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12권 역사 속 외교 선물과 명품의 세계
  • 제4장 만병통치약, 인삼
  • 2. 만병통치약, 파낙스 진셍과 인삼
  • 인삼의 종류
  • 다양한 인삼 제품
정성일

요즘 공항 면세점에 가서 둘러보면 다양한 인삼 제품의 출시에 놀라게 된다. 과거에는 건삼이나 인삼차 정도가 고작이었는데 이제는 현대인의 구미에 맞게 새로운 제품들이 출시되고 있다. 예를 들면 먹기 좋도록 캡슐, 환, 절편, 농축액 등 다양한 제품이 선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이러한 인삼 제품의 제조와 판매가 꽤 오래전부터 시작되고 있었다는 점이다. 인삼 농축액의 사례를 살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1929년 조선 총독부 전매국에서 펴낸 자료에 따르면, 인삼고(人蔘膏)라고 불리며 오래전부터 이용되어 왔던 모양이다. 전매국에서 홍삼 제품을 만들 때 생기는 액을 처음에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고 한다. 그 뒤 여러 차례 실험 연구 끝에 농축액 제조에 성공하게 되었다. 이것을 삼정(蔘精)이라 하여 일제강점기 서울의 귀생당(貴生堂)에 불하하여 판매하도록 하였다. 의학적 효능이 뛰어나 1920년대에 이미 많은 호평을 받았다고 한다. 1928년 인삼 농축액의 총 불하량이 100만 그램으로 가격은 3만 7500원(圓)에 달하였다. 인삼에서 농축액을 추출하여 제조, 발매하고 있는 자가 조선 안에만 십수 명에 달하였는데 꽤 수요가 많았던 모양이다.222)杉原德行, 앞의 책, 61∼68쪽.

그로부터 10년 뒤인 1930년대 중반에도 조선은 물론 일본의 오사카·도쿄 등 대도시 지역에서 인삼 제품이 제조, 판매되고 있었다. 이마무라(今村)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당시 경성(京城)으로 불리던 서울에 12곳, 오사카와 도쿄에 각각 2곳 등 모두 16개 업체에서 인삼 제품을 취급하고 있었다. 품목으로는 가장 많은 것이 인삼 농축액이었는데 서울에서 판매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었던 듯하다. 그 반대로 도쿄와 오사카 등 일본에서는 인삼주·홍삼주·인삼 포도주 등 술 종류를 많이 취급하였다. 그 밖에 인삼으로 만든 정제나 드링크 종류가 시판되고 있었다.223)今村鞆, 『人蔘史』 5·人蔘醫藥篇, 朝鮮總督府 專賣局, 1937, 85∼86쪽. 이것을 보면 인삼을 원료로 한 근대적인 상품의 제조 역사가 이미 100년을 헤아리며, 인삼과 인삼 제품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조선은 물론 일본에서도 꽤 높았던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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