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13권 20세기 여성, 전통과 근대의 교차로에 서다
  • 제5장 붓그러하면 큰 병이 생깁니다
  • 3. 월경의 관리법
  • 고요히 몸을 갓는 것이 좃습니다
김미현

월경에 대한 의학적 설명에서 중요한 축은 ‘정신상의 변화’였다. 이는 ‘소녀 시대’에 없던 성격이 확연히 나타나는 것인데, 앞에서 보았듯이 ‘처녀기’는 일종의 ‘파괴기’이기 때문에 성격적 변화가 생기며 그것이 평생의 성격이 된다고 보았다.386)『조선일보』 1927년 8월 28일자. 월경 때의 증상은 의학적으로 분류되어 ‘자궁 부근의 이상한 증세’, ‘일반 증세’, ‘정신 상태’ 등으로 나누어졌고, 이 중 정신 상태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기도 하였다.

공연히 흥분이 되여서 하는 일이 많습니다. …… 이와 반대로 공연히 울울한 심정을 끄리면서 자기조차 자긔 몸을 엇절 줄을 몰라하면서…… 그 일정한 심리를 말할 수가 없습니다. 이러함으로 흔희 여자들이 죄를 짓는 때를 세밀히 조사를 하여 볼 것 갓흐면 대개는 다 월경 때에 범죄를 하는 법이람니다. 그럼으로 여자가 살인한 때이라든지 자살을 한 때든지 무삼 물건을 도적한 때이라든지 또는 그러치 안어도 공연히 맘이 상하여 생트집을 내여서 주위의 사람을 괴롭게 할 때는 다 월경 때가 만습니다. 이러한 리유로서 여자가 정신병자가 되는 동기는 다 월경 때부터 시작하는 일이 만타고 생각할 수가 잇소이다. 임의 정신병자로서도 더욱히 고통을 밧는 여자로서는 월경 때에 발악이 되면서 정신 업는 행동이 더욱히 심하여 지는 것은 의사들이 잘 증명하게 되는 바이올시다. 말끝헤 하는 말이지만 월경 전후에 여자들의 색욕은 더욱히 심하여진다는 학설도 잇슴니다.387)연구생, 「월경과 부인」, 『장한』 창간호, 1927년 1월, 86쪽.

월경에 대한 병리학적 이해는 과학적 사실로 통용되어, 월경기에는 “정신에 장해가 잇난 고로 만사에 신경이 과민한 까닭에 심하면 범죄를 저지르거나 자살을 한다.”고도 설명하는 등 여성의 불안, 범죄, 성욕, 정신병 등을 월경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보았다. 때문에 “월경 때의 여자 자신이라든지 또는 그 주위에 잇는 부모 또는 남편이 잇다 하면 다시 이러한 관게를 미리 참고하는 동시에 잘 리해하야” 괴로움을 덜어 줘야 한다고 권유하기도 하지만388)여의사 운대 길정희, 「월경과 위생」, 『여성지우』 1권 2호, 1929년 2월호, 106쪽. 여성 몸에 대한 이해보다는 ‘비정상성’에 대한 통제의 측면이 강하였다.

이는 ‘자극’을 피해야 한다는 대책으로 연결되었다. 그리하여 감정의 자극, 정신적·육체적 노동의 과도함을 피하기 위한 일상생활의 태도를 구체적으로 나열하였다.

월경의 기간을 물론이요, 그 전후에 깁이 주의할 것은 과격한 운동이나 노동을 피할 것이요 야외에 산보와 갓치 적당한 운동을 힘쓰는 것이 죠치만은 더러운 속옷이나 습기 잇는 의복을 닙넌다던지 여한 신체를 급히 한랭한 공기에 촉함은(더운 몸을 갑쟈기 식킨다는 말) 죳치 안으며. 창호를 밀폐한 실내에 안좌하는 것도 죳치 안으니 할 수 있는 대로 신선한 공기 중에서 적당한 운동을 하며 정신을 쾌활하게 가지는 것이 가쟝 긴절하니라. 식 물(食物)에 주의할 것은 가성적 자양이 많코 소화되기 쉬운 것을 취하며 주(酒)는 물론, 차, 가배(珈琲:커피) 등 농(濃)한 것이나 심히 매운 것 등 모든 자극성 잇는 것은 피하는 것이 가하니라.389)우곡생, 「월경론」, 『여성계』 3호, 1918년 9월호, 49쪽.

