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13권 20세기 여성, 전통과 근대의 교차로에 서다
  • 제5장 붓그러하면 큰 병이 생깁니다
  • 1. 일상적 경험으로서 월경
김미현

어느 날 갑자기 이상하게도 남자가 월경을 하고 여자는 하지 않게 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그렇게 되면 분명 월경은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자랑거리가 될 것이다. 남자들은 자기가 얼마나 오래 월경을 하며, 생리량이 얼마나 많은지 자랑하며 떠들어댈 것이다. 초경을 한 소년들은 이제야 진짜 남자가 되었다고 좋아할 것이다. 처음으로 월경을 한 날을 기념하기 위해 선물과 종교 의식, 가족들의 축하 행사, 파티들이 마련될 것이다. 지체 높은 정치가들의 생리통으로 인한 손실을 막기 위해 의회는 국립월경 불순 연구소에 연구비를 지원한다. 의사들은 심장 마비보다는 생리통에 대해 더 많이 연구할 것이다(글로리아 스타이넘, 『남자가 월경을 한다면』 중에서).

오늘날은 월경(月經)에 대한 다양한 소비를 표현하는 시대이다. 한때는 생리대를 신문지에 싸서 팔던 때가 있었지만, 이제는 다른 물건처럼 자연스럽게 계산대 위에 올려놓는다. 한편 대형 할인 매장에서 공짜 생리대를 챙기는 아내가 ‘순수성’을 잃어버린 것 같아 미안해하는 남편이 텔레비전 광고에 등장하기도 한다.

생리 휴가(보건 휴가)는 여성 노동자의 권리임에도 공식적으로 청구하 면 눈치 없는 사람 취급을 받기 일쑤이고, 이른바 ‘생리 휴가 추첨권’이라는 것이 공개되어 논란을 일으키기도 하였다. 학교에서는 생리통으로 인한 결석을 인정해 주는 생리 공결제가 시행되기 시작하였다.

한편 완경(完經)은 ‘폐경기’로서 중년의 위기 차원에서 관리해야 한다는 의학적 상식이 넘치기도 한다. 이 시대의 ‘센스’는 월경에 대해 끔직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개인적으로 알아서 관리해야 하는 것이 되었으며, 월경 문제를 여성의 권리로서 드러내 놓고 말하는 것을 유난스럽게 취급하기도 한다.

월경은 자연스러운 몸의 현상이다. 그러나 이 ‘현상’은 시대와 사회적 상황에 따라 다르게 인식되어 왔다. ‘더러운 것’이기에 공식 행사 참여가 금기시되기도 하고, ‘부끄러운 것’이기에 조신하게 다뤄야 한다고 질타당하기도 하였다. 월경 중의 신체 변화가 여성의 감정을 혼란시킨다고 보아, 여성 범죄 특성과 연결시키기도 하였다.

월경은 개인의 생리적 현상만이 아닌 사회적인 경험의 일부이다. 한국 사회에서 여성의 몸을 어떻게 설명해 왔고, 여성의 특성과 역할을 어떻게 규정해 왔는지를 엿볼 수 있는 중요한 고리인 것이다. 이 장에서는 월경에 대해 특정 시기마다 어떤 방식으로 설명하였고 이것이 여성의 몸과 남녀 성차의 이미지를 어떻게 만들었는지 알아보려고 한다. 월경에 대한 각 시기의 설명 방식을 역사적으로 살펴봄으로써, 당연하다고 생각하던 것, 원래 그런 것으로 알고 있던 것을 되짚고, 여성의 경험과 숨은 이야기를 풀어내는 기회로 이어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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