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국도지』를 저술한 위원(魏源, 1794∼1856)은 흠차대신(欽差大臣)으로 밀수한 아편을 불태워 아편 전쟁(阿片戰爭)을 유발한 임칙서(林則徐)의 벗이었으며, 전쟁 당시에는 수개월 동안 양광 총독 대리(兩光總督代理) 유겸(裕謙)의 막하에서 활약한 적도 있었다. 『해국도지』는 위원이 아편 전쟁의 패배를 직접 체험하고서 국가의 자강과 발전을 위해서 저술한 것이었다.
위원은 해상을 통해 침범하는 외적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과감하게 서양의 문물을 수입해야 함을 역설하였다. 그는 서양의 우수한 국방력이 전함, 화기, 군대 양성과 훈련임을 강조하였다. 따라서 그는 광동(廣東)에는 배를 건조하는 조선창(造船廠)과 화기를 제조하는 화기국(火器局)을 설치하고, 화전(火箭)·수뢰포(水雷砲) 제작자를 양성하며, 군졸에게는 급여를 후하게 주어서 사기를 진작시켜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렇듯 국가의 자강을 위해 노력한 위원의 『해국도지』는 말 그대로 도(地圖)와 지(地誌)로 분리되어 있고, 세계 각국의 지리와 역사를 주로 소개하고 있다. 특히 서양과 동양의 종교와 역법에서 군함·대포·망원경의 제조법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한마디로 해외 지식을 소개하는 세계 지리서의 성격과 외적의 침략을 저지하는 국방 서적의 성격을 갖고 있는 책이라 하겠다.382)『해국도지』에 관해서는 이광린, 『해국도지』의 한국 전래와 그 영향」, 『한국 개화사 연구』, 일조각, 1980 참조. 특히 전선, 화륜선, 각종 대포, 대포 사용 시의 측량 방법, 화기 소총, 수뢰포, 서양의 포대 등에 대해서는 설명문과 함께 자세한 그림도 덧붙여 무기 제작과 활용에 적지 않게 기여하고 있다.
신헌 초상
당시 조선 조정에서는 『해국도지』에 수록되어 있는 수뢰포의 도입과 제작에 관련하여 논의하기도 하였다. 한강의 노량 북쪽 연안에서 고종이 친히 참석한 가운데 전함의 진수식과 함께 수뢰포를 시험 폭파시키는 데에 성공하였다.383)『승정원일기』 고종 4년 9월 9일 훈련대장 신헌(申櫶, 1810∼1888)은 『해국도지』에 의거하여 수뢰포를 제조하여 가자(加資)되기도 하였다.384)『승정원일기』 고종 4년 9월 11일 ; 『일성록』 고종 4년 9월 11일 ; 『고종실록』 고종 4년 9월 11일 당시 운현궁(雲峴宮)에서 예산을 들여 직접 건조한 전선을 강화도로 내려 보내 군사 훈련에 활용하였는데,385)김윤식(金允植), 『운양집(雲養集)』 권11, 양요시답모인서(洋擾時答某人書). 이 전선 역시 수뢰포와 마찬가지로 『해국도지』를 참고로 건조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영국의 수사 제독(水師提督) ‘벌릿(Ad. Bullet)’이 영국 군함 8척·수뢰포 실은 배 4척 등 도합 12척을 거느리고 제물포에 들어온 바 있으며, 영국 총영사 ‘죠오단(Jordan)’이 제물포로 영국 수사 제독을 만나러 갔다”386)『독립신문』 광무 원년 12월 28일 ; 『독립신문』 광무 2년 1월 4일·8일는 기사로 보아 당시에는 수뢰포가 외적의 전선을 폭파하는 데 유용하게 활용된 것으로 보인다.
1876년 강화도 조약을 체결한 후 일본에 파견되었던 김기수(金綺秀, 1832∼?)는 귀국하여 고종에게 복명하는 자리에서 『해국도지』와 『영환지략(瀛環地略)』을 인용하여 러시아를 설명하였다.387)『승정원일기』 고종 13년 6월 1일 개화 사상가로 알려져 있는 박규수(朴珪壽, 1807∼1876)는 자신이 지도하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해국 도지』를 열람하기를 권장하면서 해외 지식에 대한 내용에 더욱 더 자세하게 읽을 것을 충고하였다.388)김윤식, 『운양집』 권10, 구당시초서(榘堂詩抄序).
이렇듯 조선의 위정자와 지식인들은 『해국도지』를 통해서 세계 지식을 접하고 이것을 응용하여 참신한 지식을 익히고 새로운 기기를 제작함으로써 국가 발전에 기여하고 외국에 대한 조국의 자강을 이루어 밀려오는 외세의 압력에 대응하고자 하였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