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20권 광고, 시대를 읽다
  • 제2장 광고로 본 근대 풍경
  • 2. 일제 강점기 광고와 식민주의
  • 경품 광고
성주현

일반 소비 대중이 상품을 살 때 느끼는 즐거움의 하나가 상품과 관련된 경품이나 할인, 또는 세일이라 할 수 있다. 오늘날 새로운 제품을 알리거나 아니면 주력 상품을 판매할 때 경품 행사 또는 대바겐세일이라는 행사를 활용하여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다. 이러한 할인이나 경품 행사는 오늘날 광고의 전유물은 아니었으며, 광고가 등장하면서 널리 활용되었다. 개화기의 광고가 할인이라는 카피를 통해 소비자를 유혹하였다면, 1910년대에 들어서는 경품 광고가 적지 않게 보이고 있다. 경품 광고는 화평당 약방, 제생당 약방 등 의약품 회사가 주 광고원이었다.

보시오. 춘색(春色)이 만절(晩節)을 최(催)하는데, 하래맹풍한포(何來猛風寒雹)가 만산초목(滿山草木)과 평지가옥(平地家屋) 타상(打傷)하야 일후(日候)가 부조(不調)하온데, 우리 화평당(和平堂)에서 제조(製造)하는 팔보단(八寶丹)을 애복(愛服)하시는 강호(江湖) 제 군자(諸君子)에게 건강(健康)하심을 정축(頂祝)하옵나이다. 무릇 의약(醫藥)이라는 것은 동서(東西)를 물론(勿論)하고 긍만고이래(亘萬古以來)로 대도(大道) 덕대(德大) 자선(慈善)을 포함(包含)하여 세계중생(世界衆生)의 질환수요(疾患壽夭)를 박시광제(博施廣濟)하는 대직책(大職責)을 부담(負擔)한지라. 고로 본포(本舖)에서 금하(今夏)를 당하여 다만 매약(賣藥)만 확장(擴張)하려 함이 아니라, 우리 팔보단을 애복하시는 제 군자들에게 경품권(景品券)을 시정(試呈)하여 백미(白米)와 저라(苧羅)로 본포를 특애(特愛)하시는 후덕(厚德)을 보수(報酬)하려 함이오. 감히 자선(慈善)을 행한다 함이 아니로소이다. 그러나 매약은 본포 분내(分內)에 속한지라. 약품(藥品)을 정선(精選)하고 효능(效能)이 특저(特著)토록 대확장(大擴張) 대활동(大活動) 대발매(大發賣)를 주의(注意)하오니, 경향간(京鄕間) 업자(業者)에 종사(從事)하시는 첨언(僉彦)과 복업(服業)하시는 제 군자께서는 이를 통량(統亮)하심을 망(望)함.

