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13권 20세기 여성, 전통과 근대의 교차로에 서다
  • 제4장 반비간에서 주방으로
  • 2. 반비간에서 주방으로
  • 명품 부엌 가구 시대
김춘수

1980년대 중반 부엌 생활에 일대 변화를 가져온 것은 도시가스나 액화 석유 가스(LPG)를 연료로 하는 주방용품인 가스레인지의 보급이었다. 가스레인지의 보급 대수는 1980년대 중반에 이르면 전체 가구의 3분의 1에 육박하는 300여만 대로 늘어났고, 게다가 가스오븐레인지가 수입 시판되면서 대형화·고급화되기 시작하였다. 1974년 처음 개발된 가스레인지는 1991년에 가면 98.5%까지 보급되었다. 전기 사용은 각종 가전제품의 보급과 함께 확대되었는데, 그중 전기밥솥이나 밥통의 보급으로 전기를 이용한 취사가 일반화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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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 구조와 형태의 개선은 ‘단순히 음식을 만들던 공간에서 가정생활의 중심지’298)『조선일보』 1986년 2월 26일자.로 부엌 기능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욕망과 관련되었다. 따라서 편리하고 위생적인 부엌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가구와 주방용품, 조명에 이르는 실내 장식까지 관심을 갖게 되고, 부엌의 개성화·패션화 시대를 열었다.

부엌 형태는 조리 작업 위주의 기존 독립 부엌에서 가사 작업을 한 군데 집결시킨 다용도 부엌, 조리와 식사가 함께 이루어지는 식당 부엌, 그리고 최근에는 거실과 식당 과 부엌이 하나로 트인 거실 부엌까지 다양화되었다. 더불어 쾌적한 부엌이 되도록 조명, 환기, 배기, 도배 등에 대한 고려까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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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면형 주방
대면형 주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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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부엌의 형태 변화 및 기능에 대한 개념 변화와 맞물려 부엌 가구의 고급화 경향이 두드러졌다. 싱크대와 몇 개 수납장을 맞추어 놓는 방식이 아니라 작업의 안정성, 능률화, 디자인을 고려하여 일괄 제작되는 부엌 가구를 말하는 일명 ‘시스템 키친’의 시대가 열렸다. 이러한 변화는 부엌 바닥, 문지방, 아궁이, 벽면 개조를 통한 입식화의 추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된 시기에 나타났다는 점에서 특징적이다. ‘오페라’, ‘키친바흐’ 등의 일명 명품 부엌 가구의 바람이 불면서 ‘멀쩡한’ 부엌을 뜯어 고치고, 명품 부엌을 소유하기 위한 욕망이 증폭되었다.

가족들과의 대화를 원하는 주부들은 싱크대를 주방 중심에 배치할 수 있는 아일랜드 주방을 선호한다. 기존의 주방은 싱크대가 벽을 보고 있어 요리할 때 가족과 단절된다는 단점이 있었다. 별도의 아일랜드형 작업대를 설치하면 가족과 이야기하면서 주방 일을 하는 것이 가능하고 이어진 거실까지 주방이 확장된 것 같은 느낌도 가질 수 있다.299)『세계일보』 2006년 1월 20일자.

이와 같이 최근 싱크대와 작업대를 주방의 중심에 배치하는 형태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주방의 영역 확대는 가족 모두의 생활공간으로서의 주방이라는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은 아파트가 브랜드화되고, 건설업자들의 장삿속이 개입되었다는 점 때문에 가족 간의 실제적 소통보다는 허위의식을 조장한다는 문제 제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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