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10권 자연과 정성의 산물, 우리 음식
  • 제4장 명절 음식 , 그 넉넉함의 향연
  • 4. 수레바퀴 모양의 쑥절편, 단오 수리취떡
  • 신명나는 그네뛰기
이정기

『고려사』에는 단오에 하던 놀이로 격구(擊毬), 석전(石戰), 그네뛰기(鞦韆)의 기록이 있다. 특히 그네뛰기는 단옷날의 대표적인 놀이로 꼽히어 여러 사람이 그 아름다움을 시로 읊기도 하였다. 그네를 뛸 때의 여인의 모습을 선녀에 비유하면서 밀어 올라갈 때에는 선녀가 달나라로 가는 듯하고, 내려올 때에는 선녀가 하늘에서 내려오는 듯하다고 노래한다. 조선시대에는 그네뛰기의 아름다움에 대한 표현이 좀 더 자세하다.

그네의 줄은 채색 옷감으로 장식하여 그네를 뛸 때마다 화려한 색감이 춤을 추는 듯하다. 단오에 여인들은 흰색 모시 저고리와 붉은색 치마를 입는데, 흔들리는 그넷줄과 펄럭이는 여인의 치맛자락은 보는 사람의 마음을 크게 동요시켰을 법하다. 그래서 어느 집 자제가 지나가다 처자의 그네 뛰는 모습을 보고 그만 넋을 잃어 그 자리에 서서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고 노래한 시도 있다. 그네 뛰던 춘향이에게 온통 마음을 뺏겨버린 이몽룡처 럼 말이다. 단오에 남녀가 그네 뛰며 북 치고 피리 부는 놀이를 금하였다는 기록222)『고려사절요(高麗史節要)』 권16, 고종 33년 5월.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겠다. 그네 뛰는 모습을 ‘반선(半仙)’이나 ‘반선(伴仙)’에 비유했던 옛 선인의 생각에 십분 공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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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오에 그네뛰기를 하는 것에 대해 조선의 문인 고상안(高尙顔, 1553∼1623)은 『태촌선생문집(泰村先生文集)』에서 중국은 반드시 장등(張燈)을 상원에 하고 반선을 한식에 한다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사월 초파일에 등석을 하고 단오에 반선을 즐긴다고 하였다. 이는 우리나라의 날씨가 중국과 다르기 때문에 상원일 밤에는 추위가 뼛속까지 스미고 한식 때에는 바람이 강해 다스릴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하였다. 그의 설명에도 일리가 있다.

단오 절식인 수리취떡이 쑥향은 그윽하나 모양과 맛이 단조로운 것에 비하여 그네뛰기는 화려하고 역동적인 모습을 담아 단오의 신명을 더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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