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10권 자연과 정성의 산물, 우리 음식
  • 제3장 특별한 날, 특별한 음식
  • 4. 돌아가신 분도 산 사람처럼
  • 초종 의식의 사잣밥과 죽부의
윤성재

실제로 행해지고 있는 초종의 절차 가운데 예서의 내용과 차이나는 것으로 초혼 다음에 오는 사잣밥(使者床) 차리기가 있다. 사잣밥이란 죽은 이를 데려가는 저승사자에게 주는 밥인데, 이 밥상은 소반이나 채반에 담아 대문 밖의 담 옆이나 지붕 모퉁이에 놓았다가 발인할 때에 치우는 것이 풍습이었다. 차리는 것은 밥 세 그릇, 짚신 세 켤레, 동전 세 닢이다. 저승사자는 보통 세 명이라 하여 밥을 세 그릇 차린다. 동전 세 닢은 저승 가는 노잣돈이며, 짚신은 먼 길에 갈아 신으라고 준비한다. 원래 사자상에는 반찬을 놓지 않는데 지방에 따라 간혹 간장을 놓기도 한다. 간장을 차리는 까닭은 사자들이 간장을 먹으면 목이 말라 물을 자주 찾게 되고 물을 마시러 되돌아 올 때 죽은 이도 함께 되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다. 그러나 양반가에서는 이것이 예에 어긋난다 하여 차리지 않기도 한다.179)장철수, 『한국의 관혼상제』, 집문당, 1995, 151쪽. 구한말 이사벨라 버드 비숍(Isabella Bird Bishop)은 한국 여행 중에 사자상 차림을 보았는데, “세 명의 사자를 위해 밥 세 그릇과 짚신 세 켤레, 호박을 차린다. 그리고 30분이 지나면 짚신은 태우고 호박을 깨고 사잣밥은 멀리 던진다.”고 하였다.180)비숍, 신복룡 역주, 『조선과 그 이웃 나라들』, 집문당, 2000, 282쪽.

같은 사잣밥이라도 궁중은 양식이 달랐다. 김용숙의 『조선조 궁중 풍 속 연구』에 따르면, 궁중에서는 왕이 승하하면 침전 뒤뜰에 멍석을 먼저 깔고 그 위에 화문석(花紋席)을 깔고 그 위에 다리가 긴 제상(祭床)을 놓고 그 위에 모란병(牧丹屛)을 친다. 상(床) 위에는 좌우의 와룡(臥龍) 촛대에 불을 밝히고, 오른쪽에는 놋그릇에 흰밥을 가득 담아 놓고, 왼쪽에는 술 한 동이를 놓는데, 이것은 저승사자, 곧 일직사자(日直使者)와 월직사자(月直使者)를 대접하는 것이다. 상 아래 화문석 뒤에는 미투리 일곱 켤레를 놓는다. 또 병풍의 좌우에 호랑이 가죽과 왕의 두루마기를 걸쳐 놓고 왕의 시신을 관에 안치할 때까지 이 상태로 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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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상(初喪)
초상(初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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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상을 당하면 사흘 동안 음식을 만들지 않고 굶기 때문에 친지들이나 이웃집에서는 초상집에 미음과 죽을 쑤어 동이에 담아 이고 가서 상주에게 먹도록 권하던 풍습이 있었다. 상을 당한 사람은 성복 때까지 사흘간 음식을 먹지 못하는 것이 원칙이었다. 예서에는 사람이 죽은 지 4일 만에 남녀 상제들이 오복(五服)으로 갈아입으며 곡을 하고, 상주는 이때부터 죽을 먹기 시작한다고 하였으나, 사실은 어른들이 강권하면 성복 이전이라도 죽을 조금 먹을 수 있었다. 서울 풍속에 사람들이 팥죽을 사철 즐겨 먹었는데 특히 이웃집에 초상이 나면 팥죽을 쑤어서 동이로 날라다 주었으며, 흰죽이나 콩죽이 아니라 반드시 팥죽이었다고 한다. 상주들이 곡하느라 목이 칼칼하여 밥이 넘어가지 않으므로 부드러운 죽으로 부조한 것이다.181)배영희 외, 『(조상의 지혜가 담긴) 한국의 죽』, 한림 출판사, 2001, 141쪽. 특히 집안 사돈인 경우 가장 먼저 죽부의(粥賻儀)를 하는 것이 전통적인 풍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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