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10권 자연과 정성의 산물, 우리 음식
  • 제4장 명절 음식 , 그 넉넉함의 향연
  • 3. 진달래꽃으로 지진 삼짇날 화전
  • 붉게 물든 화면·수면
이정기

『동국세시기』에는 화전 외에 화면(花麪)이나 수면(水麵)도 삼짇날의 절식이라고 하였다. 화면은 녹두가루를 반죽하여 익힌 후 가늘게 썰어 오미자국에 띄우고 꿀을 섞어 잣을 곁들인다. 또는 녹두가루에 진달래꽃을 섞어서 반죽하여 면을 만들기도 하고, 그냥 녹두로 국수를 만들기도 한다. 수면은 녹두로 국수를 만들거나 국수를 붉게 물들여서 그것을 꿀물에 띄운 것이다. 화면과 수면 둘 다 차게 해서 마시는 우리나라 고유의 음료인 화채의 한 종류이다. 화면은 오미자국에 띄우기 때문에 붉은 색을 띠게 되고, 수면은 꿀물이라 색이 없지만 대신에 면을 붉게 물들여 만든다. 그래서 다 만든 다음 화면과 수면을 보면 둘 다 붉은 색이 감도는 화사한 색감을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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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전, 화면, 수면 같은 음식은 삼짇날의 시절 음식이며, 제사 때 사용한다. 삼짇날에 제사를 지낸다니 매우 생소하다. 삼짇날에는 어떤 제사를 지낼까? 19세기 초에 편 찬된 『열양세시기』에는 우리나라 풍속에 기제사(忌祭祀)는 중히 여기면서도 시제사(時祭祀)를 중히 여기지 않는 것은 잘못되었다고 하면서, 조선시대 유교로 인해 시제사를 중요하게 여기게 된 것을 칭찬하고 있다. 그런데 사계절에 모두 시제를 지내야 하는 것이지만, 대개 많은 사람들이 봄의 삼짇날과 가을의 중양절에는 시제를 지낸다고 하였다. 앞서 말한 삼짇날에 지내는 제사는 바로 시제를 말하는 것이다. 요즘도 시제를 봄가을에 두 번 지낸다. 이와 관련하여 『고려사』에도 삼짇날 선종이 아버지 문종의 반혼당에 가서 상사제(上巳祭)를 거행하려 하였다는 기록이나 창왕이 태조 진전에 제사를 지냈다는 기록이 있다. 이런 까닭으로 삼짇날을 상사일(上巳日)이라고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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