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릉빈가(迦陵頻伽)는 머리는 사람의 형상이지만, 몸은 새의 모습을 지닌 조식으로 대부분 악기를 불고 있는 형상으로 표현되어 있다. 『아미타경 (阿彌陀經)』 등에 의하면 극락의 설산(雪山)에 산다고 하는데, 아름다운 목소리와 함께 춤을 잘 추어 호성조(呼聲鳥), 묘음조(妙音鳥), 미음조(美音鳥), 선조(仙鳥) 등의 명칭으로도 부른다. 이 조식은 황룡사지를 비롯하여 분황사지, 삼랑사지, 임해전지, 천은사지, 보문사지, 남윤사지 등에서 출토된 막새기와에서32)임영주, 『한국 문양사』, 미진사, 1983, 236쪽. 가장 먼저 조성된 예를 볼 수 있다. 따라서 가릉빈가는 목조 건축의 지붕을 장식하였던 막새기와에서 시작되어 통일신라 하대에 이르러서는 석조물에까지 파급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 조식은 주로 불상의 대좌와 부도에서 볼 수 있는데, 대좌보다는 부도에서 더 많은 예를 남기고 있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가릉빈가의 형상은 지상의 어느 물상(物像)에서도 볼 수 없는 조형으로, 이는 다분히 극락의 세계를 의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통일신라시대에 조성된 팔각 원당형 석조 부도에서 가장 많은 예를 볼 수 있고, 주로 탑신 하단의 받침대에 조성된 공통점이 있다. 나아가 여덟 면으로 구성된 각 부재의 각 면에 한 구씩 배치되고 있어 화려함을 더해 줄 뿐만 아니라 주인공인 선사가 천상에 존재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를 화순 쌍봉사 철감선사탑에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