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성

박정희 정권은 방송 관련 법과 제도를 정비하였다. 이는 방송이 국영 독점 체제를 벗어나 다양화되면서 국가가 민영 방송에게 부여하는 자율성의 폭을 규제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국영 방송 독점 체제를 고집하지 않았던 박정희 정권의 방송 정책 방향 변화에 따라 여러 민영 방송이 개국하였다. 동시에 라디오 수신기의 전국적 보급과 광고 시장의 성장이 이루어졌다. 따라서 1950년대와 달리 광고 시장의 확대는 민영 방송의 수익 구조를 안정시킬 수 있었다.

특히 박정희 정권은 1960년대 초까지 라디오 수신기의 보급이 저조한 현실을 타개하여 정책 홍보 등을 하기 위해 라디오 수신기 보급과 유선 방송 사업인 라디오촌(앰프촌)을 강력하게 추진하였다. 1963년 이후 라디오 보급 대수는 꾸준히 증가하여 1970년에는 250만 대에 이르렀다.⁵⁸⁾ 강대인 외, 앞의 책, p.88.

라디오 수신기가 빠른 속도로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라디오 광고료도 점차적으로 인상되었다. 1964년에는 80%나 인상되었으며 그 후로도 해마다 물가 상승률에 따라 20∼30%씩 올랐다. 특히 기업의 라디오 광고가 활발하던 1968년의 인상폭은 시간 평균 60%를 넘었다. 판매량도 꾸준하게 증가하여 1965년 8월 25일 현재 각 방송국의 시간 판매율은 50%에 이르러 MBC가 43.7%, TBC(당시는 JBS)가 52.7%, DBS(동아 방송)가 52.8%를 각각 기록하였고, DBS는 개국한 지 2년을 넘기면서 시간 판매율 52.8%로 흑자 운영을 시작하였다. 라디오 수신기의 보급 확대, 광고 시장의 형성, 광고료의 지속적인 인상, 광고 판매 증가는 민간 상업 방송 발전의 바탕이 되었다.⁵⁹⁾ 강현두 외, 앞의 글, p.190.

이러한 민간 상업 방송의 선전은 방 송에 대한 자본(광고주)의 힘이 강화되어 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아직은 방송 영역에 대한 국가의 통제력이 강한 시대였다.

텔레비전 방송도 텔레비전 수상기 보급이나 광고 시장 점유율에서 점차 라디오 방송을 압도하기 시작하였다. 1961년 12월 국영 방송으로 개국한 KBS-TV는 시설 투자비와 관리 예산의 증가로 개국 초부터 심각한 재정난에 봉착하였고, 결국 광고 방송의 도입을 검토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1962년 12월 제정된 ‘국영 텔레비전 방송 사업 특별 회계법’과 ‘국영 텔레비전 방송 사업에 관한 임시 조치법’ 등을 공포하여 국영 방송국도 광고를 방송할 수 있도록 하였다. 마침내 KBS-TV는 1963년부터 광고 방송을 실시하면서 시청료도 징수할 수 있게 되었다.⁶⁰⁾ 강대인 외, 앞의 책, pp.65∼66. 그러나 광고 유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자 여전히 국가 예산(일반 회계)에 의존하였다. 1960년대 중반 텔레비전 수상기의 보급이 원활해지자⁶¹⁾ 박정희 정권은 KBS-TV의 조기 정상화를 위해 개국과 동시에 텔레비전 수상기 2만대를 면세로 수입해 보급하기도 하였다. 1966년에 박정희 정권은 전자 산업을 수출육성산업으로 지정하여 갖가지 지원을 해주었고, 1969년에는 ‘전자산업육성법’을 공포하였다. 1968년 국내에서 텔레비전 수상기를 조립 생산하면서부터 텔레비전 수상기는 급속히 보급되어 10만대를 넘어섰고, 1970년에 이르면 서울의 텔레비전 보급률이 30%를 넘어선다(강준만, 앞의 책, pp.437∼438 ; 김민환, 앞의 책, p.539). 방송사 운영이 정상화되었고 1969년에는 광고 방송을 폐지하고 대신에 수신료를 50% 인상하였다.

1964년 5월과 12월에 라디오와 텔레비전 방송국을 개국한 삼성 그룹은 라디오, 텔레비전, 신문을 망라한 복합 미디어 그룹을 구축하였다. 이를 통칭하는 ‘중앙 매스컴’은 광고 공동 판매 등의 방식으로 시너지 효과를 거두었다. 광고 수입은 텔레비전의 주요 수입원이 되었다. KBS도 광고 방송을 중단하기 전까지 광고료가 전체 재원의 50% 정도를 점유하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⁶²⁾ 조항제, 「방송산업의 성장과정」, 김남석 외 편, 앞의 책, pp.148∼1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