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12권 역사 속 외교 선물과 명품의 세계
  • 제5장 우리 먹을거리의 명품, 김치
  • 3. 김치에 넣는 양념
  • 김치에 붉은색 물들이는 고추
김경옥

고추가 우리나라에 유입되기 이전에는 맨드라미·잇꽃·연지·갓 등을 이용하여 김치에 붉은색을 물들였다. 김치의 주요 양념으로 고추가 첨가되기 시작한 것은 18세기이다. 물론 고추가 들어가지 않는 동치미 같은 김치도 있지만, 대체로 김치하면 역시 고춧가루로 버무린 배추김치가 단연 으뜸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걸핏하면 음식에 고춧가루를 집어넣는다. 어떤 재료이든 고춧가루나 고추장을 듬뿍 넣어서 끓이면 음식이 된다. 이러한 고추는 문헌에 ‘고초(苦草·苦椒)’ 등으로 등재되어 있다. 문자 그대로 ‘매운 풀’ 혹은 ‘매운 산초’라는 의미이다. 고추는 가짓과에 속하는 초목으로 온대에서는 한해살이가, 열대에서는 여러해살이가 있다. 원산지는 미국 남서부의 열대 지방이며, 일찍이 페루에서 재배되기 시작하였다.

확대보기
풋고추와 홍고추
풋고추와 홍고추
팝업창 닫기

우리나라에서 재배된 고추는 모양이 긴 품종, 녹색 품종, 둥근형, 원뿔형 등 네다섯 종이다. 중부 이남 지역에서는 은평고추, 금산고추, 서동고추 등을 주로 재배한다. 용도에 따라 영양고추, 김장고추, 풍 각고추, 새고추, 옹조고추 등 신미종(辛味種)이 있으며, 채소용으로 피망(piment)과 벨페퍼(bell pepper) 등과 같은 감미종(甘味種)이 있다. 이 밖에 잎사귀가 작고 끝이 뾰족한 관상종(觀賞種)이 있다.

고추에는 비타민 A, C 성분이 다량으로 함유되어 있다. 풋고추는 개화한 후 25∼30일이 지날 무렵에 비타민의 함량이 가장 높다. 비타민 함유량을 보면 식품 100g당 냉이 369mg, 고추 220mg, 쑥 75mg, 시금치 64mg, 딸기 52mg, 무청 50mg, 귤 30mg, 배추 28mg, 갓 16mg, 고구마 잎 10mg, 마늘 7mg 순이다.265)김상순, 앞의 책, 161∼177쪽. 이렇듯 고추는 과일이나 채소에 비해 비타민 C의 함유량이 높다.

확대보기
고추소박이
고추소박이
팝업창 닫기

고추는 단맛·매운맛·감칠맛 등이 있다. 식품의 맛은 서로 조화가 이루어졌을 때 한층 맛을 낼 수 있다. 고추도 당 성분과 매운맛이 조화로울 때 좋은 맛을 낸다. 채소용 감미종인 푸른 고추가 지나치게 맵기만 하다면 채소로서 가치가 떨어질 것이다. 일본산 고추는 우리나라 고추에 비해 매운맛이 훨씬 강하지만, 당분이 모자라서 좋은 맛을 내지 못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반면에 한국산 고추는 단맛과 매운맛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고 있다. 따라서 외국에서 김치를 담글 때 고추는 반드시 한국산을 넣어야 우리 고유의 김치 맛을 낼 수 있다.

고추는 다양한 효능이 있는 것으로 전해 온다. 음식물을 섭취할 때 위액 분비를 촉진시켜 소화를 증진시키고, 정신적으로 피로하여 식욕이 부진할 때 소화 기관을 자극하여 식욕을 증진시킨다. 그래서 우리 민족은 더운 여름철에 매운맛 나는 음식을 선호하였다고 한다. 또 동양인은 유럽인에 비해 탄수화물을 많이 섭취하기 때문에 위에 자극이 약하여 위액 분비가 부족하기 쉽다. 그런데 부식물 중에 고추가 첨가된 음식을 섭취하면 위를 자극하여 소화를 촉진시킬 수 있다. 또 고추뿐만 아니라 고춧잎에도 비타민 A와 C, 칼슘, 인, 철 등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 영양 식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개요
팝업창 닫기
책목차 글자확대 글자축소 이전페이지 다음페이지 페이지상단이동 오류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