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12권 역사 속 외교 선물과 명품의 세계
  • 제5장 우리 먹을거리의 명품, 김치
  • 4. 김치를 통해 본 의례와 문화
  • 김장 품앗이
김경옥

김장 김치는 용도에 따라 여러 가지 방법으로 담그지만, 시기적으로 겨울을 지나 이듬해 봄까지 먹는 것이 일반적이다. 지역에 따라 여름철까지 먹는 경우도 있다. 배추와 무를 거의 양념하지 않고 소금에만 절여서 겨우내 음지의 땅속에 묻어 놓았다가 이듬해 3월경부터 먹기 시작한다. 이러한 김치를 ‘짠지형 김치’라고 한다. 짠지형 김치는 우리나라에 고추가 들어오기 이전 시기 절임형 김치의 원형에 해당한다. 양념이 전혀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맛이 담백하지만 매우 짜다. 봄철에 짠지를 먹을 때는 어느 정도 짠맛을 제거한 다음 김치전이나 만두소 등으로 응용하여 식용하였다. 특히 짠지형 김치는 흰색이어서 다른 반찬과 색깔이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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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화기의 김장 담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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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의 재료는 배추·무·젓갈·생선·채소 등이다. 이 가운데 어느 것 하나라도 들어가지 않으면 김치의 독특한 맛을 잃게 된다. 김장을 할 무렵이면 추위가 시작되는데, 과거에는 아무리 추워도 실내에서 김장을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김장은 처음부터 끝까지 적절한 온도를 유지해야 하는데, 따뜻한 실내에서 김치를 담그면 갑작스러운 온도 변화로 김치 맛을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렇듯 김치 맛을 제대로 내기 위해서는 재료 선정부터 저장에 이르기까지 모든 면에서 정성과 주의를 요한다.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김장 배추를 절일 때 제일 먼저 담근 집에서 사용한 소금물을 얻어다가 온 동네가 돌려 가면서 김장을 하였다. 배추를 이미 절인 소금물에는 배추의 수용성 영양분이 남아 있기 때문에 김장 김치의 감칠맛을 한결 돋우었다.271)이춘자·김귀영·박혜원, 앞의 책, 29∼31쪽. 일반 가정에서 김장은 보통 한두 접을 하였다. 한 접이 배추 100통인 점을 감안하면, 각 가정마다 100∼200통의 배추를 소금에 절이고 물로 씻은 다음 갖은 양념을 하여 김장하였다. 우리 선조들은 김장 김치를 서로 나누어 먹기도 하고 집집마다 돌아가면서 김치 담그는 일을 함께하였다. 이것이 ‘김장 품앗이’이다. 품앗이 관습은 김장을 할 때 이웃 간의 정을 더욱 두텁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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