이는 화평당 약방이 1911년 5월 3일자 『매일신보』에 실은 경품 광고문의 일부분이다. 화평당 약방은 매약 확장을 계기로 하여 경품 행사를 하고 있다. 화평당 약방이 내건 경품의 총액은 500원으로, 1등 15명에 백미 15팔(叭), 2등 15명에 백저(白苧) 15필, 3등 20명에 저항라(苧亢羅) 20필, 4등 30명에 우산 30개, 5등 50명에 25원, 6등 9,870명에 그림엽서 9,870매 등 모두 1만 명이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경품 내용을 보면, 경품권은 1만 매 발행하였으며 기한은 5월 1일부터 7월 30일까지였다. 당첨 결과 발표는 8월 1일에 하기로 하고 경품 교환 기간은 발표 후 한 달 동안으로 8월 30일까지였다. 이 경품 행사의 결과는 8월 4일자 『매일신보』에 발표하였다. 같은 시기에 제생당 약방에서도 청심보명단을 주상품으로 하여 대대적인 경품 광고를 실시하였다. 제생당 약방 역시 경품 총액은 500원이었으며, 1만 명의 고객에게 경품권을 발행하였다. 화평당 약방과 제생당 약방의 경품 광고는 동종 업종으로 비슷한 효능을 지닌 의약품을 판매하기 위하여 서로 경쟁하는 입장에서 경품 행사를 통해 시장 지배력을 높이고자 하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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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 광고사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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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보』에 경품 광고가 처음으로 실린 것은 한성 광고사(漢城廣告舍)에서 특별 제작한 광고지에서였다. 1910년 11월 29일자 신문에 별지로 제공한 이 광고지에는 동흥 서관(同興書館)을 비롯하여 한양 서화관(漢陽書畵舘), 중앙 서관(中央書舘), 천도교 보서관(天道敎普書舘), 보급 서관(普及書舘), 동양 서원(東洋書院), 한양 서시(漢陽書市) 등 도서 관련 광고, 제생당 약 방을 비롯하여 화평당 약방, 최성필 건재 약국(崔聖弼乾材藥局), 성인당(誠仁堂), 공화당 건재 약국(共和堂乾材藥局) 등 의약품 광고가 주 광고주였다. 이 밖에도 병원·목욕탕·양조장 등과 안경·시계·금·구두·도장·건어물을 취급하는 광고가 있다. 이중 담배를 보급하고 있는 동양 연초 회사 한국 총지점 법한 회사(東洋煙草會社韓國總支店法韓會社)에서 경품 광고를 게재하였다. 이 회사는 중국 상하이에 있는 동양 연초 회사에서 직수입한 담배를 팔았는데, “각종 연초 제법이 선미하고 향미가 극히 복욱하여 호평을 받아온바 감사”의 뜻으로 경품 행사를 하였다. 1등 경품으로는 800환 상당의 담배를 제공하기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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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품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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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에도 경품 광고는 자주 신문에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를 들면 일본인으로 조직된 경성 연합 번영회의 1만 800원의 경품 광고를 비롯하여 1,000원의 경품 금액을 내건 자전거 총판 직거 본점(織居本店), ‘참신한 경품의 혁명아’를 내건 우조당 시계포(友助堂時計舖), 2,500원의 경품 금액을 내건 조선 복수 양행(朝鮮福壽洋行), ‘공전절후의 대경품’을 내건 영미 연초 주식회사, ‘추첨권에 한 개의 공첨(空籤)이 무함’이라는 사쿠라 맥주 등이 있다. 1913년 10월 12일자 『매일신문』 4면은 ‘환정 약방 경품부 신단 매출 당첨 번호’와 ‘복수 양행 경품부 염료 당첨 광고’로 지면을 모두 채우고 있다. 그리고 동아 연초 주식회사는 잊을만하면 한 번씩 소비 대중을 유혹하는 경품 광고로 지면을 장식하였다. 그 밖에도 시라기, 기린, 가부도 등 일본 담배를 보급하고 있던 광강 상회(廣江商會)도 자선 투표라는 방식을 통해 경품 행사에 뛰어들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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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경품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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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에 들어서자 경품 광고는 더욱 세련되어 다양한 경품과 현상 공모를 내걸었다. “아카다마(赤玉) 포토와인으로 자전거를 탄다.”라는 카피를 내세운 아카다마 포토와인 광고는 자전거 1,000대를 경품으로 내걸었다. 뉴키와리민이라는 화장수를 제조하는 원택 합자 회사는 현상 문제를 제출하고 그 답안을 요구하는 현상 광고를 통해 경품을 제공하기도 하였다. 어린이들이 즐겨먹는 모리나가 캐러멜은 동물 만들기라는 작품 현상 모집을 통해 경품을 제공하기도 하였다.

한편 신문에도 여러 종류의 광고가 등장하면서 세일 광고에 해당되는 광고도 나타났다. 세일(sale)이 가지는 의미는 ‘염가 판매’ 곧 제품의 가격을 할인하여 값싸게 판매하는 것으로 특정한 행사가 있을 때 시행되었다. 예를 든다면 사업을 확장하였거나 판매 목적을 달성하였을 때 주로 실시하였다. 1899년 5월 27일자 『독립신문』에는 다음과 같은 광고가 실렸다

본 주장이 개업한 지 다년에 명예를 위하여 인식을 박히게 하였더니 근일에 쌀값이 고등한 고로 음력 4월 1일부터 술 한 되에 엽전 1냥 4전씩 정가하였으며 대저 이 술품의 정미함은 전에도 고백하였거니와 아무리 성념 극렬에도 맛이 변하지 아니하오니 각처 주매 위업하는 이는 받아 가시면 본값 중에 엽 2전씩을 감하여 후한 이(利)를 보시게 할 터이오니 첨군자는 부랑 왕입하시오.

한말 주요 신문의 광고주인 조일 주장(朝日酒場)은 쌀값이 폭등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술값은 되당 2전을 할인하고 있음을 알리고 있다. 1906년 1월 20일자 『만세보』에도 다음과 같은 할인 광고가 게재되었다.

폐점이 종래로 사방 첨군자에게 애고하옵심을 힘입사와 대단히 감사하오며 금번에 특별이 물건을 더욱 염가로 방매하오며, 또 신화 5원 가치를 맛돈으로 사 가시면 경품권을 한 장씩 드릴 터이오니 많이 와서 사 가시기를 전만 바라옵니다. …… 경품표가 한 장이라도 공표 없오니 육속히 왕림하옵서 물건을 많이 사시고 출첨하여 보시옵소서.

일본인이 운영하는 길소북 상점(吉小北商店)은 화폐가 바뀜을 계기로 고객에 대한 특별 할인 행사와 아울러 경품권도 제공하고 있다.

세일 광고 중에는 폐업 세일 광고도 있었다. 『독립신문』 창간호 광고주 가운데 하나였던 가메야 회사는 “정동 가메야 회사에서 쉬이 장사를 그치고 본국으로 돌아갈 테인데 있던 물건을 싸게 팔고 속히 철점하기를 경영하니 누구시든지 각색 외국 물건을 싸게 사고 싶은 이는 가메야로 와서 속히 다 팔리기 전에 사 가시오.”라는135) 『독립신문』 1897년 1월 21일자. 폐업 세일 광고를 내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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