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성

당근과 채찍을 내세워 언론을 통제하는 전두환 정권의 언론 통제 정책에 수동적으로 따라가는 듯 보이던 신문 기업들은 오히려 이러한 국면을 활용하여 기업적 성장의 기회로 삼았다. 이미 신문 기업들은 1980년에 단행된 언론사 통폐합을 계기로 신문 시장의 독과점 체제를 향유하고 있었고⁸⁰⁾ 예를 들어, 1980년대 구축된 1도 1사의 원칙은 이에 포함되는 일간 지역신문에게 활황기를 제공하였다. 심지어 중앙 일간지가 지방 주재 기자를 두지 못하고 연합통신에만 의존하게 하여 지역신문의 뉴스 독점권을 구축하기도 하였다. 정부와 지방 자치 단체의 다양한 지원 혜택을 누리고 있었다.

여기에다 경제 성장의 결과로 광고 시장이 크게 확대되자 신문 기업은 더욱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맞이하였다. 1980년대 언론 기업의 성장률은 재벌 그룹의 성장률을 능가하였으며, 8대 언론 기업의 매출액은 1981년과 1987년을 비교하면 2.5배로 증가하였다.⁸¹⁾ 정연우, 앞의 글, p.223. 언론의 독과점 구조를 전두환 정권이 구축하여 독자 시장과 광고 시장을 몇 개 언론사가 분점하게 해준 것이 언론 기업이 기록적인 성장을 이룩할 수 있었던 결정적 요인이었다. 그래서 1980년대 신문 기업들은 스스로 보유하고 있는 자원을 재가동할 수 있는 인쇄, 출판, 잡지 등의 사업을 망라하여 다각적 경영을 적극적으로 추 진하였다.

광고 시장의 확대는 눈부셨다. 4대 매체 광고비가 1980년 2,261억에서 1987년 7,867억으로 증가하여 3.5배 정도 늘어났는데, 이는 GNP의 1%에 이른 것이다.⁸²⁾ 신인섭·서범석, 『한국광고사』, 나남출판, 1998, pp.410∼413. 신문은 1980년 820억 원에서 1987년 3,534억 원으로 4.3배나 늘어난 텔레비전에는 다소 못 미쳤지만, 1980년 989억 원에서 1987년 3,398억 원으로 3.4배나 신장하였다.⁸³⁾ 주동황 외, 앞의 책, p.212.

또한 언론사들은 이윤 극대화를 위해 본격적으로 다각적인 경영을 시도하였다. 이미 1970년대에 신문사가 추진한 경영 다각화의 결과는 호텔, 체육관, 부동사, 광고 대행사 등으로 모습들 드러낸 바 있다. 그런데 1980년대의 경영 다각화는 기타 사업 수입이 신문 기업 전체 수입의 20∼30%에 육박할 정도로 확대되었다. 1980년대 신문 기업은 언론 통폐합과 언론 기본법에 의해 신문과 방송의 겸영이 금지되자 출판 사업과 문화 산업을 중심으로 경영 다각화를 추진하였다. 1987년에 『중앙일보』가 9종, 『동아일보』가 7종, 『조선일보』가 5종, 『한국일보』가 5종, 『서울신문』이 5종의 잡지를 발행하는 등 단행본, 잡지, 인쇄물 대행업 등을 주요 사업으로 하였다.⁸⁴⁾ 신문 잡지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전두환 정권이 잡지 발행의 허가를 극히 제한적으로 하면서도 신문사가 잡지 발행하는 일은 전폭적으로 지원하였기 때문에, 신문사가 발행한 잡지, 이른바 ‘신문 잡지’가 잡지계를 석권하였다. 물론 광고 시장의 확대가 잡지 발행 등의 경영 다각화를 가능하게 한 것으로 보인다.⁸⁵⁾ 주동황, 앞의 글, 2000, pp.174∼175. 전두환 정권의 언론 통제 정책으로 신규 잡지의 발행이 어려운 상황인 데도 불구하고 문화 공보부는 신문 기업의 잡지 발행은 적극적으로 허용하는 모순을 드러내었다.

신문 시장의 독과점 상황, 신문 기업의 경영 다각화, 광고 시장의 확장으로 신문 기업의 성장은 급속도로 이루어졌다. 6대 신문 기업의 매출액은 1981년 1,457억 원에서 1987년 3,375억 원으로 늘어났다. 또한 매출액의 급성장으로 『경향신문』을 제외한 5대 신문의 당기 순이익도 1981년에 비해 1987년에는 4.2배나 증가하였다.⁸⁶⁾ 주동황 외, 앞의 책, pp.212∼213. 이처럼 신문 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바탕이 된 미디어 광고 시장의 확장은 고도 경제 성장이 주된 원인이긴 하지만 전두환 정권이 언론의 카르텔 형성과 독과점 구조를 구축해 준 데 기인하는 측면도 있다. 결국 1980년대 신문 기업의 급격한 성장은 당대 신문 저널리즘이 독재 권력의 지배력 유지에 기여한 대가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