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15권 하늘, 시간, 땅에 대한 전통적 사색
  • 제1장 천문의 관측과 기상의 측후
  • 3. 천상열차분야지도와 전통 별자리
  • 역대 천문도의 역사
구만옥

천체 관측의 성과를 모아 만든 것이 ‘천문도(天文圖)’이다. 오늘날 ‘성도(星圖)’라고 부르는 천문도는 별의 위치와 밝기 등을 기록한 별자리 그림이다. 삼국시대 이전의 별자리 그림은 고고학적 유물에서 확인된다. 고인돌의 별자리 흔적이 그것이다. 북한의 유물뿐만 아니라 충청북도 청원 아득이 마을의 고인돌 유적을 비롯한 남한의 많은 고인돌에서도 별자리 그림의 흔적이 확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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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득이 마을 고인돌에서 출토된 별자리가 새겨진 돌판
아득이 마을 고인돌에서 출토된 별자리가 새겨진 돌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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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 사람들이 남긴 천문학의 성과는 고분 벽화의 별자리 그림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고분 벽화의 별자리 그림은 해와 달과 북두칠성 등을 간단하게 그린 것에서부터 100여 개가 넘는 별을 그린 것까지 다양하다. 이 그림 속에는 해와 달과 별이 사실적으로 그려져 있다. 별은 원으로 그렸고, 그 원을 세 개의 선으로 이어서 별자리를 표시하였다. 이것은 고구려 사람들이 실제 관측을 통해 별자리를 파악하고 있었다는 증거이다.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고구려 고분에 나타난 별자리 의 방위 배치 방식은 중국의 그것과 다른 독자적인 것이라고 한다. 북두칠성·남두육성(南斗六星) 등 동서남북을 주재하는 방위 별자리를 배치하고, 여기에 사신도(四神圖)와 일월상(日月象)을 대칭시키는 체계였다는 것인데,28)김일권, 『고대 중국과 한국의 천문 사상 연구: 한당대(漢唐代) 제천 의례(祭天儀禮)와 고구려 고분 벽화의 천문도를 중심으로』, 서울대학교 박사학위논문, 1999 ; 김일권, 「벽화 천문도를 통해서 본 고구려의 정체성」, 『고구려연구』 18, 고구려연구회, 2004 등 참조.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고구려에서는 중국과는 다른 계통의 독자적인 천문학이 발생·발전하였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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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화리 2호분의 별자리
덕화리 2호분의 별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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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와 신라에도 천문도가 있었을 것이다. 『일본서기』에 따르면 백제의 승려 관륵(觀勒)이 602년 일본에 역서와 천문 지리서를 전해 주었다고 하는데, 그 가운데는 천문도가 포함되었을 가능성도 있다.29)『일본서기(日本書紀)』 권22, 제33세 추고천황(推古天皇). 신라의 경우 692년(효소왕 1) 고승 도증(道證)이 당나라에서 귀국하여 천문도를 바쳤다고 한다.30)『삼국사기(三國史記)』 권8, 신라본기(新羅本紀)8, 효소왕(孝昭王). 한편, 『고려사』에는 오윤부(伍允孚)가 “일찍이 스스로 천문을 그려 바쳤는데, 일자(日者)들이 모두 이를 본받았다.”31)『고려사』 권122, 열전(列傳)35, 방기(方技), 오윤부(伍允孚).는 기록이 남아 있으나 구체적인 내용을 알 길이 없다. 다만, 오윤부의 집안이 대대로 천문 기관인 태사 국의 일을 맡아보았고, 그 자신이 천문(점성)·역법에 매우 밝았으며,32)『고려사』 권27, 세가(世家)27, 원종3. 그가 만든 천문도를 일관들이 표준으로 삼았다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그가 작성한 천문도가 매우 우수한 것이었으리라 추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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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삼동 고분의 별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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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서곡리 벽화묘의 별 그림
파주 서곡리 벽화묘의 별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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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시대 천문도의 형태는 현존하는 각종 고분 벽화를 통해 짐작해 볼 수 있다. 현재까지 별자리 그림이 확인된 고려시대 고분으로는 정종의 안릉(安陵, 949), 문종의 경릉(景陵, 1083), 서삼동(西三洞) 고분(12세기 초), 신종의 양릉(陽陵, 1204), 원종의 소릉(韶陵, 1274), 충목왕의 명릉(明陵, 1349), 칠릉(七陵), 서곡리(瑞谷里) 벽화묘(1352), 공민왕의 현릉(玄陵, 1365) 등이 있다.33)김원룡, 『한국 벽화 고분』, 일지사, 1980 ; 김기웅, 『한국의 벽화 고분』, 동화출판공사, 1982 참조. 이 가운데 남한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경상북도 안동 서삼동의 서삼동 고분과 경기도 파주의 서곡리 벽화묘이다. 서삼동 고분은 12세기 초의 무덤으로 추정된다. 이 무덤은 청록색 천장 안쪽에 짙은 푸른색으로 원을 그리고, 그 안에 붉은색으로 별을 그려 넣어 청록색과 붉은색의 강한 색조 대비가 눈에 띈다. 원의 한가운데에는 북두칠성으로 보이는 별이 있고, 그 양쪽에는 해와 달로 추정되는 큰 별이 한 개씩 그려져 있다. 그 바깥 에는 100개가 훨씬 넘는 많은 별이 둥그렇게 둘러져 있다. 동아시아의 전통적인 별자리인 28수(宿)를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서곡리 벽화묘는 권준(權準, 1281∼1352)의 무덤이다. 이 무덤의 천장 중앙 판석에는 성신도(星辰圖)가 그려져 있다. 굵은 선으로 원을 그려 하늘을 나타냈고, 그 안에 북두칠성과 삼태성(三台星) 등을 음각하였다. 북두칠성은 일곱 개의 별을 평행 먹선 사이에 백회를 칠한 흰 선으로 연결하여 표현하였고, 삼태성은 세 개의 별을 일정한 간격을 두고 세로로 배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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