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12권 역사 속 외교 선물과 명품의 세계
  • 제4장 만병통치약, 인삼
  • 2. 만병통치약, 파낙스 진셍과 인삼
  • 인삼의 어원과 학명
정성일

우리가 보통 인삼이라고 하는 약용 식물의 원래 이름은 무엇이었을까? 일상생활에서 우리는 인삼보다는 삼이라는 단어를 더 자주 듣게 된다. 인삼의 준말이 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문헌에 먼저 등장하는 것은 인삼이 아니라 삼이다. 전한(前漢) 원제(元帝) 때 사람인 사유(史遊)가 지은 『급취장(急就章)』에 삼(參)이라는 명칭이 처음 나온다. 이것이 인삼의 원래 이름이자 문헌에 등장하는 최초 사례로 알려져 있다.192)今村鞆, 『人蔘史』 1·人蔘編年紀·人蔘思想篇, 朝鮮總督府 專賣局, 1930, 4쪽.

또한 곰곰이 생각해 보면 산 속에 들어가 삼 캐는 일을 업으로 삼는 사람을 가리켜 ‘심마니’라고 부르지 않는가. 또 그들이 산삼이라도 캐는 날에는 ‘심봤다!’라고 소리 높여 외치지 않는가. 심마니, 심봤다에 나오는 ‘심’이 순수한 우리말이 아닐까? 사실 그렇다. 『동의보감(東醫寶鑑)』 제중신편(濟衆新篇)이나 황도연(黃度淵, 1807∼1884)의 『방약합편(方藥合篇)』 등에도 심이라 표기되어 있다. 이것을 보면 조선시대에도 심이라는 말이 널리 쓰였음을 알 수 있다.

삼에 대한 또 하나의 의문점은 한자로 표기할 때 ‘석 삼(參)’ 자와 ‘가 지 치솟을 삼(蔘)’ 자가 혼용되었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현대 일본어에서는 닌징(にんじん)이라 발음하면서 쓸 때는 인삼(人參)으로 적고 있지만,193)일본어에서는 닌징(人參)이라고 하면 빨간 색깔의 채소인 당근을 의미한다. 따라서 우리가 말하는 약용 식물로서 인삼을 가리킬 때에는 앞에 조선(朝鮮, 쵸센)이나 고려(高麗, 고라이) 등을 붙여야 한다. 즉, 일본에서는 단순히 닌징이라고 하면 당근을 가리키기 때문에, 쵸센 닌징이나 고라이 닌징이라고 해야 약초 인삼을 의미하게 된다. 그런데 당근과 인삼은 식물학상으로 계통이 달라 당근은 미나리과에 속하고 인삼은 오가과에 속한다. 우리가 아는 오가피주(五加皮酒)의 원료인 오가(五加·五伽)과에 속하는 것이 인삼이다(松繁克道, 『高麗人參による養生法』, 健康調査硏究所, 1998, 13쪽). 우리말에서는 인삼(人蔘)으로 적고 있다. 근대 이전 기록을 보더라도 우리 기록에는 ‘蔘’이라 적혀 있는데, 같은 시기 일본 기록에서는 그것이 ‘參’으로 표기되어 있다. 그런가 하면 조선이 일본에 보낸 공식 외교 문서인 국서·서계 등에는 인삼(人參)으로 기록되어 있다. 당시 ‘蔘’과 ‘參’이 혼용되고 있었음을 보여 주는 좋은 증거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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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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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중국 문헌에도 삼을 나타내는 한자를 쓸 때 ‘蔘’ 자와 ‘參’ 자를 혼용해서 쓰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나는 삼은 뿌리의 모양이 사람의 형상을 닮았다 하여, 특별히 ‘사람 인(人)’ 자를 넣어서 인삼(人蔘)으로 표기하였다. 원래 고대 중국에서는 ‘삼(蔘)’이라는 문자가 계피나무를 가리켰다고 한다. 즉, 귀한 약초로 취급되고 있던 계피와 생강을 가리키는 글자였는데, 약초 중에서도 으뜸인 인삼에 대해서도 ‘蔘’ 자를 붙였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전해져 오고 있다.

그렇다면 학문 용어로서는 우리 인삼이 어떻게 불리고 있을까? 먼저 인삼은 크게 다섯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194)杉原德行, 『朝鮮人蔘禮讚』, 朝鮮總督府 專賣局, 1929, 5쪽.

① 파낙스 진셍(Panax ginseng C.A. Meyer): 우리나라 인삼을 비롯하여 우리 인삼 종자를 가져다가 일본에서 재배, 번식시킨 오타네(御種) 인삼, 즉 우리나라 인삼의 자손 또는 이식(移植) 인삼이 여기에 속한다.

② 파낙스 레펜스(Panax repens Maxim): 일본에서 발견된 삼으로 인삼의 유사품으로 쓰인 죽절(竹節) 인삼을 가리킨다.195)今村鞆, 『人蔘史』 7·蔘名彙攷篇, 朝鮮總督府 專賣局, 1934, 624쪽.

③ 파낙스 킹퀴폴리아(Panax quinquefolium L.): 미국이나 캐나다에서 나는 삼을 말하는데, 그것이 중국 광동에 수출된 뒤 다시 일본 등으 로 수출되어 광동삼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것이 여기에 속한다.196)今村鞆, 『人蔘史』 7, 117∼124쪽.

④ 파낙스 트리포리움(Panax Trifolius L.): 미국삼이 여기에 해당한다.197)今村鞆, 『人蔘史』 7, 626쪽.

⑤ 파낙스 푸소이드 진셍(Panax pseuoto ginseng): 네팔과 인도에서 나는 인삼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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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인삼은 미국·일본·인도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 다양한 종류가 생산되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우리나라 인삼이다. 앞의 다섯 가지 분류에서 공통적으로 들어가는 것이 파낙스이다. 그리스어인 파낙스는 모두를 뜻하는 판(Pan)과 의약을 의미하는 악소스(Axos)의 복합어이다. 즉, 파낙스란 모든 것을 낫게 하는 ‘만병통치약’이라는 뜻이다. 우리나라 인삼이 속하는 파낙스 진셍에는 중국 등 아시아 극동 지역에서 분포, 재배되고 있는 인삼도 포함된다. 식물학적으로 우리나라 인삼은 오가과(五加科) 인삼속(人蔘屬)에 속한다. 그리고 학명(Panax ginseng C.A. Meyer)의 맨 뒤는 1843년에 인삼의 학명을 확정한 러시아인 본 메이어(Carl Anton Von Meyer, 1795∼1855)의 이름을 그대로 붙인 것이다.198)1830∼1833년 네덜란드인과 독일인이 학명을 정할 때에는 ‘고려(高麗)’가 학명 속에 표시되어 있었는데, 1843년 소련의 메이어가 오늘날의 학명을 정하면서 빠지게 되었다. 그런데 미국삼 등은 우리나라 인삼과는 다른 식물 종으로, 일반적으로 ‘사람 인(人) 자’를 사용하지 않는다. 오로지 우리나라에서 나는 삼에 대해서만 ‘인(人) 자’를 붙여서 인삼(人蔘)이라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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