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13권 20세기 여성, 전통과 근대의 교차로에 서다
  • 제2장 한 달 만의 외출
  • 3. 6·25 전쟁과 계
  • 지역별 계의 실태
이임하

계는 도시와 농촌을 막론하고 없는 곳이 없을 정도였다. 그 가운데서도 계의 중심이 된 지역은 상설 시장을 비롯한 상업 지역, 곧 현금의 흐름이 활발한 곳이었다. 한국은행 조사부가 1955년 대도시를 중심으로 조사한 계의 지역별 특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서울 지방 : 자유 시장 및 각 지구 시장을 중심으로 한 상인계와 중류 봉급자 가정 간의 식산계, 그리고 특수 유한마담층의 거액 특수계가 전형적으로 발호하고 있다 하는데 상인 간의 계는 최고 100만 환부터 최저 수만 환대에 이르기까지 폭이 넓고 종류가 다양하며 중류봉급자 간의 식산계는 최고 2∼30만 환부터 최저 1∼2만 환까지 비교적 소폭적이고 특수 유한층의 거액 특수계는 계금 2∼300만 환으로서 주로 무역 자금과 특수 이권 운동 자금에 이용되어 서울 시내에서 거래되고 있는 계 계약고 총액은 2∼30억(환)대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2) 부산 지방 : 국제 시장을 중심으로 한 계 거래가 지배적인데 현 국제 시장 상인 2,400명 중 그 반수가 계에 가입하고 있다고 보면 1계원 가입구(가입 구좌) 수는 2∼5구이고 계금 평균액은 20만 환 정도이므로 거래 총액은 대략 5∼7억 환 정도로 추산된다. 그런데 현 부산 시내 경제 실세상에 점하는 국제 시장의 비중은 약 3분의 1로 추정되므로 동 시내에서 거래되고 있는 계금의 계약 총액은 15∼20억 환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며 이 숫자는 부산시 금융 기관의 (1955년) 3월 말 현재 총액 대출고 2,157백만 환에 거의 비등한 숫자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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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과 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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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대구 지방 : 대구 시내 금융 기관의 3월 말 현재 예금 총액은 1,073백만 환이고 대출금 총액은 1,464백만 환인데 서문 시장을 중심으로 거래되는 계의 계약고만 하여도 4∼5억 환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므로 동 시장의 대구 시내 경제 실세상에 비하는 지위를 50%로 볼 때 계 계약고 총액은 10억 환 내외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어 이는 대구 시내 금융 기관 대출고의 70% 정도에 해당한다.

(5) 광주 지방 : 광주는 호남 지방에서도 사금융의 역사가 가장 길고 또한 그 효력이 강하다고 알려진 곳인데 동 시내 금융 기관의 3월 말 현재 대출금 총액 555백만 환 중 광주 시내에 방출된 자금은 300백만 환 정도로 추산되고 한국 무진 광주 지점의 3월 말 현재 무진 계약고는 60백만 환인데 동 시내에서 거래되고 있는 계의 계약 총액은 300백만 환을 하회하지 않을 것으로 추산되며 동 시내 주요 상가인 충장로는 대체로 그 (상인 1명이) 7개 이상의 계에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6) 전주 지방 : 전주 시내 금융 기관의 3월 말 현재 대출금 총액은 439백만 환인데 그 중 전주 시중에 방출된 대출고는 250백만 환으로 추산되고 3월 말 현재 한국 무진 전주 지점의 무진 계약고는 36백만 환인데 동 시내에서 거래되고 있는 계의 계약고 총액은 150백만 환으로 추산되며 계 거래의 중심은 역시 시장 상인이고 거래액의 단위는 최고 50만 환, 평균 10만 환이다.129)한국은행 조사부, 앞의 글, 97∼98쪽.

한국은행 조사는 대부분 추정치이지만 1955년 초 계의 규모가 시중 은행의 예금 총액에 근접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또한 한국은행의 조사가 비록 대도시를 중심으로 한 것일지라도 계의 성행이 전국적인 현상임도 알 수 있다.

계의 전국적 성행은 1950년대만의 현상은 아니었다. 표 ‘1960년대 초 지역별 계 가입률’은 이창렬 교수가 고려 대학교 학생들과 함께 1962년 12 월부터 1963년 4월까지 전국에서 1만 5051명을 대상으로 계 가입 실태를 조사한 결과이다. 이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계에 가입한 가구는 63.3%였다. 물론 이 조사는 표본을 계층이나 직업, 지역 등을 기준으로 하지 않고 무작위로 선정한 한계가 있지만 1950년대 언론이나 경제 전문가들이 계에 가입한 가구가 최소 50% 이상이라고 추정한 것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 현실을 반영한 통계라 하겠다.

<표> 1960년대 초 지역별 계 가입률

단위 : %
시도별 가입률 10대 도시 가입률
서울 57.4 서울 57.4
경기 90.5 인천 93.1
충북 82.1 청주 45.7
충남 56.0 대전 50.1
충남 72.1 전주 68.0
전남 65.8 광주 65.6
경북 61.7 대구 60.0
경남 70.0 부산 69.2
강원 62.3 춘천 52.3
제주 73.7 제주 73.7
평균 63.3 평균 61.4
✽이창렬, 『한국의 금융과 자본 동원』, 고려 대학교 아시아 문제 연구소, 1966, 143쪽.

또한 1986년 대도시 1,307가구, 중소 도시 617가구, 농어촌 461가구 등 2,385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표 ‘1986년 지역별 계 가입률’에 따르면 계에 가입한 가구는 42.1%였으며, 과거에 가입한 적이 있는 가구까지 합치면 62.5%가 계에 가입한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또한 계 가입률이 지역에 관계없이 비슷하였다. 비록 과거에 비해 계 가입률이 줄어들었지만 1980년대에 들어서도 계는 여전히 저축과 대출 수단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었다.

<표> 1986년 지역별 계 가입률
단위 : 명, %
구분


지역별
현재 계에 가입해 있다 과거 계에 가입한 적이 있거나
현재 계에 가입한 적이 있다
있다 없다 있다 없다
인원 비율 인원 비율 인원 비율 인원 비율
대도시 531 40.7 771 59.2 788 60.6 512 39.3
중소 도시 253 41.0 363 58.9 382 62.4 230 37.5
농어촌 216 46.9 244 53.0 313 68.1 146 31.8
1,000 42.1 1,378 57.9 1,483 62.5 888 31.8
✽정한규, 「계의 사회 경제적 요인에 관한 연구」, 『한국 경제』 15, 성균관 대학교 산업 경제 연구소, 1987,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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