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공항 면세점에 가서 둘러보면 다양한 인삼 제품의 출시에 놀라게 된다. 과거에는 건삼이나 인삼차 정도가 고작이었는데 이제는 현대인의 구미에 맞게 새로운 제품들이 출시되고 있다. 예를 들면 먹기 좋도록 캡슐, 환, 절편, 농축액 등 다양한 제품이 선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이러한 인삼 제품의 제조와 판매가 꽤 오래전부터 시작되고 있었다는 점이다. 인삼 농축액의 사례를 살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1929년 조선 총독부 전매국에서 펴낸 자료에 따르면, 인삼고(人蔘膏)라고 불리며 오래전부터 이용되어 왔던 모양이다. 전매국에서 홍삼 제품을 만들 때 생기는 액을 처음에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고 한다. 그 뒤 여러 차례 실험 연구 끝에 농축액 제조에 성공하게 되었다. 이것을 삼정(蔘精)이라 하여 일제강점기 서울의 귀생당(貴生堂)에 불하하여 판매하도록 하였다. 의학적 효능이 뛰어나 1920년대에 이미 많은 호평을 받았다고 한다. 1928년 인삼 농축액의 총 불하량이 100만 그램으로 가격은 3만 7500원(圓)에 달하였다. 인삼에서 농축액을 추출하여 제조, 발매하고 있는 자가 조선 안에만 십수 명에 달하였는데 꽤 수요가 많았던 모양이다.222)杉原德行, 앞의 책, 61∼68쪽.
그로부터 10년 뒤인 1930년대 중반에도 조선은 물론 일본의 오사카·도쿄 등 대도시 지역에서 인삼 제품이 제조, 판매되고 있었다. 이마무라(今村)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당시 경성(京城)으로 불리던 서울에 12곳, 오사카와 도쿄에 각각 2곳 등 모두 16개 업체에서 인삼 제품을 취급하고 있었다. 품목으로는 가장 많은 것이 인삼 농축액이었는데 서울에서 판매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었던 듯하다. 그 반대로 도쿄와 오사카 등 일본에서는 인삼주·홍삼주·인삼 포도주 등 술 종류를 많이 취급하였다. 그 밖에 인삼으로 만든 정제나 드링크 종류가 시판되고 있었다.223)今村鞆, 『人蔘史』 5·人蔘醫藥篇, 朝鮮總督府 專賣局, 1937, 85∼86쪽. 이것을 보면 인삼을 원료로 한 근대적인 상품의 제조 역사가 이미 100년을 헤아리며, 인삼과 인삼 제품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조선은 물론 일본에서도 꽤 높았던 것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