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17권 천민 예인의 삶과 예술의 궤적
  • 제1장 기생의 삶과 생활
  • 2. 삶을 규제한 틀
  • 관리와 규제
우인수

기생은 관청에 소속되어 있는 관기로서 처지 자체는 관비(官婢)와 비슷하였다. 조선시대의 기생은 대개 비슷한 고유의 역(役)을 지고 있었으나, 자신이 속한 지역에 따라 맡은 소임이나 생활 방식에 약간의 차이가 있었다. 서울 지역의 기생, 지방의 기생, 그리고 지방 중에서도 북쪽 변방 지역의 기생은 역할과 생활 방식이 조금씩 달랐던 것이다.

서울 지역의 기생은 대개 장악원에 소속되어 있으면서 악기와 가무를 교습하였고, 때때로 궁중의 연회에 동원되었다. 그들은 연회에 대비하여 악기와 가무를 연습하는 시간인 공적인 근무일 이외에는 자신의 사사로운 영업을 할 수 있었다. 이것은 그들의 호구책이기도 하였다. 대개 기부(妓夫)가 있어 여러 가지 보살핌을 받고 있었다는 점이 지방 기생과 달랐다.

지방 관청에 속해 있던 지방 기생은 대개 중앙의 관료가 지방 순시를 나올 때 수청(守廳)을 들거나, 지방 관료의 수청기 역할을 하였다. 이들은 서울 기생만으로 충족할 수 없는 대규모 연회가 열릴 때면 서울로 차출되기 도 하였다. 그리고 서울 장악원의 여악이 폐지된 이후에는 서울로 차출되어 연회를 개최하는 담당자로서의 역할을 오랫동안 담당하였다. 이들은 서울 기생과 달리 기부가 없었고, 대신에 대부분 기생 어미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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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릉신영도 중의 기생
안릉신영도 중의 기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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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안도와 함경도는 같은 지방이라도 다른 지역과는 달리 국경을 맞대고 있어 고향을 떠나 장기간 수자리 서는 군사들이 모여 있는 특수성이 있었다. 북쪽 변방에 소속된 기생의 주된 역할은 군사들을 위무하는 것이었다.23)우인수, 「조선 후기 북변 지역 기생의 생활 양태」, 『역사와 경계』 48, 부산 경남 사학회, 2003. 그러나 일반 군졸들까지 모두 상대하지는 않았고, 적어도 양반 군관층이 주된 대상이었다. 특히 평안도는 중국으로 통하는 길목에 있었기 때문에 평안도의 기생은 중국의 사신과 중국으로 가는 조선 사신들을 위한 연회에서 가무를 담당하였을 뿐 아니라 수청기로서의 역할도 수행하여야 했다. 그리하여 그들의 변방 지역에서의 유출은 특별히 엄격하게 규제되고 있었다.

서울 장악원에서는 악적(樂籍)을 두어 기생을 관리하였고, 지방에서는 기적(妓籍)을 두어 관리하였다. 관청에서는 기적에 의거하여 매월 초하루와 보름에 기생을 점고(點考)하였다.

점고 때 호명하는 방법은 특이하였는데, 해주 감영의 호명기(號名記)가 남아 있어 실례를 알 수 있다. 예를 들면 기생 ‘옥계’를 부르려면 “옥도끼 둘러메어, 계수나무 벤다 한들, 광명한 저 달빛이 더욱이 밝을낫다, 옥계∼” 하는 방식이다. 곧 이름의 첫 글자를 호명하는 문장의 첫 글자로 삼고, 이름 의 둘째 글자를 호명하는 문장 둘째 절의 첫 글자로 삼아 짧은 시구를 만들어 부르는 방식이었다. 몇 가지 예를 더 들면, “명불허전 하량이면, 희한한 가인이니, 네 모양 네 재질로 옥인가랑 못 만날까, 명희∼”, “금랑을 고이 지어, 주홍당사 끈을 띠어, 우리 님 채우시면 볼 적마다, 금주∼” 같은 식이었다. 이렇게 이름을 부르면 해당 기생은 “예, 등대하였소.” 또는 “나오.” 하고 대답하였다.24)정병설, 「해주 기생 명선의 인생 독백」, 『문헌과 해석』 15, 문헌과 해석사, 2001, 155쪽.

기생은 재능과 용모의 우열에 따라 보통 세 등급으로 나뉘었다. 이를 뒷받침해 주는 사료로 세종대에 연회에 참석한 기생들에게 연폐(宴幣)를 지급해 주는 기록이 있어 흥미롭다. 이때 기생을 상·중·하의 세 등급으로 나누어 차등 있게 지급하였는데, 상등 기생에게는 면포 두 필, 중등 기생에게는 면포 한 필과 정포 한 필, 하등 기생에게는 면포 한 필이었다.25)『세종실록』 권26, 세종 6년 11월 기축. 어떤 기준으로 등급을 정하였는지 기준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대체로 가무에 대한 재능과 용모를 기준으로 정하였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리고 이러한 상·중·하의 등급은 평상시에도 엄격한 구분의 잣대로 제도화되었다기보다 연회에 참석한 기녀를 그때그때 상·중·하로 나누어 연폐를 지급하였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다만, 한 번 상등으로 뽑힌 기생은 평소에도 그 격에 맞는 대접을 받았을 것이라고 쉽게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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