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20권 광고, 시대를 읽다
  • 제1장 한국 언론의 역사와 광고
  • 3. 미군정기의 언론과 광고
  • 정치 언론 시대의 개막과 열악한 경영 상황
이용성

해방 공간에서 다양한 정치 사회 단체들은 일제 강점기에 억눌렸던 사회 경제적 요구를 막힘 없이 표출하였다. 이를 위해 각 정치 세력은 매스 미디어를 장악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였다. 미군이 남한에 진주하기 전인 순수 해방 공간을 포함하여 미군정기 신문의 특징을 ‘정론지 혹은 정치 언론의 시대’라 부를 수 있다. 따라서 각 신문은 각기 관련되어 있는 정파나 정치인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특정 정당이나 정파의 기관지 역할을 하였기 때문에 상업 언론으로 수익 구조를 갖출 필요는 없었다. 달리 말하면 광고의 영향력으로부터는 자유로웠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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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정기 정기 간행물의 인쇄 시설이나 인쇄용지 등 제작 환경은 아주 열악하였다. 독자 시장도 전제 조건인 문자 해독 인구가 적어 아주 제한적으로 형성되어 있었다. 광고 시장은 당시 산업의 발전 정도 등을 반영하여 극히 열악한 상황이었다.

이러한 환경이니 미군정기 언론이 이윤을 창출하기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일제 강점기에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던 대중 신문과는 거리가 멀어졌다고 볼 수 있다. 정치 사회적 요구의 격렬한 분출과 일제 파쇼 권력의 붕괴라는 진공 상태 속에서 폭발적으로 증가하였던 미군정기의 신문 잡지 등은 독자 시장이나 광고 시장의 성장을 바탕으로 등장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것이다. 거의 모든 신문과 잡지는 운영 자금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였고, 주요 정치 세력의 직접적인 지원을 받던 기관지 성격의 신문을 제외하면 정상적인 발행조차 어려운 실정이었다.

미군정은 조선 총독부를 넘어서는 강력한 방송 통제 정책을 펼쳤다. 미군정은 적산 신문사나 인쇄소 등에는 한국인 관리인을 임명하였으나, 경성 방송국 등은 미군 고문관을 직접 파견하여 통제하였다. 일제 강점기의 방송은 구조적으로 조선 총독부와 독립된 조선 방송 협회가 운용하였으나 미군정은 공보부에 방송을 직속 편입시킨 국영 체제로 운영하였다.

이러한 미군정의 강력한 방송 통제 정책은 정책 홍보에 기여할 수 있는 공보 미디어로 방송을 동원하고 중간파나 좌익의 방송 장악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점령 정책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 대중적 영향력을 갖고 있는 방송을 신문과는 달리 철저히 국영화하여 통제하였고, 이러한 현실 속에서 광고 재원을 갖는 상업 방송의 등장은 불가능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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