또한 월경 기간에는 “부인의 정신에 변조가 오기 때문에” 슬픈 소설을 읽거나 활동사진 관람, 극장 같은 곳에 가는 것도 좋지 않다고 권하였다. 또한 담백한 식사를 하고, 월경 중에는 감기에 걸리기 쉬우므로 해수욕, 수영을 하지 말 것을 권하였다.390)여의사 운대 길정희, 「월경과 위생」, 『여성지우』 1권 2호, 1929년 2월호.

이처럼 신체적 활동 자체를 자제할 것을 요구하는 논리는 여성 노동의 문제로 연결되기도 하였다. 일을 쉴 수도 없고 줄일 수도 없는 상황에서 일을 하다 보니 직업 부인에게 자궁병, 월경 곤란이 많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시 신문, 잡지의 논의는 여기에 그치고 있을 뿐, 이것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어떻게 조절할 수 있는지에 대한 확장된 논의는 없었다.391)『동아일보』 1926년 5월 4일자. “월경 때의 고통은 직업 부인이나 운동선수가 더 심하다는 것은 주목할 일이겠다.”라고 언급하지만, 그들의 노동이나 생활 조건을 어떻게 보호해야 한다는 논의는 없었다.392)정근양, 「성 생리학 2」, 『여성』 1권 7호, 1936년 10월. 이보다는 여학생에 대한 조치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것이 눈에 띈다.

두뇌의 과로 등으로 인하야 월경이 지식(止息)하는 경우도 이스니…… 두뇌의 과로는 흔이 여학생의게 많으니 이는 시험시를 당하야 과도히 공부를 하는 까닥이라(여자는 호승지심(好勝之心)이 많음으로) 본인의 부주의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양친된 이도 또한 그 책임을 면할 수 없나니 여간(如干)한 경쟁심과 명예심으로 인하야 신체의 건강을 손하는 것은 진실노 어리석도다. 이런 경우에는 두뇌를 휴식하야 그 피로를 회복케 하며……393)우곡생, 「월경론」, 『여성계』 3호, 1918년 9월호, 53쪽.

월경 중의 여학생은 정신적 자극이나 과도함을 피해야 한다는 의학적 논리는 일상생활을 규제하였다. 운동, 체조, 소풍 같은 활동을 심하게 하거나 연극, 활동사진, 소설 등을 지나치게 보지 말 것을 강조하였다. 심한 자극을 피한다는 이유로 과도한 공부나 적은 수면 시간, 근심, 걱정, 비애 같은 것도 나쁜 사례가 되었다. 고추장, 후추, 술 같은 자극성 음식도 피하도록 권유하였다.394)『중외일보』 1928년 4월 7일자.

여행, 여러 시간에 걸친 빨래, 발재봉틀, 무용, 체조도 하지 말 것을 권하면서, “여학교에서 월경 때에 체조를 안 하도록 규칙을 정한 것은 위생상으로 보아 대단히 찬미할 만한 일”이라고 평한다.395)여의사 운대 길정희, 「월경과 위생」, 『여성지우』 1권 2호, 1929년 2월호. 여학생들이 부끄러워서 말을 못하고 운동을 하는 일이 있는데, 반드시 담임선생에게 말하고 쉬는 것이 좋으며, 학교 선생도 의례히 쉬게 해줘야 한다고 강조하였다.396)『조선일보』 1927년 8월 26일자. 반대로 적절한 운동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었다. 월경은 코피처럼 다쳐서 피나는 것과 다르며, 운동하는 것은 아무 해가 없다는 점을 학교 위생 담당자가 알아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월경 곤란증도 운동으로 치유된 경우가 있다고 하면서, 다만 월경 시 주의할 일은 몸에 꼭 맞는 깨끗한 월경대를 준비하면 그만이라고 주장한다.397)『중외일보』 1930년 9월 2일자. 그러나 월경 중 여성은 정신에 장애를 일으키므로 정신적 자극, 과도함을 피해야 한다는 병리학적 논리에서 벗어난 것은 아니었다. 자극, 과도함에 대한 기준이 다름에서 오는 의견 차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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