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12권 역사 속 외교 선물과 명품의 세계
  • 제5장 우리 먹을거리의 명품, 김치
  • 4. 김치를 통해 본 의례와 문화
  • 10월의 세시 풍속, 김장
김경옥

18세기 중엽 우리나라 사람들의 음식 풍속은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되었다. 고추가 김치에 첨가되기 시작하면서 다양한 양념이 김치의 부재료로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가장 큰 변화는 겨울을 나기 위해 한꺼번에 많은 김치를 담그는 김장의 출현이다.270)주영하, 「젓갈」, 『문헌과 해석』 20, 문헌과 해석사, 2002, 70∼77쪽. 김장은 우리 민족의 연중 의례 가운데 가장 중요한 의례였다. 이러한 김장에 대해 정학유(丁學游, 1786∼1855)가 지은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 10월조에는 다음과 같이 기술되어 있다.

무 배추 캐어 들여 김장을 하오리라

앞 냇물에 정히 씻어 함담(鹹淡)을 받게 하소

고추 마늘 생강 파에 젓국지 장아찌라

독 곁에 중두리요 바탱이 항아리요

양지에 가가(假家) 짓고 짚에 싸 깊이 묻고.

김장은 10월에 행하는 의례였다. 19세기의 김장은 무와 배추를 소금에 절인 다음, 고추·마늘·생강·파 등의 양념을 첨가하여 김치를 담근 것으로 확인된다. 특히 김장을 상징하는 김치의 종류는 맑은 젓국에 담근 젓국지, 무를 소금에 절인 장아찌 등이다. 이러한 사정은 『동국세시기』 10월조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방의 풍속에 무·배추·마늘·후추·소금으로 김치를 담가 도기(陶器) 항아리에 담아 둔다. 여름철에는 장(醬), 겨울철에는 저(菹), 이것이 인가(人家)의 1년 중 가장 큰 계획이다.

즉, 우리나라의 세시 풍습 가운데 여름철에 장(醬) 담그는 일과 겨울철에 김치 담그는 일이 1년 중 가장 중요한 집안일이었던 것이다.

이처럼 겨울철에 김치를 담그는 김장이 연중 의례 가운데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 것은 전통 시대에 채소의 섭취와 저장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민족은 겨울철에도 채소의 맛과 향, 영양소를 그대로 보존하는 방법을 개발하였다. 이것이 김장을 담그는 주목적이었다. 『농가월령가』의 노랫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김장 김치는 늦가을에 엄동(嚴冬)을 지나 이듬해 봄에 햇채소가 나올 때까지 먹을 수 있도록 저장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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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을 담그는 시기와 방법은 각 지방의 기후와 풍습에 따라 다르다. 대체로 입동(立冬)부터 소설(小雪)까지 행하였다. 지역에 따라 김장의 특징이 다른데, 이는 기후나 풍습에 따라 형성되어 온 식 습관이 다르기 때문이다. 추운 북쪽 지방 사람들은 양념을 적게 하고 국물을 넉넉하게 만들어 삼삼하고 시원하면서 톡 쏘는 탄산수 맛을 내는 김치를 선호하였다. 반면에 남쪽 지방 사람들은 따뜻한 날씨 때문에 싱거우면서 신맛 나는 김치를 좋아하였다. 그래서 남쪽 지방 김치는 소금을 강하게 하여 산패를 방지하였고, 양념과 젓국을 많이 넣어서 농후한 맛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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