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12권 역사 속 외교 선물과 명품의 세계
  • 제4장 만병통치약, 인삼
  • 4. 인삼 강국으로 가는 길
정성일

우리나라 인삼은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해외 수출의 역사만 하더라도 삼국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니 1000년이 훨씬 넘는다. 근대적인 상품 수출의 역사는 이미 100년이 지났다. 여전히 공항 면세점의 일부를 굳건히 지키고 있을 정도로 대한민국의 대표 상품으로 지위를 확고히 하고 있다. 인삼의 힘은 역시 강하다.

그런데 역사적·문화적인 관점에서 좀 더 시야를 넓혀 경제적인 측면에서 접근해 보면 인삼이 우리에게 던지는 과제는 결코 가볍지 않다. 인삼 시장, 인삼 산업의 관점이 강조되는 요즈음에 와서는 더욱 그렇다. 인삼을 주제로 하는 지역 축제도 열리고 있고, 인삼과 관련된 전통 문화를 보존하려는 움직임도 곳곳에서 일고 있다. 인삼을 통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려는 전략도 마련되고 있다. 퍽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지만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세계 인삼 시장에서 차지하는 우리나라의 비중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국제 인삼 시장인 홍콩 시장 점유율이 1990년 24.4%에서 2002년에는 9.6%로 크게 감소하였다는 분석이 우리나라 인삼 산업의 현실을 잘 나타내고 있다. 이처럼 세계 시장에서 우리 인삼이 인기를 잃어 가고 있는 것은 여러 가 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다. 잔류 농약과 중금속 함유 등 품질 관리 측면에서 세계 수준에 접근하지 않고서는 인삼도 다른 상품이나 서비스와 마찬가지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그뿐만 아니라 문란한 유통 질서도 인삼 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원인 중 하나이다. 수입산이 국내산으로, 4년근이 6년근으로 쉽게 둔갑을 하는 상황에서는 결코 소비자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235)임병욱, 「고려 인삼, 이대로 둘 것인가」, 『한국일보』2004.

확대보기
금산 인삼 축제
금산 인삼 축제
팝업창 닫기

이러한 문제는 생산자나 상인들의 인식 변화를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는 것만으로는 해결되기 어렵다. 영세한 생산자와 소상인들이 현대적인 생산·유통 체제를 갖추어 가도록 정부가 적극 지원하여야 한다. 전자 식별 확인(RFID) 사업을 통해 생산 정보를 체계적으로 관리한다든지, 고객 센터(Call Center, Contact Center)를 공동으로 구축·운영하여 고객 정보를 과학적으로 마케팅에 활용하는 방법 등이 동원될 필요가 있다. 요컨대 인삼의 생산과 유통 체계를 근본적으로 혁신하는 것만이 인삼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개요
팝업창 닫기
책목차 글자확대 글자축소 이전페이지 다음페이지 페이지상단이동 오류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