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15권 하늘, 시간, 땅에 대한 전통적 사색
  • 제4장 땅의 표현과 기술
  • 1. 땅에 대한 다양한 관념
  • 불교의 사대주설
오상학

인도에서는 기원전 500년 이후 브라만교 이외에 불교, 자이나교 등 새로운 종파가 일어나면서 지리적 세계관도 그들 사이에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발달하였다. 이 중 불교의 세계관은 인도뿐만 아니라 널리 아시아 여러 민족에게 확산되어 지리적 사고의 형성에 큰 역할을 하기도 하였다.

불교의 지리적 세계관과 관련된 가장 오래된 문헌은 『장아함경(長阿含經)』의 「세기경(世記經)」이 있고, 5세기경에 세친(世親)이 저술한 『아비달마구사론(阿毘達磨俱舍論)』이 있다. 불교에서 말하는 ‘세계(Loka-dha-tu)’는 욕계(欲界)·색계(色界)·무색계(無色界)의 세 가지로 나뉘고, 우리들이 살고 있는 곳은 욕계인데, 지리적 구상으로서는 수미산(須彌山, Sumeru)을 중심으로 하 는 지상 세계이다. 그것은 수미산을 중심에 두고 각각 일곱 개의 산(육지)이 둘러싸고 있고, 바깥쪽 주위는 또한, 바다(외해)로 이를 철위산(鐵圍山, Cakravada-parvata)이 둘러싸고 있다. 외해에는 각각 두 개의 중주(中洲)를 지닌 사대주(四大洲)가 있는데, 남쪽에 있는 것이 염부제(閻浮提, Jambudvipa, 섬부주(贍部洲)), 북쪽이 울단월(鬱單越, Uttarakuru, 구로주(俱盧洲)), 동쪽이 불파제(弗婆提, Purvavideha, 승신주(勝身洲)), 서쪽이 구야니(瞿耶尼, Avaragodaniya, 우화주(牛貨洲))이다. 수미산을 둘러싸는 일곱 개의 산은 황금으로 이루어져 칠금산(七金山)이라 부르고, 수미산·철위산과 바다를 총칭하여 구산 팔해(九山八海)라 한다. 이러한 불교의 세계관은 남송 때 지반(志磐)의 『불조통기(佛祖統紀)』에 수록된 지도에 잘 표현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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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주구산팔해도(四洲九山八海圖)
사주구산팔해도(四洲九山八海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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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중앙에 있는 수미산은 사보(四寶, 황금·백은·유리·파리)로 만들어졌는데, 안에 있는 금륜(金輪) 위에 위치해 있다. 해와 달이 비추며 여러 천인(天人)이 노니는 곳이다.111)현장, 『대당서역기(大唐西域記)』 권1, 34국(三十四國). 이와 같은 수미산 사상은 당시 인간의 힘으로는 범접할 수 없는 히말라야의 위용을 신비화하였을 가능성이 크다.

『장아함경』에 의하면, 사대주 중에서 남주(南洲)는 남쪽이 넓고 북이 좁은 인면(人面)의 모습이고, 북주(北洲)는 방형, 서주(西洲)는 원형, 동주(東洲)는 반월형으로 되어 있다고 한다. 남주는 인도를 포함하는 대륙으로 인간이 사는 현실 세계이다. 남주의 형상은 바로 인도 반도의 형상에서 착상한 것이다.

인간의 현실 세계인 남주, 즉 남섬부주의 지리적 세계는 남섬부주도(南 贍部洲圖)에 잘 표현되어 있다. 남섬부주도는 중국 명대의 인조(仁潮)가 1607년 간행한 『법계안립도(法界安立圖)』에 수록된 지도로, 현장(玄奘)의 『대당서역기(大唐西域記)』에 기초한 지명들이 기재되어 있다. 대륙 중앙의 아뇩달지(阿耨達池)와 여기서 흘러 나가는 네 개의 하천이 기본적인 골격을 형성하고 있다. 중국은 세계의 중심에 있지 않고 동쪽 구석에 배치되어 있으며, 우리나라는 ‘고려(高麗)’라는 표기와 함께 섬의 형태로 그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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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섬부주도
남섬부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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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남섬부주를 그린 지도는 1613년 간행된 명대의 『도서편』에도 수록되어 있다. 이 지도는 『삼장(三藏)』, 『불조통기』에 수록된 진단도(震旦圖)와 한서역제국도(漢西域諸國圖), 반사서토오인도(盤師西土五印圖)의 세 지도를 합하여 제작한 것인데, 지명은 여러 승려의 서역전(西域傳), 홍범(洪範) 등의 책을 참고하여 표기하였다. 그러나 이와 같은 불교적 세계관을 표현한 지도들은 중국이나 조선보다는 불교의 영향력이 강하였던 일본에서 활발하게 제작되어 전통적인 세계 지도의 한 흐름을 형성하였다.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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