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12권 역사 속 외교 선물과 명품의 세계
  • 제3장 우리 옷감과 염료의 멋과 아름다움
  • 2. 옷감의 멋과 아름다움
  • 선사시대의 의복 생활
김병인

인간이 돌로 간단한 도구를 만들어 사용하고 자연물로 만든 것을 몸에 장식하며 생활하기 시작한 것은 구석기시대로 추정된다. 구석기시대 이후 인류 문명의 발상기인 신석기시대가 시작된 기원전 1만 년경에는 기후가 전반적으로 따뜻해지기 시작하였고, 농경과 목축이 이루어졌으며, 저장 용구인 토기를 만들고, 동물의 털과 식물의 줄기, 식물의 종자모 등을 이용하여 실을 만드는 방적 기술도 발명하기에 이르렀다.

선사시대에 한반도에 살았던 사람들이 입었던 옷의 실물은 남아 있지 않다. 특히 구석기시대의 유적에서는 의복과 관련된 자료가 전혀 발견되지 않아 더욱더 알 수 없다. 그러나 인류학의 연구 성과를 종합해 볼 때 선사시대에는 사람들이 나무의 잎과 껍질, 그리고 동물의 가죽이나 털로 몸을 가려 추위를 막았을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한반도에도 원시적이기는 하지만 이와 비슷한 의복이 있었을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한편, 신석기시대 유물 중에는 의복에 관련되는 것이 여러 개 남아 있어 이를 통해 당시의 의복에 관한 사정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함경북 도 웅기군 서포항의 신석기 주거 유적지에서 발견된 흙으로 만든 가락바퀴가 대표적인 예이다. 이들은 처음에는 뼈바늘을 사용하여 짐승의 가죽을 꿰매어 옷을 만들었을 것이다. 그러다가 돌을 원형으로 깎아서 가운데에 구멍을 뚫어 만들거나 흙으로 빚어 가운데에 구멍을 뚫고 불에 구워 만든 가락바퀴를 이용하여 짐승의 털이나 삼베(마) 등의 재료로 옷감을 짜서 옷을 만들기도 하였다. 여기에서 뼈바늘은 꿰매는 재봉용, 가락바퀴는 천을 짜는 방직용 도구였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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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락바퀴와 뼈바늘
가락바퀴와 뼈바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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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동기 문화가 수용된 이후 사회의 발전과 더불어 옷을 짓는 방법도 발전하여 의복도 변화되기에 이른다. 비록 이에 관한 실물이 남아 있지 않지만, 당시의 유물에서 자취를 엿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대전 괴정동에서 출토된 방패 모양의 농경 무늬 의기(儀器)에 두 사람이 보이는데, 성인 남성은 상투를 틀고 미혼 남성은 머리를 풀어 헤친 모습으로 바지저고리를 입고 있음이 어렴풋이 나타나 있다. 또한 청동기시대의 유적지 대부분에서 가락바퀴가 출토되고 있으며, 특히 망추(網錘)가 출토된 사실로 미루어 그물을 만들었음을 알 수 있다. 그물은 세계의 거의 모든 지역에서 직물(織物)을 만들기에 앞서 제작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방추(紡錘)는 실을 만들 때 사용하는 기구로 방적(紡績)이나 제직(製織)에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방추가 출토된 유적의 연도를 따라서 직물 제직 연대를 추정하고 있다. 실제로 평안북도 강계시 공귀리 유적에서 수직 직기(垂直織機)의 추(錘)와 함경북도 회령군 오동 유적에서 원시 베틀의 몸체가 발견되었다. 가락바퀴가 실을 만들 때 사용하였던 기구의 부품인 점을 감안해 보면, 우리나라에서 신석기 전기부터 청동기시대까지 계속 실을 잣고 직물을 제직하였음을 알 수 있다.

이후 기원전 4세기 무렵 철기 문화가 수용되면서 사회가 또 한차례 크게 발전하는데, 이에 따라 의복 역시 한 단계 발전을 이루게 된다. 재료 면 에서는 닥나무 실로 짠 면포(綿布)를 비롯하여 뽕나무를 심고 누에를 쳐서 명주실을 만들어 짠 비단(絹), 그리고 여러 가지 실을 섞어 짠 겸포(縑布) 등을 생산하였다. 실제로 고조선 유적지에서 모직물, 마직물 유품이 발견되었다. 삼국시대에 접어들면 마·견·모·면 등 모든 직물이 제직된 사실이 각종 문헌에 나타난다. 특히 평안남도 용강군 대안리 1호분의 남벽에서 고구려 여인이 옷감을 짜고 있는 모습을 그린 기직도(機織圖)가 발견되었는데 매우 발달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또한 4세기의 안악 3호분 전실 서측실 주인과 부인도의 줄무늬 옷, 5∼6세기의 쌍영총 주실 동벽 인물 행렬도, 6세기 무용총의 점무늬 옷, 무용총 주인과 손님의 사릉문(四菱文) 옷도 등장한다. 이후 삼국의 본격적인 발전 과정 속에서 나타나는 의복과 관련한 사실은 다양한 문헌 기록을 통해 확인할 수 있으므로, 이를 통해 구체적 모습을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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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리 1호분 기직도(機織圖)
대안리 1호분 기직도(機織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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