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12권 역사 속 외교 선물과 명품의 세계
  • 제6장 동아시아의 명품, 우리 모피와 말
  • 3. 우리 문화 속의 모피
  • 또 하나의 실크로드
윤재운

최근 소그드인(Sogd人)의 활약을 지적한 연구 성과에 따르면 발해는 동방뿐만 아니라 서방 사회와도 교류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샤프크노프(E. Shavkunov)는 8∼10세기에 중앙아시아의 소그드인 또는 보하라인이 교역을 하고, 발해의 솔빈부(率賓府, 현재의 러시아 연해주 우스리스크 일대)가 있던 땅에 이민들이 콜로니(colony), 곧 집락(集落)을 형성하고 있었다고 한다.

소그드인은 중앙아시아의 사마르칸트를 중심으로 한 제라프샨강 유역의 소그디아나에 거주하던 이란계 종족으로 일찍부터 동서 교역에 종사하여 상술에 뛰어났다. 소그드인의 동방 교역에서 특징적인 것은 중앙아시아에서 중국 경내에 이르는 여러 곳에 식민 거점을 건설하여 교역에 활용한 점이다.

샤프크노프는 연해 지방이나 남시베리아 등에서 발견되는 중앙아시아제의 은화·거울·장식품, 혹은 중국 동북에 있었던 집락이나 민족의 이름 등 고립된 자료를 통하여 다음과 같은 장대한 가설을 주장하였다. 즉, 러시아의 세미레체를 기점으로 하여 알타이, 서시베리아, 서몽골을 거쳐 스루혼강에 이르고, 오혼·케루겐강 수계(水系)를 통해 아무르강(헤이룽강), 쑹화강, 우수리강과 동북아시아의 내륙 각지로 들어가는 소그드인의 교역로가 열려 있었다고 하였다. 실크로드와는 별도로 중앙아시아에서 극동에 이르는 이 교역·교류의 길을 ‘검은 담비가죽이 수출된 길(黑貂의 道)’이라 부르는데, 이 이름은 상인 카라반(caravane)이 발해 등지에서 가지고 온 모피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이를 통해 발해의 명품 가운데 하나였던 검은 담비가죽이 소그드인을 통해 서역(중앙아시아)에까지 수출되었다는 것을 알 수 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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