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15권 하늘, 시간, 땅에 대한 전통적 사색
  • 제1장 천문의 관측과 기상의 측후
  • 3. 천상열차분야지도와 전통 별자리
  • 전통 별자리, 3원 28수
구만옥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의 옛 별자리는 현행의 서양식 별자리와 다르다. 전통 별자리에서는 먼저 하늘 전체를 중앙과 동서남북의 사방으로 구획하였다. 각 구역의 별자리는 신령스러운 동물의 형상에 맞추었다. 중궁 황룡(中宮黃龍), 동방 창룡(東方蒼龍), 북방 현무(北方玄武), 서방 백호(西方白虎), 남방 주작(南方朱雀)이 그것이다. 오행 사상에 따르면 중앙은 토(土)로서 황색, 동방은 목(木)으로 청색, 서방은 금(金)으로 백색, 남방은 화(火)로 적색, 북방은 수(水)로 흑색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이는 사신도(四神圖)에서 청룡(靑龍), 백호(白虎), 주작(朱雀), 현무(玄武)가 각기 동서남북을 담당하는 것과 같다.

다음으로 중요한 별자리를 북극 주변의 3원(垣)과 사방의 28수로 나누었다. 3원이란 태미원(太微垣=上元)·자미원(紫微垣=中元)·천시원(天市垣=下元)을 일컫는다. 여기서 ‘원’이란 본래 ‘담’이란 뜻인데, 이 별자리들이 담장 형태로 북극을 둘러싸고 있기 때문에 붙인 명칭이다. 자미원은 북극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구역으로 대략 주극원 지역에 해당하며, 태미원과 천시원은 28수와 자미원 사이의 공간에 위치한다. 성수(星宿)·장수(張宿)·익수(翼宿)·진수(軫宿) 이북의 구역이 태미원이며, 방수(房宿)·심수(心宿)·미수(尾宿)·기수(箕宿)·두수(斗宿)의 북쪽 지역이 천시원이다. 『천문유초(天文類抄)』에 따르면, 자미원은 하늘의 황제인 태제(太帝)의 자리로 천자가 항상 거주하는 곳이며, 태미원은 천자의 궁정(宮庭)으로 오제(五帝)의 자리이고 열두 제후의 관청이 있는 곳이며, 천시원은 ‘사물의 경중을 재는 척도(權衡)’와 ‘무리를 모으는 일(聚衆)’을 주관한다고 되어 있다.

<표> 28수
방위 28수의 명칭
동방 7수 각(角)·항(亢)·저(氐)·방(房)·심(心)·미(尾)·기(箕)
북방 7수 두(斗)·우(牛)·여(女)·허(虛)·위(危)·실(室)·벽(壁)
서방 7수 규(奎)·누(婁)·위(胃)·묘(昴)·필(畢)·자(觜)·삼(參)
남방 7수 정(井)·귀(鬼)·유(柳)·성(星)·장(張)·익(翼)·진(軫)

28수는 달의 공전 주기인 항성월(sidereal month)과 관련이 깊다. 달은 대략 28일(27.32166일)을 주기로 지구 주위를 일주한다. 지구에서 보면 달은 매일 밤마다 별자리의 위치를 바꾸다가 28일쯤 지나면 다시 원래의 별자리 로 돌아오게 된다. 따라서 매일 밤 달이 머무는 대표적인 별자리를 선정하면 28개가 되고, 이것을 동서남북에 각각 일곱 개씩 배당하여 하늘의 구역을 나눈 것이 바로 28수이다.

주의할 것은 이들 3원과 28수가 각각의 별자리를 뜻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하나의 별자리 집단을 대표하는 명칭이기도 하다는 사실이다. 예컨대 『천문유초』에 따르면 동방 7수의 첫 번째 별자리 집단인 각수에는 모두 45개의 별이 15개의 별자리를 형성하고 있다. 그 가운데 2개의 별로 이루어진 것이 각(角=左角)이라는 별자리인데, 이 별자리가 평도(平道)·천전(天田)·진현(進賢) 등 나머지 별자리를 대표하고 있는 것이다.

이상과 같은 전통 별자리는 지상 세계의 사회 구조를 하늘에 옮겨 놓은 것이었다. 인간 세계가 천자를 중심으로 통일적인 사회 구조를 형성하고 있듯이, 하늘 또한, 천제를 상징하는 북극을 중심으로 모든 별자리가 질서 정연하게 배치되어 있다고 보았던 것이다. 이는 천상 세계와 지상 세계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전통적인 사유의 반영이었고, 천인합일(天人合一)이라는 정치적 이상을 별자리에 투영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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