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10권 자연과 정성의 산물, 우리 음식
  • 제4장 명절 음식 , 그 넉넉함의 향연
  • 4. 수레바퀴 모양의 쑥절편, 단오 수리취떡
  • 실체가 모호한 창포주와 각서
이정기

고려시대에는 단오에 먹는 음식으로 창포주(菖蒲酒)와 각서(角黍)가 확인된다. 『동문선(東文選)』에 단오에 대해 읊은 시에 “고향 근심은 각서와 같이 길고, 세상맛은 창포주와 같이 쓰네”라고 하였다. 조선시대에도 창포주와 각서는 단오에 빼놓을 수 없는 음식으로 쳤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둘은 어떠한 모양의 음식이며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대해 알 수 있는 자료가 없다.

창포주는 창포를 이용한 단오의 여러 풍속과 관련이 있겠다. 단오에는 창포를 우려낸 물에 목욕을 하거나 머리를 감기도 하고, 창포 뿌리를 깎아 비녀를 만들어 머리에 꽂기도 하였다. 이렇게 쓰임이 다양한 창포로 빚은 술이 창포주이다. 『해동죽지』에 창포물로 머리를 감으면 모든 병이 없어진다고 읊고 있다. 실제로 창포물에 머리를 감으면 머릿결이 부드러워지고 향기도 좋다고 하여 지금까지도 민간에서 전승되고 있다. 『동국세시기』에 창포 뿌리로 만든 비녀 끝에 붉은 칠을 하여 머리에 꽂으면 재액을 물리칠 수 있다고 믿었다. 이처럼 창포는 병을 없애고 재액을 물리치는 벽사(辟邪)의 의미를 담고 있다. 창포주도 같은 의미에서 이해할 수 있겠다. 『동의보 감』에 보면 창포주는 창포 뿌리에서 나오는 즙을 찹쌀과 함께 섞어 담그는 술로 여러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서술하였다. 실제로 조선시대 문집에서 확인할 수 있는 창포주에 관한 설명을 정리해 보면, 색은 푸른빛을 띠며 간혹 창포잎을 띄워 마시기도 하는데 매우 향기로운 냄새가 난다고 하였다. 그리고 제주(祭酒)로 사용하고 묘제를 지낸 후 산소에 창포주를 붓기도 한다고 하였다. 창포를 이용한 음식 중에 창포김치(菖歜)도 확인되는데,218)권근(權近), 『양촌집(陽村集)』 권5, 「단오일차이대제시운(端午日次李待制詩韻)」. 이 또한 어떠한 음식인지 전혀 알 수 없다.

확대보기
꽃창포
꽃창포
팝업창 닫기

각서도 실체가 모호하기는 마찬가지이다. 『동국세시기』와 『열양세시기』에도 각서를 단오 절식으로 들고 있지만 더 이상의 설명은 없다. 대신 『성호사설(星湖僿說)』 「만물문(萬物門)」에 “우리 풍속에 단오 때 밀가루로 둥근 떡을 만들어 먹는데 고기와 나물을 섞어 소를 넣는다. 줄잎처럼 늘인 조각으로 겉을 싸서 양쪽에 뿔이 나게 한다.”라고 하였는데, 여기에서 설명한 것이 각서인 듯하다. 양쪽을 뿔이 난 것처럼 각이 지게 만든다고 하였으니 각서의 이름과 상통한다. 각서는 기록에만 보이고 실제 어떠하였는지 알 수 없지만, 단오 제사에 제물로 떡을 대신하여 각서가 올랐다고219)고상안(高尙顔), 『태촌집(泰村集)』 권3, 유훈(遺訓). 하니 역시 단오 절식으로 중요한 음식이었던 것은 분명하다.

개요
팝업창 닫기
책목차 글자확대 글자축소 이전페이지 다음페이지 페이지상단이동 오류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