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14권 나라를 지켜낸 우리 무기와 무예
  • 제3장 부국강병의 토대, 조선 전기의 무기와 무예
  • 2. 평화 속에 잠든 무기와 무예
  • 화약 병기의 쇠퇴
  • 대형 화포의 개량
박재광

고려 말 이후 개량된 대형 화포는 1515년(중종 10) 삼포왜란(三浦倭亂), 1528년(중종 23) 야인의 만포진(滿浦鎭) 침범, 1544년(중종 39) 사량진왜변(蛇梁鎭倭變) 등 야인과 왜구의 침구 때 적극적으로 활용되었다. 특히 1521년(중종 16) 1월에 서후(徐厚)가 개발한 벽력포(霹靂砲)는 해전에 유용하게 사용되었다고 한다.

특히 왜구들이 점차 중국에서 새로운 조선술을 익혀 견고한 배를 만들고, 화기를 장비한 후 대선단을 이루어 침범하기 시작함에 따라 이러한 대형 화포의 필요성은 더욱 절실하였다. 1555년(명종 10)에 벌어진 을묘왜변(乙卯倭變)으로 왜선을 격파하는 데 효과적인 천자총통·지자총통 같은 대형 총통을 포함한 각종 화기 주조와 개발이 이루어졌고, 많은 성과도 거두었다. 이 시기의 화약 병기 발달에 있어서 가장 특징적인 면이 바로 대형 화포의 발달이라 할 수 있다.

이 시기에 조선이 제작하여 활용한 화포의 성능이 어떠했는지는 다음의 기사에 잘 나타나 있다. 1545년(명종 즉위년) 11월 8일에 군기시(軍器寺) 제조가 명종에게 “오늘 중국 사람으로부터 화포의 제작법을 전습 받아 모 화관에서 쏘아 보았으나 별로 맹렬한 힘이 없어 40보 밖에 표적을 세우고 쏘았는데도 모두 맞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의 포는 한 발이 방패에 맞았는데 도로 튕기었습니다. 중국 사람들이 ‘중국에서는 삼(杉)나무의 재를 쓰기 때문에 빠르고 맹렬한데 여기서는 버드나무 재를 쓰기 때문에 맹렬하지 않다.’고 하였습니다. 또 그 기계가 매우 둔하여 우리나라 포만 못합니다.”라고 하였는데,221)『동아일보』 1931년 2월 5일자. 이는 당시 조선의 화포가 중국의 화포보다 우수하였음을 보여 주는 사례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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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자총통
황자총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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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전기에 개발·활용된 대형 화포는 표 ‘조선시대 대형 화포의 변화’와 같은데, 이름이 비슷하여 같은 것으로 오해하기 쉽다. 대체적으로 조선시대 화포의 명칭은 크기 순서로 붙이고 있지만, 각종 화약 무기의 크기나 구경은 시대에 따라 차이가 심하기 때문이다.

<표> 조선시대 대형 화포의 변화
시대
구분
조선 초기 조선 중기
주요
대형 화포
천자화포, 지자화포, 현자화포
황자화포, 가자화포, 총통완구
장군화통, 일총통
천자총통, 지자총통, 현자총통
황자총통, 별황자총통, 대완구
중완구, 소완구, 소소완구

이들 대형 화포의 발달 양상과 특징을 살펴보면 먼저 고려 말에 최무선이 화약 무기를 개발하였을 당시의 대형 화포가 발전하여 세종 연간까지 천자·지자·현자·황자화포 등이 사용되었고, 이후에 이들 화포가 개량되어 성종 때 간행된 『국조오례의서례』 「병기도설」에는 총통완구, 장군화통, 일총통 등으로 명칭을 바꾸어 사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화포들은 대체로 조선 초기의 대형 화포인데, 규격이 중·후기의 화포에 비해 그리 크지 않고 내부 구조가 격목형(檄木型, 약실 내부가 경사로 형성되어 화약을 넣은 후 격목을 끼울 수 있는 형태)이다. 이는 대형 화포에서 대형 화살을 많이 사용한다는 점과 완구처럼 둥근 돌(團石)을 쓰는 경우에도 토격(土隔)을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이 작용하였기 때문이다.

명종 연간(1545∼1567)에 대형 화포의 규격과 형식은 이전과 다른 양상을 보인다. 이때의 대형 화포는 대체로 조선 초기의 화포와 이름이 비슷하지만, 실상 규격이 전혀 다른 총통들이다. 또한 규격에서 대형화되고, 유형이 세분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외관상으로 일단 초기의 화포에 비해 커진다. 조선 초기의 천자총통(장군화통)에 비해 중기의 천자총통은 규격이 매우 커진 것이다. 또 약실이 포신과 구별되지 않고, 약실 둘레에도 마디가 형성되어 있다. 이 점은 같은 이름을 지닌 조선 초기와 후기의 화포가 서로 다른 특징이라 하겠다. 그리고 발사체도 조선 초기의 화포들은 원칙적으로 대형 화살만을 발사하였지만, 중기의 화포들은 대형 화살을 비롯하여 철환(鐵丸) 같은 원형 발사체도 함께 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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