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13권 20세기 여성, 전통과 근대의 교차로에 서다
  • 제5장 붓그러하면 큰 병이 생깁니다
  • 3. 월경의 관리법
  • 주저치 말고 의사에게
김미현

월경은 근대에 들어오면서 위생상·의학상 관리해야 하는 대상으로 바뀌었다. 불결한 것, 부정한 것으로 터부시하던 것을 인간이 생리상 갖게 되는 의학적 현상으로 이해하였다. 미신이나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여성이 관리해야 하는 것으로 여기게 된 것이다. 그러나 월경을 병리학적 현상으로 간주하였기 때문에, 치료적 예방이 해결책으로 등장하였다. 말하지 못하고 혼자 고민할 것이 아니라, 용기를 내어 의사에게 말하고 치료하든가, 효과가 있는 약을 사다 집에서 치료해야 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곧 ‘위생’을 알고 총명하게 대처해야 하는 사항이 된 것이다. 또한 여성의 몸과 관련된 상담과 계몽의 결과 ‘부인과 의사’가 권위를 갖게 되어, 그들에게 진찰을 받고 주사나 수술 등의 요법을 거치면 되니 “스스로 비관할 것은 없슴”이 되었다.

월경에 대한 병리학적 이해 방식은 끊임없이 표준을 정하고, 표준에 비추어 항상 점검하게 하는 논리로 전개되었다. 표준에서 벗어난 것은 의학적 병이자 부적합한 상태로서 불안의 원인이 되었다. ‘정상성’에 대한 환기 와 그 판단에 대한 권위는 의사가 가졌고, 평상시 관리는 여성 자신과 ‘모친’이 해야 하였다. “하여간 모든 것은 그 원인을 알아서 치료하는 방법도 다른대 만일 조곰이라도 이상이 보이거든 주저치 마시고 전문의에게 보이셔서 한평생의 후회가 업도록” 해야 하였다.374)연구생, 「여자의 건강과 월경」, 『장한』 2호 192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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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경과 관련하여 병리학적 해설이 보여 주는 특징은 ‘몸 안에서 배출되지 못하고 썩는 이미지’이다. “배출된 혈액은 외부로 나오지 못하고 배 속에 싸혀 잇을 것임니다.” 그러므로 “붓그러워한 탓으로 몸을 버리는 여자가 많은 것”이 문제인데, “월경을 붓그러하면 큰 병이 생깁니다.”며 공포심을 자극하였다. 월경은 성적 변화를 나타내는 징후이며, 월경과 관련된 각종 부인병이 여성의 인생을 좌우하는 중대한 요소로 등장하였다. 질, 처녀막, 난소, 나팔관, 홀몬(호르몬), 뇌하수체 같은 단어가 월경을 설명하는 핵심 어휘가 되었다.

일제 강점기 신문 기사에서 소개하는 건강 지식들을 보면 여성의 건강을 체크하는 기준으로 월경이 자주 등장하였다. 월경 때의 이상 증상은 기계적으로 다른 질병의 기원으로 간주되기 일쑤였다. 어떤 증상에 대해 그것은 월경 곤란인데, 자궁에 이상이 있기 때문이라며 여러 가지 ‘의학적 치료법’을 소개하는 식이었다. 또 정신적 월경 곤란이라는 것은 ‘히스테리’한 사람에게 많다고 소개되었다.375)『중외일보』 1929년 10월 7일자.

1930년대가 되면 신문의 가정 의학 상담란 등에 ‘월경 불순’에 대한 상 담이 자주 보인다. 여성이 걱정하는 것은 “생산에 하등 관계없는지” “임신하여 자녀를 둘 수 있는지” 등이다. 그들은 “남에게 말 못할 사정을 가슴 저 속에 기피 감추고 혼자서 이런 걱정 저런 근심으로 애를 태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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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에도 일본을 통해 월경 불순, 대하증, 히스테리 등에 효과를 가진 ‘부인병 치료약’이 들어오고 있었다. 광고문에서는 “조선 부인에게 위생 지식을 보급하기 위해 조선말로 알기 쉽게 자세히 쓴 부인병 자택 치료법이라는 책을 누구에게던지 한 권씩 거저 드리오니” 우편으로 동경에 있는 회사에 청구할 것을 권하고 있었다.376)『조선일보』 1938년 4월 15일자.

한 신문 기사는 월경 불순에 뢴트겐을 쪼여 낫게 하는 최근 치료 방법을 소개하면서 “아랫두리를 벗을 까닥이 업서서 부끄럼 많흔 처녀들로서는 치료하기가 극히 간편”하다고 덧붙이고 있다.377)『조선일보』 1936년 9월 15일자. 부인병 관련 치료약 광고에도 “병원에 가지 안코도 자기 집에서 남몰내 손쉽게 곳칠 수가 잇으니 이 치료법을 실행하기 바람니다.”라고 권유하고 있다. 이런 부인병 치료약은 신문 광고를 통한 우편 판매 방식으로 “처녀의 몸으로 부모에게나 동무에게도 부끄러워서 말도 못하고 혼자 근심 걱정을 하며 지내든” 이들에게 접근하였다. 또한 “시골 구석에서 부인병으로 은근히 고생을 하는 동무들이나 농촌 부인에게 꼭 이 치료법을 권고”한다는 사용 후기를 덧붙이며, ‘비타민’과 ‘난소 호르몬’까지 ‘배합’되어 있음을 강조하였다.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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