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17권 천민 예인의 삶과 예술의 궤적
  • 제2장 조선시대 무당의 생활 모습
  • 4. 사례로 본 무당의 생활 모습
  • ‘업중’ ○송죽 일가의 사례
임학성

1732년(영조 8) 단성현에 거주한 ‘납속 절충장군(納粟折衝將軍)’ ○연학(54세)의 호적을 보면 매우 생소한 직역 하나가 발견된다. 아들 송죽(30세)이 ‘삼가 속오 업중(三嘉束伍業中)’이란 직역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삼가 속오’는 단성현과 붙어 있는 삼가현에 소속된 속오군(束伍軍)이라고 이해되는데, 여기에다가 ‘업중’이라는 특이한 용어를 직역으로 기재한 것이다. ‘업중’은 바로 16세기 이전까지 남무를 일컫는 호칭이었다.

업중을 직역으로 한 ○송죽이 처음 나타나는 것은 1732년에 작성된 호적이다. 그런데 이보다 50여 년 전인 1678년도(숙종 4) 호적에서 그의 조부를 확인할 수 있다. 바로 ‘화랑 사노(花郞私奴)’라는 신분과 직역을 지녔던 수일(34세)이다. 수일이 모신 상전(上典)은 삼가현에 거주하는 진사 정우익(鄭友益)인데, 같은 상전의 비(婢)인 난향(31세)과 혼인하여 단성현에서 외거하고 있었던 것이다. 외거 노비는 상전의 가(家)에 앙역(仰役)하지 않기에 일정량의 신공(身貢)을 바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수일 부부는 납공(納貢) 비용뿐 아니라 생계 수단까지 무업을 통하여 마련하였을 것으로 여겨진다.

○송죽 일가에 대한 기록은 1678년부터 그의 아들인 ‘무부’ 철장이 아버지의 사망으로 호수를 승계한 1789년(정조 13) 호적까지 확인된다. 그런데 이들 일가는 단성현에서 110여 년간 줄곧 거주한 것 같지는 않다. 1717∼1729년의 『단성 호적』에서 수일의 후손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아마 상전이 거주하는 삼가현으로 사환(使喚)되었던 것이 아닌가 짐작된다. 그러다가 수일의 아들 연학이 절충장군이라는 무반(武班)의 품계를 납속 공명첩(納粟空名帖)으로 받은 1732년 호적에 다시 나타나고 있다. 연학 역시 납속하기 이전에는 무부였을 가능성이 높다. 그것은 송죽이 무부를 직역으로 하였다가 납속한 이후에 절충장군을 직역으로 기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 1735년도(영조 11) 호적을 보면, 연학은 계속 납속 절충장군으로 기재한 반면에 그 아들 송죽은 ‘무부’라고 기재되어 있다. 이후 송죽은 1762년도(영조 38) 호적까지 직역을 ‘무부’로 기재하게 된다. ‘업중’ ○송죽 일가의 가계도는 <가계도 3>과 같다.

그런데 1759년도(영조 35) 호적을 보면, 송죽의 후처인 ○조이가(50세)가 ‘무녀’였음이 발견된다. 무업 세습의 양상을 보인 두 아들 철장과 맹득은 바로 후처 소생이었던 것이다. 철장은 1780년(정조 4) 이후에 ‘무부’로 기재하고, 맹득은 1783년(정조 7)에는 ‘무부’로 기재하였다가 1786년(정조 10) 이후에는 ‘양인’으로 기재하였다.

확대보기
<가계도 3> ‘업중’ ○송죽 일가의 가계 및 무업 세습 양상
<가계도 3> ‘업중’ ○송죽 일가의 가계 및 무업 세습 양상
팝업창 닫기

철장과 맹득의 아들들인 성운·광운·광이·광문 등은 모두 직역을 기재하지 않아 무업 세습이 계속 진행되었는지 아닌지는 확인할 수 없다. 1789년(정조 13) 이후 이들 일가의 모습을 찾을 수 없기 때문에 단정하기는 어려우나 무업이 세습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추정하는 까닭은 송죽이 1780년부터 ‘무부’ 대신 납속 절충장군을 직역으로 기재하고 있고, 맹득 또한 1786년부터 ‘무부’ 대신 ‘양인’을 직역으로 기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송죽의 아우 석벽 가족의 직역을 보면 석벽이 ‘채약군(採藥軍)’, 아들 호룡이 ‘어영보(御營保)’ 등으로 나타나 무업과 무관한 직역을 지니고 있었다. 심지어 석벽의 딸은 중서층 부녀자의 호적 기재 방식인 ‘성(姓)’을 칭하고 있었으며, 사위 역시 중서층 남자에게서 일반적으로 나타나고 있었던 ‘업무(業武)’를 직역으로 기재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송죽 일가의 사례에서는 무당의 직역에서 벗어나 신분을 상승시키고자 하였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개요
팝업창 닫기
책목차 글자확대 글자축소 이전페이지 다음페이지 페이지상단이동 오류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