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10권 자연과 정성의 산물, 우리 음식
  • 제4장 명절 음식 , 그 넉넉함의 향연
  • 4. 수레바퀴 모양의 쑥절편, 단오 수리취떡
  • 쑥향 그윽한 수리취떡
이정기

단오 절식으로는 수리취떡이 훨씬 더 유명하다. 『동국세시기』에는 단오 절식으로 수레바퀴 모양을 낸 쑥떡을 들고 있다. 쑥잎을 따다가 짓이겨 쌀가루에 섞어 녹색이 나도록 쳐서 떡을 만드는데, 떡에 수레바퀴(車輪) 모양의 무늬를 찍어 만든다. 요즘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쑥절편으로, 떡살 무늬가 ‘⊗’의 모양을 띤 것이다. 떡을 파는 집에서는 단오에 이 떡을 내다 판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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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취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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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세시기』에는 단오를 술의일(戌衣日)이라고 하였으며, 이를 세속에서는 수릿날이라고도 하였다. 술의와 수리는 우리말로 수레(車)라는 뜻이니, 단오에 수레바퀴 모양의 떡살무늬가 찍힌 수리취떡을 해먹었기 때문이리라. 『악학궤범(樂學軌範)』에 실려 있는 고려 속요 「동동(動動)」에 “오월(五月) 오일(五日)애 아으 수릿날 아약(藥)은 즈믄  장존(長存)샬 약(藥)이라 밥노이다.” 하여 단오를 우리말로 수릿날이라 표현하였다. 역시 단오 절식으로 수레바퀴 떡살 무늬를 낸 쑥떡이 상당히 유명하였던 듯하다. 그런데 단오를 의미하는 수릿날에 대해 『열양세시기』에서는 중국 초(楚)나라 굴원(屈原)의 이야기를 빌어 조금 다른 입장을 제시하였다. 굴원은 왕에게 자신의 뜻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5월 5일 멱라수에 몸을 던져 죽었다. 이때 이 지방 사람들은 물고기가 굴원의 시체를 뜯어먹을까봐 물고기밥으로 종자(粽子)를 물에 던져 굴원의 시체를 건져냈다고 한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5월 5일에 종자를 만들어 먹는 풍속이 있었다. 곧 수릿날의 어원을 ‘수뢰일(水瀨日)’에서 찾고, 단오에 수뢰에 빠져 죽은 굴원에게 제사한다고 하였다.

여기에서는 수레바퀴 모양의 쑥떡에 대한 언급은 없지만, 『동국세시기』와의 연결성을 따르자면 수릿날에 대한 어원은 달라도 수뢰와 수레의 발음이 비슷하기 때문에 생겨난 것 같다. 수레바퀴 모양으로 찍어 낸 쑥떡을 『경도잡지』에서는 수리취(戌衣翠)라고 하였는데, 떡의 무늬와 색깔을 모두 나타내 주고 있으므로 단오에 먹는 쑥떡을 수리취떡이라고 할 수 있다.220)『세시풍요』 5월5일 시에서는 술의(戌衣)를 한자 설명 그대로 ‘옷을 단장한다’는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 곧 단오에 여자들이 녹색(혹은 흰색) 저고리와 붉은 치마로 새 옷을 해 입는 것을 말한다. 이를 단오빔이라고 하며 창포물에 머리 감고 창포비녀를 꽂고 단오빔을 입는 것을 단오장이라고 하는데, 잡귀를 없애기 위해 하는 단장이다. 그리고 『세시풍요』에는 푸른색을 띠는 쑥을 특히 수리취라고 하는데, 단오에는 수리취의 어린잎으로 수리취떡을 해 먹는다고 하였다. 수리취의 어원과 쑥을 수리취라고 부르는 것 중 어느 것이 먼저이고 어느 것이 나중인지는 알 수 없다.

쑥은 보통 봄에 새로 나온 것이 가장 연하고 향이 좋아 삼짇날 절식으로도 애용되었다. 그 시기가 지나면 질겨지거나 쓴 맛이 나기도 한다. 쑥이 질기거나 쓴 맛이 나면 끓는 물에 잠깐 데쳐 내어 사용하면 좋다. 그리고 봄에 캐 놓은 쑥을 말렸다가 사용할 경우에는 물에 불린 후 삶아서 냉수에 헹궈 내어 사용하면 된다.221)방신영(方信榮), 「떡 만드는 법」, 『조선 요리 제법(朝鮮料理製法)』, 한성 도서 주식회사, 1942. 『조선 무쌍 신식 요리 제법』에는 쑥을 녹용과 종유(鍾乳)에 비유하면서 쑥떡은 몸을 보해 주는 음식이라고 하였다. 그러므로 쑥떡은 사시사철 먹을 수 있는 음식이지만, 단오에 먹는 수리취떡처럼 특정한 모양에 특별한 의미를 담아 절식으로 삼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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