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14권 나라를 지켜낸 우리 무기와 무예
  • 제3장 부국강병의 토대, 조선 전기의 무기와 무예
  • 1. 부국강병의 길
  • 조선만의 독특한 화기를 완성하다
  • 다연장 발사기, 화차
박재광

15세기 전반 세종대에 이르러 비약적으로 발전하였던 우리나라 화기의 발전 추세는 문종이 즉위한 후에도 그대로 계승되었다. 문종은 즉위한 1450년 9월에 화약 확보를 위해 화약 발달의 중요한 요소인 염초자취술(焰硝煮取術)을 크게 개량하였고, 나아가 각도에 책임 제조량을 할당하는 조치를 취하였다.

<표> 세종대의 화기 개량 결과
화기 명칭 개량 전 개량 후
사거리 한 번에 한 개 화살 발사 한 번에 네 개 화살 발사
천자총통 400∼500보 1300보 1000보
지자총통 500보 800∼900보 600∼700보
황자총통 500보 800보 500보
가자화포 200∼300보 600보 400보
✽1보=6자=125㎝

특히 문종은 1451년(문종 원년)에 새로운 형태의 화차를 개발하였다. 실전에서 화약 병기의 효능이 점차 커짐에 따라 왕세자 시절부터 화약 무기 개발에 많은 관심을 가졌던 문종은 즉위할 즈음 화기의 효용성을 더욱 배가시키기 위하여 이전의 화차를 대폭 개량하여 마침내 새로운 화차를 개발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문종실록』에는 “임금이 임영 대군 이구(李璆)에게 명하여 화차를 제조하게 하였는데, 그 화차 위에 가자(架子, 발사틀)를 만들어 그 안에 중신기전(中神機箭) 100개 혹은 사전총통 50개를 설치하고 불을 심지에 붙이면 잇따라 차례로 발사하게 되었다. 광화문에서 서강까지 차를 끌어 시험하니, 평탄한 곳에는 두 사람이 끌어서 쉽게 가고, 진흙 도랑 및 평지에 돌이 있거나 조금 높은 곳은 두 사람이 끌고 한 사람이 밀어야 하며, 높고 험한 곳은 두 사람이 끌고 두 사람이 밀어야 된다. 그 제도는 모두 임금이 지시한 것이었다.”207)『명종실록』 권2, 명종 즉위년 11월 정묘.라고 기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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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종화차도
문종화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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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만든 화차는 신기전기(神機箭機)·총통기(銃筒機) 화차 두 종류이다. 신기전기 화차는 중신기전 100발을 동시 또는 연속으로 쏠 수 있는 일종의 다연장 로켓 발사기이고, 총통기 화차는 사전총통 50정이 장착되어 세전 200발을 발사할 수 있는 다연장 발사기이다.

이 화차는 그 해 1월에 모화관에서 시험 발사를 실시한 결과 매우 성공적이었다. 군기감에서 허수아비를 만들어 갑주를 두르고 방패를 가지게 하여 70∼80보 밖에 세운 뒤 화차전(火車箭)과 편전(片箭)을 각각 쏘아 비교하였는데, 화차전 이 더 강렬할 정도였다. 이로써 화차 한 대의 위력이 화통수 수 명을 대체할 수 있는 정도의 위력이 있다는 점이 검증되었다.

이 문종 화차는 조선의 무기 중에서도 가장 독창성이 뛰어난 것이라 할 수 있다. 구조적인 측면에서도 매우 독창적으로 설계되었는데, 수레는 지름 87㎝짜리 바퀴 두 개 위에 길이 2.3m, 너비 74㎝의 차체가 올려진 상태로 나무로 제작되어 두 명이 끌 수 있도록 하였다. 그 수레 위에 총통기나 로켓 발사틀인 신기전기를 장착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특히 화차의 수레는 당시 조선에서 쓰던 바퀴축이 차체에 붙어 있는 보통 수레와 다르고, 중국의 화차에서 쓰던 수레와도 다른 매우 독특한 형태였다. 수레의 차체 상판이 바퀴 위로 올려진 형태를 취하고 있는데, 이는 차체의 상판을 바퀴 축으로부터 올려 주어 발사각을 최대 43도까지 높임으로써 화살의 사정거리가 가능한 길어지게 한 것이다. 또 바퀴 축을 수레의 차체보다 좁게 만들어 도로의 폭이 넓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과학적 독창성이 매우 뛰어났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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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통기 화차
총통기 화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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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전기 화차
신기전기 화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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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종 화차는 그 해 2월에 중앙에 50대, 의주 등 양계(兩界) 네 읍에 각각 20대씩 모두 80대를 배치하였고, 1451년 한 해 동안만 해도 700여 대를 제작하여 전국적으로 배치하였다. 또한 사용하지 않아 무용지물이 되지 않도 록 평소에는 관청의 물건을 운송하는 수레로 사용하다가 유사시에는 화차로 이용토록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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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전기 화차 발사
신기전기 화차 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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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이사임(李思任)이 화차의 측면에 방패를 설치하고 신기전기 발사틀을 쇠로 장식할 것을 건의하는208)『문종실록』 권6, 문종 1년 2월 임오. 등 문종 화차를 개량하려는 노력도 계속되었다. 방패 설치는 화차의 좌우에 방패를 장착하여 화차를 운용하는 사람이 몸을 숨길 수 있도록 하였던 것이며, 신기전기의 가자와 전혈(箭穴)을 쇠로 장식하는 것은 화재를 막으려는 계책이었다.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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