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20권 광고, 시대를 읽다
  • 제1장 한국 언론의 역사와 광고
  • 6. 1970년대의 언론과 광고
  • 유신 체제의 방송 규제와 방송 산업의 성장
이용성

박정희 정권의 방송 통제는 유신 체제를 기점으로 더욱 강화되었다. 국영 방송뿐 아니라 민영 방송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였고, 특히 방송 내용도 규제하기 위하여 방송 심의 기구를 제도화하였다. 즉, 방송 프로그램을 규제하는 심의 기구인 방송 윤리 위원회를 만들어 1960년대의 자율 기구에서 법정 기구로 위상을 격상시켰다. 이처럼 방송 심의를 통한 프로그램 규제 외에도 각종 지침을 만들어 다양한 프로그램에 대해 하달하였다.

박정희 정권은 1973년 국영 방송이던 KBS를 공영 방송으로 바꾸었다. 국영 방송에서 공영 방송으로 제도를 변화시킨 데는 공공성의 강화보다 정권 홍보를 위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조직의 관료성을 해소하려는 방안으로 채택된 것이었고, 국가의 감독권은 여전히 유지되었다. 이는 KBS가 대 중적 영향력을 확보할 때 홍보 가치도 높아질 것이라는 구상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1960년대에 이은 지속적인 경제 성장은 텔레비전 수상기 보급과 광고 시장 규모를 비약적으로 증가시켰다. 전자 산업의 발전은 텔레비전 수상기 가격을 떨어뜨려 대중들이 구입할 수 있게 되었고, 1978년에는 텔레비전 수상기 세대 보급률이 70.7%를 넘어섰다.

텔레비전 광고 시장의 주도권은 텔레비전 수상기 세대 보급률이 20.7%였던 1973년을 기점으로 광고주에게서 방송사로 넘어갔다. 1973년 유류 파동(oil shock)이 일어나자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 아침 방송이 폐지되어 방송 시간이 절대적으로 줄어들면서 광고 판매는 급성장하였다.69) 방송광고 시간 축소로 방송광고 시간이 줄어들자 비정상적으로 광고료가 인상되었다. 이는 유신체제가 정책홍보 시간을 강요하는 대신에 방송사에 유리한 여건을 만들어 주었다고 볼 수 있다(조항제, 앞의 글, 2000, pp.273∼274). 이후에도 방송 광고 정책의 지원으로 방송 광고 판매량이 계속 줄어들자 방송사가 주도권을 장악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이러한 방송사의 광고 시장 주도와 텔레비전 미디어의 지배력 향상으로 방송사는 급격한 성장세를 유지하였다.

이러한 호황 국면에서 방송사는 신문을 함께 경영하여 복합 미디어 기업화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박정희 정권은 1974년 MBC가 『경향신문』을 인수하게 하고 1975년 KBS도 『서울신문』의 지분을 인수하여 텔레비전 방송사가 신문을 겸영하도록 하였다. 이는 정권의 지배 이데올로기 확산을 위한 미디어 통합이라고 해석된다.

유신 체제하의 방송은 광고 수입을 제고하기 위해 방송 편성도 상업 방송의 원칙을 관철하였다. 그래서 광고 효과가 높은 20분 드라마를 주로 제작하였고, 방송 프로그램을 짧게 나누어 배치하는 방식이 일반화되었다. 결국 1970년대는 유신 체제의 방송 통제 강화로 점철되었지만, 방송사가 정부의 정책적 지원 덕으로 방송 광고 시장에서 우위를 확보하였고, 광고 위주의 방송 편성 등을 통해 경쟁력을 키우면서 방송 산업은 성장 기회를 맞이하였다.

개요
팝업창 닫기
책목차 글자확대 글자축소 이전페이지 다음페이지 페이지상단이동 오류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