬픈 일에는 밥을 대접하였다. 그래서 백일이나 돌잔치, 혼례, 회갑 등에는 국수로 손님을 대접하였고, 상례(喪禮)에는 밥으로 손님을 대접하였다. 누구를 대접하 든지 국수 대접은 밥 대접보다 나았고 국수 대접에는 편육 한 접시라도 놓게 되므로 손님 대접에 안성맞춤이었다. 또 국수 가락이 길어서 그 길이만큼이나 장수하라는 축원을 담기도 했기 때문에 축하할 일이 있으면 반드시 상에 올리는 음식이 국수이다. 그래서 손님 대접상을 국수잔치라고 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는 밀가루(眞末)가 귀했기 때문에 국수는 대개 메밀가루로 만들어 먹었다. 고려시대 문헌에도 등장하는 국수는 맛이 뛰어나 중국 사신이 십여 종류의 음식 중 국수 맛이 으뜸이라고 했을 정도였다.175)서긍, 『고려도경(高麗圖經)』 권33, 궤식. 정약용은 아버지의 회갑날 여러 손님을 모시고 잔치를 하였는데 손님들에게 붉은 국물에 국수를 말아 내었다.176)정약용(丁若鏞), 『다산시문집(茶山詩文集)』 권1, 「부친의 생신에 여러 손님을 모시고 연회를 베풀며-회갑이었다」, “국수 뽑아 붉은 가닥 차갑고요, 오이 담가 푸른 조각 신선하여라” 이때 말아낸 국수는 아마도 홍사면(紅絲麪)이었을 것이다. 새우(鮮蝦)를 깨끗이 씻어 갈고, 천초(川椒)와 소금, 물 다섯 되을 넣고 익혀, 즙을 걸러 맑게 가라앉혀 메밀가루와 콩가루(豆粉)를 넣고 반죽하여 두었다가 적당한 굵기로 썰고 삶으면 그 국수가 자연 붉은 색을 띠게 된다.177)홍만선(洪萬選), 『산림경제(山林經濟)』 권2, 치선(治膳), 국수(粉麪)·떡(餠)·엿(飴). 회혼례에 녹쌀로 국수 가락을 만들고 부조로 국수 고명을 받는 모습은 이태용의 동뢰수연에서 본 것과 같다. 이는 국수 고명만을 따로 부조로 받을 만큼 잔치에서 국수 소비가 매우 많았으며, 한편으로 잔치에서 손님을 대접하는 최고의 음식이 국수였음을 보여 주는 것이기도 하다.

국수는 계절마다 상에 오르는 것이 달랐다. 우선 봄이면 도미국수를 차렸다. 도미국수는 도미 뼈와 대가리로 장국을 끓이고, 도미살은 지져서 국수 위에 고명으로 얹는 것이다. 여름에는 메밀국수로 냉면을 한다. 우선 양지머리로 육수를 내어 김치국과 섞고, 육수를 낸 양지머리 편육을 썰고, 얼음을 깨뜨려 놓는다. 거기에 국수와 양념을 얹고 배와 황백 지단, 소금에 절인 무채와 오이를 올리면 된다. 겨울에는 뜨거운 국물로 육수를 내고 국수장국을 말았다. 반찬으로는 천엽, 생선저냐나 생선찜 등을 기본으로 올리고, 여름에는 편육과 전을, 겨울에는 떡볶이나 신선로를 더하여 상을 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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